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라~
공생이란?
생물학에서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이
서로 상호작용을 통하여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수개미를 만난 지 꼬박 28년 차, 우리는 서로 일개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쉬지 않고 일하며 행복을 꿈꿨다. 수개미와 여왕개미가 만나 일개미를 둘이나 낳고 사는 동안 여전히 일중독 수개미 남편은 일개미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며 나는 여왕개미로 슬슬 세상 구경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가정을 지키느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건 인정하지만 가족 외에 일로 엮인 많은 사람들을 챙기고 돌보느라 자기 자신을 헌신하는 일중독 수개미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도움을 요청하면 무조건 달려 나간다. 한국에 두고 온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일하는 사람들이 외로울 것 같다며 밥을 함께 먹어주고... 늦게까지 놀아준다.
일개미 남편의 그 모든 걸 이해하고 따라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일개미로 사는 남편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을 챙겨주느라 바쁜 일개미 남편 덕에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냈으며 혼밥(혼자 먹는 밥)을 자주 먹게 되면서 여왕개미는 타국 살이 속 불평과 불만이 커져갔다.
"나도 외로워요! 당신만 믿고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혼자 나와 있는 한국 사람들 그만 챙기세요~"
급기야 여왕개미는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을 하려면 미팅도 해야 하고 식사도 하며 술 한잔도 해야 하기에 무조건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개미 남편은 조금씩 변했고 나는 악역을 맡아가며 가정의 행복을 지켜내려 애썼다. 착한 심성을 가진 일개미 남편은 일과 사랑 사이에서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일 핑계로 긴 시간을 나가 있는 동안 아내는 육아며 교육이며 집안일을 홀로 다 짊어지고 힘겹게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음을 알고 있는지?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가족을 위해 시간을 비워놓는 아버지로 남편으로 살아주길 바란다.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산책 한번 저녁 한 끼 바라는 거다.
달라도 너무 다른 28년 차 부부의 일상 속으로
돈가스와 일식을 좋아하는 여왕개미/ 된장국에 김치와 밥을 꼭 먹어야 하는 일개미
여행을 즐기는 여왕개미/ 놀 줄 모르고 일 만 하는 일개미
시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 일개미/ 백화점 식품관으로 쇼핑가는 여왕개미
물을 사서 들고 오는 일개미/ 물을 배달시키는 여왕개미
만두를 사 먹어도 되는 여왕개미/ 만두 빚기를 좋아하는 일개미
냉장고를 꽉 채워야 기분 좋은 일개미/ 비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왕개미
슈퍼마켓을 털어오는 일개미/ 필요한 것만 적어서 사 오는 여왕개미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왕개미/ 떡볶이 속 어묵만 좋아하는 일개미
짜장? 짬뽕? 노노 볶음밥
국수? 라면? 노노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사이다? 콜라? 노노 여왕개미는 오렌지 주스
단팥빵? 크림빵? 노노 소보르빵
수박? 참외? 노노 파인애플
일개미와 여왕개미는 취향도 입맛도 맞는 게 별로 없다. 둘 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골프도 열심히 치는 일개미에 비해 여왕개미는 슬슬 사진 찍으며 여유로운 라운딩을 즐긴다.
두 시간을 운전하여 바다에 데려다준 일개미
따라가기만 했는데도 피곤한 여왕개미
시원한 얼음 동동 맥주 한잔! 구운 한치와 지포로 입이 즐겁다. 동감?
모래사장을 맨발로 들어가 물 만나 신이 난 여왕개미
일개미는 멀리서 사진만 찍어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왕개미는 저녁노을을 찍다가 잠이 들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한 일개미는 짐을 들어 옮긴 후 삼겹살을 굽고 밥을 하고 국도 끓인다.
여왕개미는 베란다 구석에 봉오리 진 꽃망울을 보며 소파에 앉아있다.
집안일을 즐기는 일개미와 집안일이 귀찮아진 여왕개미
초콜릿으로 피곤을 덜어주려는 여왕개미와
약국에 들러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챙겨주려는 일개미
부부로 산다는 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룰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여 마음을 표현하며
유리그릇처럼 깨지지 않게 서로를 아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찌했는데... 과거의 희생과 헌신은 사랑이었고 행복이었고 추억으로 간직하자!
베트남 하노이에는 집 앞이나 공원에 커다란 몸집의 화로가 많이 있다. 이것저것 불태워 버리는 화로이다.
가끔은 줄을 서서 버리기도 한다. 처음엔 이 광경이 신기했다. 지금은 나도 가끔 마음속의 불덩이를 이곳에 살짝 내려놓는다. 산책하면서 이곳을 지날 때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차원이 다른 여자와 남자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여왕개미와 일개미로 공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