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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Sep 20. 2022

빛이 쏟아지는...

추석 연휴 이야기


 올해 추석은  무료함으로 보냈다. 한국으로 보내던 추석맞이 톡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보내지 않았다. 편하고 좋았지만 이상했다.

습관이 참 무섭다. 마음과 생각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그저 평일처럼 밥 먹고, 쉬고, 놀기로

했는데 자꾸만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송편은 어쩌지? 파전과 녹두전은? 잡채는? 진짜 이래도 되나? 해외 살이중에도  추석은 뭐래도 해야 할 듯한데...송편은 추석 다음날 먹었고, 파전과 녹두전은 추석 전날 사다 먹었고, 잡채는 추석 당일 아침에 만들어 골프스크린 가서 나눠 먹었다.


어쨌든 추석은 추석이니까... 그렇게 추석날을 보내고 마음이 울적했다. 한국에  보고 싶은 가족들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 엄마, 언니, 동생들... 그리고 큰아들까지...


해외 살이 6년 차인데도 늘 명절이나 생일날엔 그리움이 스물스물  올라와 향수병에 걸린다.


어디든 바람 쏘이러 나갈까? 남편을 꼬시기엔 햇살이 너무 쨍쨍했다. 주말 낀 추석 연휴 일요일이다. 교회로 가는 인데 교외로 가자며 남편은 갑작스레 노선변경을 했다.


 잠시 고민을 할 틈도 없이 이미 차는 뻥뻥 뚫린 고속도로로 진입했다.하늘에 구름이 너무나 멋지다. 유혹한 사람은 남편이고 난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애써 합리화를 하면서 오래간만에 베트남 하이퐁 바닷가 도선 비치를 향해 가고 있다. 핸드폰에 주소를 입력시키고 길을 찾아 간다.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


학교 땡땡이, 교회 땡땡이, 학원 땡땡이...

이런 날들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것도 둘이서 함께하니 두렵지도 않다.


우리는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잠시 멈추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며, 차 한잔을 마시기도 했다. 휴게소를 세 개나 지나도 빛이 쏟아지는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멀었다. 하노이에서 1시간 넘게 달려온 듯하다.

알록달록 공사중인데 하늘빛이 예쁘다.

붕붕차에게 물었다. 너도 배고프니?  ㅎㅎ기름을 빵빵하게 가득 채웠다. 싱싱 신나게 달려가는 길이 참 좋다. 고속도로비가 비싸서 벳남인들은 국도를 이용한다고 한다. 덕분에 차가 없어서 막히지는 않았지만 바다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서 헤맸다.


화살표를 잘못 확인했고 이미 들어선 길에서 후진할 수도 없어 그 길을 따라 빙돌아서 더 많은 베트남의 곳곳을 볼 수 있었다. 나무도 꽃도 새도 공원도 잘 꾸며놓은 길을 만났다.


인생길도 되돌아갈 수 없다. 가던 길 그냥 가야 한다. 넓은 고속도로를 지나면 골목길도 만나고, 숲길, 꽃길도 만나게 된다. 원치 않는 비포장길에서는 천천히 가야 하고, 가시밭길에서는 행여 발바닥에 상처가 날 수도 있지만 견디어 내야하며 어둠속 터널에서는 빛을 따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저 잠시 쉬어길수 있을뿐 직진 해야하는 삶이다.


고운 모래와 빛이 쏟아지는 바다에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보며 길게 심호흡을 해본다.


"아~~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인가?"

베트남 하이퐁 도선 비치 눈이 부시다.


이 바다는 이 하늘은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고 있으려나.... 그리움과 보고픔을 이곳에 내려두면 파도와 함께 물결을 타고 멀리멀리 내 소식을 전해 주려나? 한국이  그립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끝내고 파라솔 호객행위에 바로 낚였다. 오늘 점심 메뉴는 새우찜, 꽃게찜, 해물죽으로 정했다. 더운 날씨에 싱싱한 회는 패스 ! 무조건 익히고 찐 것만 먹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모래사장으로 내려가 사진도 찍고, 바닷물에 발도 담갔다. 덥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갑자기 바다에 오길 잘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향수도 잊을 만큼 바다가 나를 안아주었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그리고 넓은 바다가 순식간에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분 좋아지게 하다니... 늘 바다는 깊고 넓은 마음을 선물해준다.


