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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31. 2022

네 번째 스무 살?

팔순을 축하드려요!!

"여보세요?"

"엉, 우리 따아아 알"

"팔순 잔치는? 잘 치르셨죠? " 

"응, 둘째 딸 없는 잔치는 앙꼬 없는 찐빵"

"ㅎㅎ 내가 갔어야 했는데... 미안해 엄마"


"아버지도 잘 계시죠?"

"그럼 그럼 아버지가 노래도 부르셨다. 뭐더라??"

"아버지 바꿔주세요"

" 그래 나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통화해라"

"둘째 딸 전화 왔슈우 어서 받아보슈"


" 그래 잘 지내고 있냐?"

" 네, 아버지, 팔순잔치는 어땠어요?"

" 네가 있어야 웃고 더 즐거웠을 텐데.."

"내가 이 나이에 노래 부르고 그랬다."

"하하하 무슨 노래요? 

"물새야 왜 우느냐"

"아~~ 잘하셨어요"


" 사위는 좀 어떠냐? 건강은?"

85세 아버지는 사위를 걱정한다.

"많이 좋아졌어요. 골프 칠 정도로요"

" 다행이구나, 건강 주의하며 일해야 한다."

"딸아? 아빠가 금반지 해줬다. 팔순 기념"


잔치에서 주려고 맞춘 반지가 이틀 지나왔단다.

"팔순잔치에서 한복도 빌려 입고, 화장에

키높이 신발까지 신으니 새색시 된 느낌이더라" 

"엄마, 야~~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노래하셨어야야 ~"


" 호호호 정신이 없더라. 막내아들이 멋지게

사회도 보고 선물도 준비해서 즐거웠단다."

"엄마가 좋았다니 저도 좋아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낸 영상이 너무 감동이었다."

"정말 고맙고 보고 싶다. 잘 지내라 덕분에

팔순잔치는 잘 치르고 편안하다. 아무 걱정 말고

니들만 잘살아라 우린 잘 있다."


당분간 엄마는 두둑해진 현금을 나누고 베풀며

부지런히 행복을 퍼 나르실 듯하다.



안녕하십니까? 아이리스 h입니다.

멋진 가을날에 태어나신 코스모스 꽃을 닮은 엄마를 소개하려 합니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붉은 장미 땡! 알록달록 코스모스 땡! 사쿠라 딩동댕! 바로 벚꽃 ㅎㅎ


고운 한복을 입으시고, 코로나를 이겨낸 팔순의 엄마는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하여 충청도 웨딩홀을 빌려 지인들을 접대했습니다. 4남매는 비용 부담을 똑같이 나누고, 각자 용돈이나 선물을 드리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막내아들은 멋쟁이 아버지와 엄마를 이렇게 표현하여 웨딩홀 벽에 근사하게 붙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집안으로 들여 소파 뒤 벽에 붙여놓으니 집안이 훤하고 좋다고...ㅎㅎ마음은 늘 청춘인 듯합니다.

엄마(80) 아버지(85)

아버지는 팔순을 글씨를 가리고 더 빛남을 로 단어를 바꿔 놓으셨다고 합니다. 역시나 사랑꾼 아버지 인정!입니다. 나이는 늘 숫자에 불과하다시며...


두 분, 지금처럼 건강하고 팔팔하게 팔십 대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며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 하면서도

가끔 투닥거리시고 여전히 삐치기도 하십니다. 그 또한 사랑이 아닐 끼요?


멀리서 그저 응원의 동영상을 보내드리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동생들이 애를 많이 썼고 저는 작은 성의만 표했답니다. 저는 언니도, 동생도 둘이나 있어 얼마나 든든 한지 모릅니다.


말괄량이 둘째 딸은 부재중 ㅠㅠ 베트남을 지키느라 못 갔습니다. 큰아들이 우리 집 대표로 팔순잔치에 가서 호랑 월령가를 멋지게 불렀다고 합니다. 아빠를 닮아 노래를 곧잘 합니다.


9남매의 큰아들에게 청춘을 바치고, 4남매를 낳고 기르며 엄청 고생하셨지만 아무런 티도 흠도 남기지 않으신 방부제 미모십니다. 울 엄마


늘 긍정적이시고, 활짝 웃으시는 엄마의 모습이 바다를 닮아  넓고, 깊고, 푸르렀음을 알아갑니다.


