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뭐 하세요?

베트남 하노이 중국요리 먹어요!

by 아이리스 H


뿌연 안개비가 30층 높이까지 꽉 차오른 날씨다.

하루종일 창문 밖은 보이지 않고 오후가 되어도

건물들이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몸도 으슬으슬 춥다.

습한 기운에 컨디션도 다운되었다.


베트남 하노이는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거의 한 달 즈음 이런 날씨가 오락 가락 한다.

여행시기를 잡으려면 이 시기를 피해야 한다.

제습기를 하루종일 틀어도 해소가 안된다.

맑은날과 흐린 날의 차이 (2월6일)

날씨도 우중충하고 꾸물꾸물 찐득찐득한

이런 날 집콕 하면 쓸데없이 우울해진다.

갱년기 아줌마의 스트레스 수치가 둥글게

포물선을 그린다. 오르락내리락 ~

번개팅 교사모임이 있는데...

이불속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갈까? 말까? 망설임이 생겼다.

흐린날&맑은날

날씨는 흐리지만 맑은 날을 상상하며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겉옷을 걸쳤다.

노란 우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는 오늘따라 더디 온다. 늦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택시를 콜 했다.


느리게 느리게 시간이 가고 있지만

약속시간이 늦어져 미안함이 생겼다. 택시가

빠르게 가길 원했지만 비 때문에 천천히 간다.

게다가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에휴~~ 괜히 나왔나? 날씨도 흐린데..."


쯧쯧 혀를 차는 사이 번개팅 장소에 도착했다.

갱년기 아직 안온 분들과 갱년기에 접어든 분들

갱년기 중간쯤에 서 있는 선생님들은 오래간만에

베트남 속 중국요리를 맛보러 부지런을 떨었다.

평일 점심 약속 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 이런 날엔 맛난 거 먹어주는 게 최고야!"


회전 식탁을 돌리며 9명의 선생님들은

글로벌하게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번개팅을 통해 우울감을 조금

이나마 해소시켜 보고자 했다.

날씨 탓을 하며 쑥떡 거리는 사이에

두 분은 숙제를 하듯 꼼꼼하게 메뉴를 골랐다.


"난 처음이에요~ 메뉴판 봐도 몰라요"


몇 분의 선생님은 음식 이름도 모르고, 사진을 보고

손가락으로 체크하여 시킨 음식들이 나올 때마다

와아 ~우아~ ㅎㅎ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사진으로 담았다. 다음에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중국어와 벳남어, 영어로 표기된 메뉴판

보다 사진을 보여주는 게 쉬우니까...


꼬르륵꼬르륵 배꼽시계가 점심을 알린다.


회전식탁을 손끝으로 빙빙 돌리면서 음식을

내 안으로 들인다. 우울했던 내 마음도 조금씩

빙글빙글 돌아서 180도 회전을 하고 있었다.

별거 아닌 일에도 웃음이 났다. 360도로

돌리며 속을 채우고 나니 날씨는 흐렸지만

마음엔 행복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집에서 나오길 잘했다.

혼자 있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웃고 이야기해 보니

나만 우울한 게 아니었고,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골고루 선별하느라 애쓴 두 분 덕분에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가성비도 좋았다.


1. 오잉? 이것은?


도톰하고 큰 가지를 반으로 갈라

찹쌀풀 옷을 입혀 튀겨낸후 가지 위에

걸쭉한 소스를 얹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겉 바싹 속 촉촉 새콤달콤 맛있다.

고기인 줄 알았는데... 가지였다.

가지요리

2. 오 홀~~ 이것은?


누룽지를 돔형으로 커다란 접시 위에

집을 지었다.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이글루 모양이다. 그 위에

버섯과 고추를 잘게 잘라 소스를 부었다.

커다란 숟가락으로 가운데를 힘차게 통~

내려친 후, 먹기 좋게 작게 통통 부셨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맛 속은 비었다.

소스를 올려 겉 쫀득 속 바싹

깨어진 누룽지 조각들을 냠냠 먹었다.

3. 와우! 이것은?


초록초록 하다.

마늘 다량으로 찧어 넣고, 호박잎과 비슷한 모양의

수수볶음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벳남요리다.

두 접시나 시켰는데... 직원의 실수로

한 접시만.... 나물을 좋아하는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수수볶음

4. 어머나? 이것은?


중국요리인지? 한국요리인지? 벳남요리인지?

정체불명의 새우요리가 꼬리를 바짝 들고 입장

발라당 속살을 보이고 누워있다. 껍질을 벗기고

음~ 깔려있는 당면을 얹어 한입 식감이 부드럽다.

새우를 좋아하는 나는 두 마리나 먹었다.

5. 꼬물꼬물 이것은?


중국만두? 작은 고기야채 만두가

익혀져 다시 프라이팬에 구운 듯 따스하게

올라왔다. 땡고추 썰어놓은 간장소스에

꾹 찍어 한입 베어무니 육즙이 나왔다.

쓰읍 ~~


6. 뭐야 뭐야? 이것은?


매콤하게 말린 고추와 야채 볶음

이리저리 좌우로 볶은 후 통후추와 함께한

콩껍질? 야채볶음이 매콤했지만 입속이

개운했다. 콜라가 당겼지만 꾹 참았다.

이렇게 남이 해주는 음식이 입에 짝짝 붙지만

그래도 김치와 고추장이 생각났다.

동치미라도 한 사발 들이키고 싶었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는 요리가 있다.

꽃빵대신 밀가루를 넓게 원모양을 두 번 접어

파와 양념고기를 싸 먹는 거였다. 그리고

양념 없이 그냥 간장만 두른 볶음면이다

접시가 점점 비워져 갔고 우리는 일어났다.

딩 타이핑(하노이)

뿌옇게 안개비가 내리던 날

9명의 선생님들은 하하 호호 웃으며

중국요리로 우울감을 이겨냈다.

이런 날엔 매운맛, 달콤한 맛, 짠맛을 골고루

먹어줘야 우울감이 사라진다.


나만 그런가?


타국살이 만만치 않고, 늘 뿌연 안갯속을

헤치고 살아가는 처지이다 보니 모두들

서로의 마음을 잘도 공감한다.

하하 호호 웃다 보니

날씨핑계 우울감은 사라졌다.


여전히 오늘도 흐리다. 봄이 오려고 겨울이 잔뜩

찡그리고 있다. 곧 봄은 올 것이고, 우리 마음은

맑음을 되찾을 것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을

갖는 2월... 날씨탓 하지 않고 삶의 균형을

잘 조절하여 넘어지지 않으련다.

우울할 때 뭐 하세요?

보이지 않는 미래의 걱정보다는

안개비가 그치고 나면 달려갈

희망을 준비하며 기다림을

즐기시길요~~~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