오붓하게 둘이서 바다물 멍, 하늘 멍 구름 멍을 때리는데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요리를 먹기 위해 모래사장을 벗어나려는 순간 회색빛 돌멩이가 바람에 깎여고 바닷물에 씻기여 하트 돌멩이가 되어 내발 밑에서 반짝였다.


돌멩이를 줍고 몇 개 더 줍고 있는데 배꼽시계가 알람을 울린다. 새우찜과 꽃게가 나를 부른다.

주황빛 꽃게 속


싱싱한 새우찜과 꽃게찜 (암놈 수놈 한 마리씩) 그리고 해물 수프로 배를 채웠다. 암 꽃게는 주황색 알을 품고 속살도 많았고 실했다. 이게 엄마의 마음일까?


야무지게 꽃게와 새우를 먹었다. 비릿한 바다내음이 손에 옴팍 베였지만 혀끝과 입안에서 신나는 댄스를 한바탕 벌이고 사라졌다.


내 고향은 충청도 서해안 꽃게를 많이 먹고 살았다. 그땐 너무 흔했던 해산물들을 타국에서는 이렇게 멀리 나와야 먹을 수 있다. 둘이서 게눈 감추듯 바닥을 드러냈다. 남편 건강이 좋아져 이런 호사를 누리니

참 감사한 일이다.


장소를 옮겨 파라솔 벤치로 내려갔더니 음료수 값이 자리값이 되어 2천 원(4만 동)을 내라 한다. 기분 좋게 우리는 오케이 대답 후 그물망 의자에 나란히 누웠다. 눈을 감고 쉬었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우리도 어디쯤 세월의 흔적을 남기며 흘러가고 있음을....


갑자기 원피스에 나들이 복장이 살짝 아쉬웠다. 바닷가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대로 바다를 즐기고, 여유로움도, 추석 향수병도 나아졌다.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비타민 D와 타우린 섭취로 몸도 마음도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나 보다...


돌아오는 길 용두 마리가 하늘로 올라가기 전 몸단장을 마쳤다. 글씨 위에 진초록빛 용두 마리 보이시나요?

관리가 잘된 공원이다.


초록빛 공원

몸도 마음도 생각도 멘탈도 공원처럼 잘 관리하고

싶어졌다. 보기에도 좋고 아름답게 말이다.


뜨겁고 쨍한 햇빛과 하얀 모래빛, 푸른 바다의 에머럴드빛, 나무와 풀들의 초록빛, 오래된 연인의 눈빛은 파란 하늘에 구름처럼 아름다운 빛으로 하루종일 쏟아졌다.


여행 다녀온후,저녁으로 남편 좋아하는 두부 듬뿍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서 아들과 함께 맛나게 먹었다. 보름달처럼 커다란 행복감이 채워졌다. 갱년기 아줌마는 남편 하기 나름이다ㅎㅎ 바다에 다녀오니 내 마음이 어느새 바다처럼 넓어졌다.


신은 인간들의 고 옹졸한 마음을 넓고 깊게 만들려고 바다를 만들어 둔 것 같다. 그리움도 보고픔도 아쉬움도 탈탈 털어 비웠다. 달빛이 너무나 고운 추석 연휴의 일상을 써보았다.


빛이 쏟아지는 그런 날엔 어둠을 이길 수 있게

마음속에 빛을 모아두어야 한다.


똑똑!

기행문은 수필의 한 종류이다. 여정, 견문, 감상이 드러나도록 쓰며 현장감이 있도록 현재형 문장으로 쓴다.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이동에 따라 서술하며 처음 부분에는 여행의 동기나 목적 출발의 마음을 써주며 여행을 하며 경험하거나 생각했던 것을 중간에 녹여 쓰고 전체적인 감상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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