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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08. 2022

세 여자가 실신했다고?

오 마이 갓뜨!!

베트남 여행 둘째 날 (2022년 10월 28일)


"으아아아악~~ 나 좀 살려줘~"

"으으윽 ~~ 나도"

"허허허헉 ~~ 어지러워~~"

두 여자를 빼고 세 여자가 쓰러졌다.

한 남자가 엄청 놀랬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하롱베이 쿠르즈에 탄지 30분 만에 여자 세명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쓰러졌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도 혼비백산하여 3명의 여자들이 차례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한 후, 후들후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베트남에 면 하롱베이 쿠르즈는 타봐야 여행한 거라며 꾸역꾸역 데려왔는데...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가는 길이 좀 복잡했다.

아침 6시 30분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어 15인승 차를 타고 이동한 후, 다시 큰 배에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너 다시 차를 타고 쿠르즈에 승선하기까지 거의 6시간을 길 위에서 배고픔과 싸우며 고생길을 함께했다.

(보통 2시간~3시간 걸리는 거리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온 나의 절친 여고 동창생들 4명과 나. 한 남자는 바로 나의 30년 차 남편이었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하롱베이 쿠르즈 여행이었다.

하롱베이 쿠르즈  사진
사진을보고 계약한 쿠르즈 내부사진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진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고, 부킹 하려던 비싼 쿠르즈 대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쿠르즈를 부킹해 놓은 직원의 실수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덕분에 예기치 못한 곳을 들려오는 바람에 세상 구경 조금 더하게

되었다.


세상에... 몸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두 친구는 생생하고, 아침부터 키미테까지 붙이고 승선한 친구와 건강을 자부했던 나와  한 친구가 그만 출렁이는 배안에서 심하게 배 멀미를 이기지 못하고, 어질어질 울렁울렁 쓰러지고 말았다.


가이드는 침대에 쓰러진 세 여인을 보자 놀랬고, 배를 15분 후 정박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미 늦어진 시간표를 맞추려고 배에 속력을 빠르게 진행시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듯했다. 생생 지나가는

크고 작은 섬들을 구경할 틈도 없이 쓰러졌다.


옷장 앞으로 다가서다가 아오자이를 걸지 못하고, 아오자이와 함께 침대로 쓰러진 나는 그다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1층 계단에서 2층으로 올라가려다 계단에서 쓰러진 친구도, 키미테를 붙이고도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있던 친구, 이렇게 세 여자는 잠시 동안 정신을 잃었다.


 부랴부랴 키미테를 붙이고 배가 조금 잔잔해지자  살아났지만 머리를 부여잡고 두통과 불편한 뱃속을

움켜쥐어야만 했다. 이게 무슨 일인고? 에구야~~


식당에서는 늦은 점심이 화려하게 차려졌다고 한다. 사진사인 내가 쓰러지니 사진도 없다. 남편이 들어와 세 여인을 어찌해야 할지?  쿠르즈를 포기하고 육지로 나갈 것을 가이드와 의논하고 있었고, 멀쩡한 친구두명은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앞에 두고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고 한다.


1박 2일 쿠르즈 비용은 이미 지불되어 환불불가이고, 승선한 세 여자는 뱃멀미로 몽롱한 상태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해답을 찾고 있던 남편도 두 친구도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여행 온 첫날의 기분 좋았던 시간은 잊은 지 오래다. 그저 벗어나고만 싶은 쿠르즈였다.


잠시 후, 배가 정박하고 30분쯤이 흘렀을까? 다행히 두 명의 친구들은 정신을 차렸고, 네 번째 쿠르즈를 탔다며 자랑했던 나는 침대에 누워 양팔로 침대 끝을 잡고 사경을 헤매게 될 줄 정말 몰랐다. 코시국을 지내오며 나도 많이 약해졌다. ㅠㅠ그나저나 운동 마니아 친구는 왜? 쓰러진 거? 제주도 여인은?


 와중에 배꼽시계는 눈치 없이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빈속이라 더 멀미를 심하게 한 듯하다. 놀란 남편이 호박죽을 방으로 가져왔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호박죽을 떠먹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 식당으로 갔다.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보니 오스트리아에서 여행 온 눈이 파란 남자가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인사를 한다. 하이! '어머나 멋져라~~ 마치 예수님 포스다.' ㅎㅎ아직 내정 신이 혼미한 게다. 죽다 살아나 부활한 자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순 없지만 분명 내 옆자리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남자가 접시를 들고 먹어보라는 신호를 주었다.


  '별이 보이다니 별꼴 다 보겠네.'


아직 대낮인데 헤롱헤롱 하롱하롱 별이 보였다. 별 총사가 뭉쳐서 그런 건가? 친구 네 명이 코로나 이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이었는데... 이게 정말 무슨 일이냐고?? 서로를 보며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영어회화 더 열심히 공부할걸...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혓바닥이 굳고 멀미도 한터라 말을 아꼈다.

그 남자는 조용하게 미소 지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분명 배가 많이 흔들렸고 빙빙 어지러웠는데...

10명쯤 외국인들은 모두 젊고 생생했다.

하롱베이에 여행 온 오스트리아인
그림의 떡 (뱃멀미로 잃어버린 입맛)
굴 위에 치즈 듬뿍 음~~ 먹을만하네


쿠르즈 여행의 묘미는 먹는 것 ㅎㅎ 카누 체험을 패스하고 우리는 쉬기로 했다. 다들 피곤한 몸을 눕히고 실신한 여인 셋을 구한 남자는 코 골며 낮잠 모드에 빠졌고 별 총사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하롱베이 어디쯤에서 힐링 중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오자이를 갈아입고 3층 선상으로 올라가 우리만의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어스름하게 노을이 지려고 할 때였다. 다들 카누 체험을 나가고 한국인 6명만 남아있었다.


