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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Sep 03. 2022

보내주자! 보내줘~

행운 & 불운

2022년 8월 31일

날씨 : 날계란이 아스팔트에서 프라이될 정도 

폭염은 고온의 찜질방에 들어온 듯 푹푹 찐다.

무진장 덥다. 팔 월아 잘 가라

한국은 가을 가을 한다는데... 가을이 오려면

베트남 하노이는 11월쯤은 지나야 한다.

자동차 시트에 앉으니 핫핫핫팩이다.


한국에 다녀온 이후

건강을 위해 소식을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자연식으로 먹는 중이다.

자연인이다. 타국에서 그리 살기는

정말 쉽지 않지만 엄청 노력 중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빵, 과자, 음료수 등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는 생활을 한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

남편은 술과 담배도 완전히 끊었다.

그 후, 몸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배신 때린 주인을 알아보고

기력을 떨어뜨리고, 속도 불편하게 하고,

심기를 건드리고, 짜증도 나게 했지만

 잘~ 아주 잘~ 버티어 냈다.


바쁜 일정을 마무리하고

하노이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타이빈과 하노이 중간쯤에 있는 남딘의

롯데리아에 들렀다. 이건 무슨 일?

"아~진짜  이런 행운이..."

건강검진 결과 이상이 없고

양호한 상태라며  햄버거? 

오래간만에 사준다고 한다.

지갑을 열었다. 내가 한턱 쏠게(아이리스)

난 사이다만 먹을게 ~ (남편)


오래간만에 물 만난 물고기가 된 듯

새우버거 1 포테이토 1  치즈스틱 1

콜라 1  사이다(세븐업) 1개 주문 후

입꼬리를 슬쩍 올려본다.

5분의 기다림이 50분처럼 느껴진다.

코끝에 전해지는 치킨 냄새는 어쩌누?

얼음 듬뿍 콜라 한 모금에 세상 행복한 여인은

룰루 랄라 즐겁게 차에 올랐다.


운전하는 남편에게 사이다를 건네며

"한 모금 해보셩~ 얼마만의 탄산인지?"

목구멍도 깜짝 놀랄걸...

사이다 한 모금 캬아~~" 이 맛이야!"

하하하 웃음이 난다. 사이다를 영접한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콜라의 톡 쏘는 이맛!

어쩔까나?? 이런 게 행복인걸...



행복한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 걸까?

하노이 도착 15분쯤 남기고 차가

고속도로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베트남 연휴(금, 토, 일)가 시작되기 하루 전

벌써 차들이 막히기 시작했다. 갓길도 없고

돌아갈 길은 오직 이 길뿐이다. 막힌다 막혀

그나마 롯데리아 햄버거와 음료수로 배를

채웠기에 짜증은 덜 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도로 한복판에서 새치기를...


그때였다. 꽈꽝! 턱 소리와 함께

왼쪽 백미러가 사라졌다. 무슨 일?

우리 차 앞으로 끼어들기를 하려다

비좁은 통로를 빠지지 못하고

들이박았다. 불운이 스멀스멀 다가왔다.


이런이런 어이없는 상황이라니...

남편은 외눈박이로 앞차를 추격했다.

막힌 도로라서 도망가기는 역부족이라

생각했지만 그 차는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는 중

우리는 그 차를 무조건 쫓아가고 있었다.

그 차는 이리저리 차선을 변경하며

곡예운전을 하며 약 올리고 도망갔다.


"에휴, 제발 잘 가세요~"

"다른 차에게 더 이상 피해가 없길ㅠ..."

"그냥 보내주자 보내줘~"

우리는 더 이상 차를 쫓아가지 않았다.

2차, 3차 사고위험이 있기도 했고

백미러 값 받으려다 더 큰일이 생길 듯해서다.

"안 다친 게 다행이야!"

"창문이 안 깨쳐서 정말 다행이야!"

"차가 움직이니 다행이야!"




아ㅡ에휴 ~~ 쯧쯧쯧

도망가는 차를 쫓으며 사진을 남겼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손이 떨렸다.

희미하지만 번호판을 읽을 수도

차랑 조회도 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평범하지 않다.

그 차의 번호판은 파란색이다.

통역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일이 생겼다고

어쩌면 좋으냐고 말했더니...

그 차는 심지어 경찰차?라고 한다.

따라가도 소용없단다.

범인이 경찰이라니... 양심 불량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주차장이 되어 버린 도로에서 추월을 하고

시민의 차를 파손하고 뺑소니라니...

뺑소니차를 잡아줘야 할 경찰이 세상에

해도 해도 정말 너무 하다. 너무해

차량 수배라도 하려고 했지만 참았다.

벳 남살이 6년 만에 이런 일 처음이다.


워워...

주전자에 물이 끓어 넘치듯

착한 남편이 거친 외계어(욕)를 한다.

사이다까지 먹었으니 가스폭발 제대로다.

뚜껑을 열어두고 식기를 기다렸다.

여기는 타국이고 우리는 외국인이다.

파란 번호판을 달고 도망친 비겁한

경찰을 잡아서 어쩔 수도 없는 노릇이다.


9월의 첫날, 카센터에 가서 백미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살짝 찌그러진 곳은

다음 주에 수리를 하기로 했다. 속상한 일이

있었지만 우리는 8월을 잘 보내주었다.

행운과 불운을 맛본 8월의 끝날

게보린 할 알 먹고 겨우 잠이 들었다.


9월엔 행운이 많아지길... 바란다.

이미 행운이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다.


덧: 파란색 번호판 차량은 사진을 찍었으나

미공개하기로 했고, 차 수리비는 억울했다.

주말 모두 모두 안전 운전하시길요~~

미안해요 사과라도 받고 싶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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