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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25. 2022

가을날 사치로움을 즐겼다고?

누구랑? 어디서?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한국은 벌써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옷깃을 여민다지만 이곳 베트남 하노이는

이제서 초가을의 문턱을 살짝 넘긴 날씨다.

결혼 후에도 워킹맘으로 사느라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오전 중 출발하여 오후

3시~4시에 돌아오는 평일 나들이는 사치였다.


베트남에서는 이 사치로움이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두 아들이 취업을 하고 나니 뭔가

나가야 할 지출도 줄어들었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만해졌다.

솔직하게 놀고 싶은 마음에 긴 ~쉼표를

찍으며 남편 내조와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코로나 백신 이후 남편이 이곳저곳 아프기도

했고 병원 치료차 한국을 가게 되어 잠시

모임에 두세 번 얼굴을 비쳤뿐이다.

그럼에도 브리스가 회원들의 관심과 기도로

남편의 회복에 도움이 되었고, 

힘든 시간들을 잘 보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하노이로 돌아온이후

브리스가 회원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중이어서

서로 이름만 아는 사이도 있고, 얼굴만 아는

사이도 있었다. 몇 분 빼고 그저 낯설었지만

가을 나들이를 간다기에 무작정 참여를 했다.


 15명이 모였다.

 작은 버스를 타고 서로 인사를 하고 출발!


 따끈따끈 군밤 준비해서 나눠 주신 분 덕분에

분위기는이미 따끈하고 화기애애했다.

추억의 불량식품이 영양간식으로 둔갑했다.

옛날 쫀드기인데 고구마 맛? 밤맛? 반반이다.

길쭉하게 아래로 찢어 나눠먹는다. 질기고도

단맛 ㅎㅎ 인생의 맛이랄까?


색색별 아폴로가 등장했다. 한두 개씩 입에 물고

어릴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과 사 먹던

추억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이 귀한걸 하노이에서 먹게 될 줄이야~~

역시 추억은 아름답다. 하하하 호호호


간식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동안 무사히 에코파크에 잘 도착했다. 

이것저것 도시락과 음식을 낑낑 들고

산책코스를 걸어가며 호수를 바라본다.

마음은 이미 호수처럼 넓어졌다.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 앞
에코파크





가는 길마다 꽃과 나무와 바람이 솔솔 분다

호수에는 백조와 흑조가 노닐고, 구름도 하늘도

친구가 되어 따라온다.  꼬맹이들이 산책을

다녀오며 인사를 한다. 귀엽다. 찰칵!

베트남 꼬맹이들 헬로! 헬로!


일단 짐들을 내려놓고 음식을 차린다. 서먹하고

뻘쭘하기보다는 원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편안했다. 반백의 나이를 먹으니 처음 보는

누군가와도 친밀감이 생기는 듯하다.


나만 그런가?


새벽부터 육수 내어 국을 끓여 보온 병세 개에

담아오신 분께 너무 수고가 많으셨어요 하자

"국이 저 혼자 펄펄 끓었어요

저는 담아오기만 했어요"

"아~~~ 하 그렇군요" 그러자 고기를 볶아오신 분은

"고기가 고추장을 바르고 온몸을 비비더니

프라이팬에 가서 혼자서 구워지더라고요"

하하하 그럴 수도 있군요 ~~


찰밥멘밥도? 고들빼기김치도.... 다들

상추두부 탕수육? 조미김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따라왔다며 하하하 ~~

경치도 좋고, 비워진 속을 채우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찰밥과 진수성찬은 브리스가 회원들
과일꽂이는 아이리스 작품 ㅎ


집 밖을 나오니 참 좋다. 오랜만에 폭식했다.

여럿이 먹으니 밥맛도 좋다. 커피 한잔까지

마무리하고 빙고게임을 했다.

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과일 이름, 나라 이름 , 하하하하 즐겁다.

호호호 50대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담장 밖이 아니라 타국 땅에 울려 퍼진다.


사진도 찍고, 이렇게 저렇게 단체사진도 찍고

드디어 윷놀이가 시작되었다.

짝을 지어 가위, 바위, 보

이긴 팀과 진 팀으로 나눴다.

한분이 남는다. 심판하기로 했다.


이긴 팀이 선이다. 진 팀에게 잡힌다.

이긴 팀이 던진다. 진 팀이 추월한다.

막상막하로 가다가 진 팀이 승승장구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다

4개의 말이 한가운데 있었는데 잡혔다.


진 팀이 지고 있다. 기세는 이긴 팀이다.

그러나 역전의 묘미 다시 잡혔다. 진 팀이

이기고 이긴 팀이 졌다. 나무토막 4개의

운명은 진 팀에게 손을 들어주었고

이긴 팀은 쿨하게 박수를 쳐주었다.


윷놀이 한판 뒤집기는 웃음바다였다.

표정과 눈빛 그리고 포즈를 글로만

담기가 너무 아쉬울 정도이다.


윷놀이 한판(마무리는 모다)

선물 받은 자와 못 받은 자 모두 웃음을 품었다.


그 후, 산책코스 한 바퀴 으쌰 으쌰 완주팀과

가방과 짐을 지키며 노세 노세 팀으로 나뉘었다.

난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이곳저곳

주위의 사진을 찍으며 혼자 놀기에 빠졌다.

으쌰 으쌰 완주팀이 오지 않는다.

에코파크의  모습

노세 노세팀 중 한 분이 카페에 가서

수박주스와 레몬주스를 시키고 오셨다.

시원하게 원샷!!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윷놀이의 짜릿한 후담을 나누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영양 보충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사는 게

사치로운 행복이 아닐까? 하노이에서

추억을 함께한 브리스가 회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2022년 11월 17일 가을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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