.

네 번째 스무 살? 


팔순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 가꾸시고 관리하신 거 맞습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팔순을 맞이하신 나의 엄마 오늘만은 더 빛나는 하루였으리라~~


 엄마는 뜨개질로 옷도 떠주었고, 꽃과 나무가 사시사철 피고 지는 정원을 가꾸셨습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간혹 안 계시고 부엌에 작은 솥뚜껑을 열면 술빵이 한가득 나를 반겼습니다. 배고픔을 달래곤 했답니다.


발자국이 날까 봐 깨끗이 청소해놓은 안뜰을 까치 발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곤 했습니다.


화분 속 새순이 이쁘다며 말을 건넵니다. 작은 열매에도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고 이쁘기도 하지' 소녀 같은 감성을 갖고 계십니다. 촌스러운 세타를 걸치고, 몸빼바지를 입어도 울 엄마는 이뻤습니다. 날씬한 명품 몸매를 유지하시며 자신을 사랑하셨습니다.


모닝차를 지금도 운전하시며 동네를 돌아다니십니다. 거동 못하시는 어르신들 도시락도 배달하고, 말벗도 해드리는 봉사활동을 하시며 초등학생들 안전한 도우미도 하시며 신호등 앞을 깃발 들고 지키십니다.

죽으면 썩어질 몸 열심히 써야 한 다시며...


늘 사탕을 챙겨 다니시며 행여 길가에서 우는 아이를 보면 건네주십니다. "우지 마라 아이야"엄마는  다리가 아프셨다가 이제 괜찮아졌고 여전히 산책을 하시며 아침 운동을 꾸준히 하십니다


달력 뒷장을 모아 속상한 마음을 적어두십니다.

예쁜 공책과 펜을 사주었는데 불편하다시며 난

지나간 달력을 푹 찢어 반으로 접어 쓰는 게 좋다시며

여전히 하던 데로 하십니다.


오랜 세월 사시 고도 아버지를 미운 정 고운 정으로

바라보시며 미울 때마다 넋두리를 써놓은 글이 가끔씩 이곳저곳에서 발견되곤 했습니다. 글을 썼더라면

책 한 권이 부족하다시며 웃으십니다.


한평생 호랑이같이 무서운 남편을 고양이처럼

사랑하시며  토끼같이 귀여워하시며 알콩달콩

투닥투닥 잘 살아오셨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말합니다.

장모님처럼만 살아달라고... ㅎㅎ 못 따라갑니다

사위사랑은 장모님 장모님 사랑은 사위사랑 인 듯요

  



엄마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을 우리 4남매에게 남겨 주셨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마법 같은 유머를 삶에서 풀어내시며 어려운 상황을 승화시키는 지혜도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거 별거 아녀~~"

다 지나간다시며 괜찮다 괜찮아"


돈보다 귀한 건 늘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이기에 행복이란 걸 반백의 딸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멀리 있는 딸을 마음에 품고 오라고도 못하고 그저 답답했을 엄마는 날 많이 기다렸을 텐데... 하노이 딸은 엄마를 위해 꽃밭에서 노래를 남편과 함께 부르는 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편지처럼 보내드렸답니다.


 보고픔에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혔을 아버지... 엄마... 언니... 동생들... 지인들... 고맙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울 엄마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내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어머님을 보네....

꽃보다 아름다운 울 엄마의 웃음꽃

곱고 고운 엄마를 닮고 싶습니다.

고생한 흔적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자신을 가꾸며 아름다운 네 번째 스무 살의

예쁜 엄마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노후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엄마를 닮아있는 둘째 딸

오늘도 노을을 보며 한국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아름다운 꽃 케이크를 드셨을 정여사 님 사랑합니다.


봉숭아 물을 빨갛게 물들인 손톱과 10첩 반상을

차리는 일이 여전히 즐겁다는 울 엄마는

나누고 베풀며 정을 주며 사랑하며 살아온 날들이

부메랑처럼 행복으로 돌아오고 있음이 보입니다.

 

엄마의 삶이 빛나길... 응원합니다.

꽃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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