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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15. 2022

아보카도 씨 에게 배워요.

기다림


첫째, 대단해 씨

둘째, ~홀씨 

셋째, 쫄지마 씨


베트남 타이빈 시골길 할아버지의

허름한 리어카에서 사 온 아보카도 삼 형제

저렴한 가격에 두 개를 사고, 덤으로 한 개 더

골라 담았다. 알맞게 익는지라 그날 바로

한 번에 샐러드와 비빔밥에 넣어 다 먹었다.

덩그러니 남아있던 아보카도 씨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두었다.


물을 다 먹고 비운 페트병 윗부분을 자른 후

거꾸로 꽂아 씨를 담가 두기로 했다.


2022년 6월 14일


삼 형제는 나란히 작은 페트병에 둥지를 틀고

아무런 변화도 없이 , 몇 날 며칠이 지났다.

물만 가끔 갈아주며 관찰했다. 일주일, 이주일,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났다. 고개를 갸우뚱?

기다림이 길어져 포기할 때쯤...

대단해 씨는 제일 먼저 흰 뿌리를 내렸고

씨앗에 틈을 만들더니 작은 줄기를 세웠다.

큰잎을 보인 대단해씨, 작은잎을보인 오홀씨, 가운데 미동없는 쫄지마씨다.


그 옆을 지키던 오 홀~씨는 외출 후,

돌아와 보니 뜬금없이 작고 흰 뿌리를

급하게 내린 듯했다. 온몸을 반으로 쪼개고

가는 줄기를 뿜어 올렸다.


"참 애썼네  애썼어~~"


대단해 씨에 이어 오~ 홀씨도 뿌리와 줄기를

보이더니 폭풍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오홀씨 첫잎은 이런색

쫄지 마 씨는 이미 쫄았다.

분명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물에 담가 두었건만 아직도 나올 생각이 없다.

대단해 씨와 오~ 홀씨는 이미 잎사귀를

한 개, 두 개, 세 개나 보이며 이쁨을

듬뿍 받았다.셋째, 쫄지 마 씨는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다.


씨를 들어보고, 돌려보고, 살펴봐도 뿌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시커멓게 온몸이 멍들어 가는 듯했다.


"괜찮아 기다릴게, 쫄지 마!"

" 너도 해낼 수 있어!"


물에 담근 지 5개월째가 되자

대단해 씨는 어느새 초록잎을 여섯 개나

푸릇푸릇 달고 나무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 홀씨도 연한 초록빛 잎사귀를 일곱 개나

뽐내며 멋지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쫄지 마 씨는 아무리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뿌리만 내린 채

조용하다. 또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쫄지 마 씨, 언제 잎을 보여주실 건가요?"


두 개로 나뉜 틈으로 줄기를 뿜어 올린 첫째,

둘째와 달리 셋째는 세 개로 온몸을 쪼개고

그 틈으로 줄기를 겨우 뿜어 올리고도

잎을 피우기가 힘들었나보다...

어찌나 안타깝던지...

첫째의 줄기 뿜기
셋째 쫄지마씨는 드디어 줄기를


매일매일 "힘내라 힘내"를 외치며 응원했다.


아보카도 씨를 여러번 키워 보지만 이토록

기다림이 길었던 적은 처음이다.

배앓이를 하고도 변비가 되어

시원한 쾌변을 볼 수 없는 답답함이

이런 게 아닐까?




2022년 11월 3일

 

대단해 씨도 오~ 홀씨도 쫄지 마 씨도 멋지게

5장 이상의 잎사귀를 달고 당당하게

거실 티비장 앞에서 폼 잡고 있다. 이렇게

첫 잎사귀를 뿜어 올린 대단해 씨와 뒤늦게

뿜어 올린 쫄지 마 씨와 많은 차이가 없다.

오른쪽부터 첫째 둘째 셋째아보카도씨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면

되는 거다. 기다림의 시간들이 지나가

어느새 모양새를 갖춰가는 아보카도 씨들


아보카도 씨의 변신은 쭈우욱 계속될 예정이다.


2022년 11월 15일 아침

대단해 ~

~

쫄지 마 ~~

어느 씨가 먼저이고? 나중인지?

티도 나지 않는다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로 때가 되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뿜어내고, 잎사귀를

달고, 열매를 맺듯이 분명히 잘 해낼 거라고

믿고 기다려 주면 되는 건데... 쉽지 않다.


"냅둬요 증후군"에 걸린 아이의 치료법은

아이가 홀로 일어서도록 돕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엄마들은

불안해한다.공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이며 행여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달리면 되고,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 더 멀리 오랫동안

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믿음을

가지고 충분히 기다려 주는 부모가 되어야

함을 알지만 사사껀껀 간섭하면서 아이를 더

힘들게 하고있다.

지나친 감시와 통제는 자율성 발달을 저해한다.

충분한 격려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스스로 작은 성취를 통한 자신감은

불가능 을 가능하게 하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준다. 과잉보호나 과잉기대로 인한

'냅둬요 증후군'에 걸린아이를 살려낼 방법은  


"널 사랑해, 널 믿는다, 네가 자랑스럽다."


이 문장을 적절하게 써줘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지금 실천해야 할 말이다.


아보카도 씨를 키워낸 6개월 동안의 관찰로

배운 점적당한 온도와 햇빛

그리고 물갈이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을

통한 뜸 들이기가 중요함을... 알았다.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까지

밥 먹을 시간도 잠잘 시간도 놓치며

애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애씀과 수고를 알기에 조금만 더 기다림의

시간들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쫄지 마 씨처럼

조금 늦게 잎을 피워도 당당하게

커다란 나무가 될 것이며 열매를 맺는 때가

반드시  있으니 가다리자.

쫄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는 아이로

키우려면 지금 한발 멈추고 기다려야 한다.


수험생과 부모님들 모두 힘내세요!!

파이팅! 파이팅! 입니다.

기다림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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