안 좋았던 추억은 더더 오래가며 트라우마를 남기지만 우리에겐 그 또한 좋은 추억으로 덧 입히는 방법을 안다. 건강하다고 자부해도 안되며, 즐거운 여행이 될 거라 큰 기대도 금물이다. 그저 많이 웃고, 행복한 기억을 많이 저축해 두었다가 힘들고, 어렵고, 괴로울 때 만기 적금 찾아 즐기듯 사는 거란 걸...


 30주년 결혼기념일 여행을 건강 때문에 미루었고, 어쩌다 여고 동창생들이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을 오게 되면서 여행은 남편을 포함하여 6명이 함께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끔 본 적이 있어 허물없는 사이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풀 스토리를 아는 친구들 ㅎㅎ

가이드 역할까지 하느라 남편도 애썼다.

함꼐라서 즐거웠던 여행 발자국




베트남 여행 첫째 날 (2022년 10월 27일)


"어머어머 어떻게... 세상에..."

"헐~ 대박사건 역주행이여~"

"오토바이 사이로 차가 다녀~"

"차선을 중앙에 두고 가네"

"신호등은 왜? 있는 거야? 안 지키네"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 다녀"

"어머나! 소가 풀 뜯고 있네 도로가에서"

"오토바이에 별걸 다 싣고 가네"

"오토바이는 몇 인 용인겨? 헐 4명이나...

"못살아 정말..."


하노이에서 호안끼엠으로 가는 동안 친구들은 입으로 운전을 하며 베트남의 도로현황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다며 아오자이를 사러 가는 길이다. 이곳도 러시아워(오후 5시~7시) 시간을 피해야 한다. 아오자이만 각각 고르고, 호수 구경과 시장 구경을 패스했다.

   

대신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릴랙스 ~마음도 척척 맞는 40년 지기 친구들의 자유여행은 시원한 맛사로 기분이 업!  업! 되었다. 저녁도 패스하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먹으며 7080 별밤 카페로 향했다. 우린 별 총사라서...ㅎㅎ( 쿠르즈 멀미를 모르는 상황이다. 하루 전날 )


편안한 소파와 커다란 스크린에서 7080 가요가  정겹게 들려왔고, 우리는 묵혔던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동안 왕 수다를 떨었다. "한국 같아서 참 좋네" 해외인데 친구 집을 방문하러 온 친구들은 편암함을 즐겼다.

맥주를 한잔하고 취하는 여인들 (술을 정말 못하는 순수녀들)


한잔해! 한잔만

여행 첫날은 우리 집에서 1박을 하기로 했고, 건강을 되찾은 남편을 위해 친구들은 홍삼 농축액을 사 왔다.


고맙다. 친구들아 ~~ 그날 밤늦게까지 왕수다는 이어졌고,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하노이 땅을 들썩였다. 과거 속 우리들을 찾아보았다. 여전히 흘러간 세월에 지지 않고, 푸릇푸릇하다. 하나도 안 변했다.(뻥이다)


옛이야기를 풀어내고, 현재의 이야기도 풀어내며 웃는다. 까만 밤 별이 모여 반짝임처럼 말이다.

소녀들로 잠시 돌아간 50대 여인들... 쿠르즈를 탈 생각에 설레며 잠이 들었다.





베트남 6년 차인 나는 하롱베이 여행만 네 번째 지만 남편은 일을 하느라 첫 번째 여행이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좀 저렴하게 쿠르즈를 예약했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타봤던 경험과 비교해보니 아끼려다 빙빙 돌아가는 코스로 하롱베이를 가게 되었고 럭셔리 여행을 하려고 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불평을 해야 할 친구들은 진심으로 괜찮다며 남편과 나에게 더 재미있다며 돌아 돌아가는 코스에 긴 기다림을 잘도 참아냈다. 하롱베이 가는 길이 험난했다. 덕분에 깍바섬을 지나다 바다 위로 케이블카도 보았고, 더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한국인은 우리 6명뿐이었다.


기다림의 시간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운 친구들... 처음이라 우왕좌왕했던 남편과 자꾸만 전에 탔던 쿠르즈와 비교되면서 나는 혼자서 두통이 생길 정도였지만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인생은 여행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다. 불평한들 나아질 게 없는데도... 계속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보다 없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여행은 현실을 견디어 내는 힘이다. 가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숨을 푹푹 내 쉬어보기도 하고, 두 눈을 감고 나의 마음을 토닥거려보기도 한다.


여행은 늘 변수가 따른다. 생각과 계획과 많이 다를 수도 있고,, 기대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 도있다. 집 나가면 고생인걸 아는데도 여행을 가려한다. 집 나와 비행기 타고 나를 찾아온 친구들이 다시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하롱베이 쿠르즈의 어질어질한 추억을 끌어안고 이보다 나쁠 수는 겠지... 하며

살아내고 있을거?ㅎㅎ 벌써  보고 싶다.


아오자이의 인증숏을  올려본다. 여고동창들은 어느새  50대 중반을 달리며 하롱베이 쿠르즈에 함께 있었다.

다음 여행때까지 모두 건강하자! 

하롱베이 쿠르즈 선상에서


여행 후기는 좀 더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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