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Nov 11. 2022

자전거 대신 전동차를 타고

 여고 동창 하노이 여행 2


교복을 입고 나란히 노란 개나리꽃 담장 아래

모여 사진을 찍었다. 노총각 국어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 교문을 나서던 여중생들이

담장 너머 여고생이 되었다.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빼곡히 수험번호가 적혀있던 담벼락에

우리들의 이름이 있었다.


그렇게 친구가 되고, 정을 나누며 함께했다.


2022년 10월 29일 ~가을날


낙엽 굴러가는 소리에도

깔깔깔 웃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반백의 나이를 먹고, 엄마로 아내로

값진 삶을 살아냈음에도 여전히 웃는다.

토닥토닥 몸과 마음을 보듬어 안아준다.


"애썼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사는 곳은 달라도 마음은 한결같은 친구들

서울, 인천, 부천, 제주도, 하노이댁이 모였다.

멋진 가을날 수채화 같은 소녀 감성으로

쿠르즈 여행을 즐기러 하롱베이에 왔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여러 나라에서 여행 온

외국인들과 함께 1박을 한 다음날 밥 몇 번 먹고

눈빛 몇 번 스쳤더니 금세 정이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ㅎㅎ"

원어민을 만나니 말문이 막혀서~~~ㅉㅉ


자전거를 못 타는 1인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갈 뻔

친구 한명을 한국도 아닌 베트남 오지 바닷가에

혼자 두고 자전거 투어를 할 순 없기에 우리는

의견을 모아 다 같이 전동차를 타기로 했다.

추가 요금 그까짓 거 하나도 아깝지 않다.


5명의 여인들을 감당하느라 애쓴 남편에게 

잠시 힐링의 시간을 주고자 함도 있었다.

혼자 자전거를 타라고 했더니 좋아라 한다. 

만약에 우리가 다 자전거를 탔더라면?? ㅎㅎ

상상에 맡긴다. 우리는 전동차를 타고 출발!

소풍 나온 여고생 모드로 신이 났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 콧바람이 최고!

답답한 마스크를 홀라당 벗고 자연과 호흡했다.

"아~~~~ 정말 조으당" 콧노래가 절로 난다.

암을 이겨내고 있는 친구의 머리에

휴게소에서 예쁜 모자를 선물해 주었다.


건강검진으로 우연히 알게 된 암 수술 후 빠진

머리카락이 다시 나고 자라는 중... 아직 짧다.

뱃멀미도 패스할 정도로 건강해져 보기 좋다.

웃음 제조기 오 ~~마담

"오 홀~~ 오마담 보바리 부인 같으오~"

친구가 건강해져 여행을 함께 와서 더 좋다.

같은 하늘 아래서 우리는 비올라 중창단이 되어

노래 부르게 됨이 더더더 좋았다. 학창 시절

하굣길에 소나기를 만나면 노래를 불렀었다.

나만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
......
여행을 떠나요 ~~ 음음음~

하하하 호호호 가사가 틀려도 좋고 ,

박자를 놓쳐도 괜찮고, 음정이 불안해도

뭣이 중한데... 지금 우리가 전동차를

함께 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해 ㅎㅎ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5명의 여인들이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를

들었다 놨다 하며 어깨를 들썩거릴 때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외국인들에게 파이팅! 파이팅! 도 외쳐주고,

그들이 원치 않아도 노래도 불러주며,

묻지 않아도 꼬리아 꼬리아를 외쳤다.


자전거로 지나가던 그들이 우릴 보고 웃는다.

그들이 원숭이인지? 우리가 원숭이인지?

알 수없지만 서로 즐겁다. 하하하하

여행은 모르는 걸 알아가기도 하고

아는 것을 모르는 척 눈감아 주기도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경운기를 듯 시골길을 따라 베트남 속

시골체험이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으니

살맛 났다.ㅎㅎ 동영상도 찍고, 나무 동굴도

지나고  '멀미여~ 안녕 ' 선언도 했다.

고생을 하고 나니 행복감이 두배로 커졌다.

자전거로 자연을 접수하다(남편이 찍은 사진들)

산과 강과 하늘로 이어진 자연 어디서나

자주 보는 자연풍경을 벗 삼아 자전거를 타고

일상 같은 편안한 여행을 즐겼다. 외국인들 속에

우리는 함께 있었다. 다국적 교류라고나 할까?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몸짓, 눈짓, 세계 공통어

바디랭귀지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자전거 대신 전동차를 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자전거 부대는 보이지 않았고, 우리만 1등으로

도착했으니 구경도 하고, 사탕수수도 얻어먹

진짜 진주목걸이, 귀걸이도 구입했다.


라이터에 불을 붙여 진주에 가까이 대도

그대로인 건 진짜 진주란다. 못난이 진주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귀걸이와 세트로 샀다.

한화로 6만 원 정도...

그때였다. 자전거 부대들이 도착했다. 남편이

자전거로 2등 했다며 자랑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목걸이값을 내주었다. 하하하


다섯 명 중 3명만 못난이 진주 목걸이를 샀다.

두 친구는 이미 진주 세트가 있어 패스했다.

베트남 하롱베이를 열심히 설명하는 가이드와

딴짓만 하는 외국인들 속에 우리도 있었다.

상점 안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롱베이 선상 속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길고 긴 인생길을 돌고 돌고 돌아온 듯하다.




이렇게 요렇게 포즈를 취하며 아오자이 샷은

마음속에 파노라마처럼 저장되었다.

친구가 찍어준 30주년 하롱베이 인증숏을

올려본다. 블루 블루 블루 한 부부샷

30주년 하롱베이

쿠르즈 선상 와인바에서 술병을 들고

술 취한 척 연기하는 친구들... 하하하

술 한 잔도 못하면서 농익은 연기라니..

한 동안 3층 선상의 여인들은 잇몸 만개를 하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우후 섹시하게...

라인 댄스를 추며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제주도 이 마담

해외 거주 7년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제주에 터를 잡고 사는 친구다.

아들, 딸, 남편과 제주시민이 되었다.

솜씨가 좋아서 가방에 거는 액세서리를

만들어 왔고 예쁜 수세미도 떠왔다.


부천  김 마담

두 아들과 야옹이 엄마로 야무진 친구다.

여행을 좋아해서 늘 여행을 다니며

늘씬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나를 위해 책 한 권을 공수해 왔다.


서울 장 마담

시부모님을  돌아가실 때까지

20여 년을 넘게 모시고 산 큰며느리다.

힘들었던 날도 많았지만

두 아들 잘 커서 취업에 성공했다.

10년 전 베트남 살이 2년쯤 하고

돌아간 친구다. 좋았던 기억만으로

안 좋았던 기억이 덮였으면 좋겠다.


인천 오 마담

세상의 유머는 다다 접수한다.

노래도, 웃음도 많은 친구다.

요즘 라인댄스에 푹 빠져 있다.

두 딸 잘 키워 결혼 준비를 슬슬 하고 있다.

암으로 4년쯤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이 또한 유머와 웃음으로 이겨냈다.


하노이 황 마담

해외 살이 6년 차 두 아들의 엄마로

남편이 건강을 되찾았고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년 차이다.

잠시 가르치던 일을 멈추고 세상 구경에

신이 났다. 이제는 하노이 생활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영원한 친구들 정말고맙다.(호떠이 )


하롱베이에서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길에서 보낸 시간들이

아쉬웠지만 언제 이런 날을 살아보겠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하노이 맛집

꽈난응온 (중화)의 음식들을 먹으며

먹는게 남는거 역시 여행은 먹방 사진이 최고!

하노이 맛집 꽈난응온에서

이렇게 다섯 명이 별 총사가 되었고

산을 랑하는 임 멤버다.(서사모)

각자의 삶터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여인들이 달러의 오름세에도 고고씽~~

하노이에서의 추억을 남기고 돌아갔다.


나만 힘든것도 아니고 누구나 쉽지않은

삶을 살아내느라 버겁지만 좋은 추억과

힐링을 통해 마음관리를 잘 하며 현재를

살아가는것이다. 어느새 어른이 되고

세상이치를 조금은 알게되는 나이가 되니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음을...


느리게 페달을 돌려도 도착지에 이르고

빠르게 바퀴를 달아도 도착지에 이른다.

서두르지 않아도 조급해 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세 여자가 실신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