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계절이 앞서 왔다.

호박잎 애찬론

by 아이리스 H

"그대는 어쩌다가 호박잎으로 태어나 나에게 오시었소?" 베트남 비옥한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고 있었다니... 정녕 몰랐소 8년 차 아이리스는 기겁할 뻔했소


"그대의 진가를 몰라봐서 정말 미안하오. 이제야 알게 되다니 세월이 덧없이 흘러갔구려..."


베트남은 4월이 여름이라오. 짧은 봄이 지나니 온 세상이 초록초록하오. 그대의 온몸이 연둣빛에서 초록빛이 되어 나에게 와주다니 정말 반갑고 행복했소.

노란 호박꽃이 피기 전, 그대의 줄기에 솜털이 뽀쏭하였소.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그라데이션 되어가는 호박잎이 그리운 추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구려~


내 손보다 훨씬 커 보였던 호박잎은 이제 내 손만 하오. 손바닥을 다 가리고도 남고, 얼굴을 가릴 만큼 큼직한 호박잎을 보면 초록의 계절 여름이 성큼 다가옴을 알게 된다오.


그대는 담장아래 넝쿨이 되어 뻗어 나갔소. 줄기옆으로 가늘고 길게 꼬불한 줄을 말아서 용수철처럼 담장을 타고 오르거나 나뭇가지를 타고 오르기도 하였소.


참! 신기하다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이치와 자연을 기막히게 들여다보는 여유와 지혜가 생기고 지난 추억과 기억을 가져올 수 있는 삶의 풍부함을 누리며 살게 되는 것 같소.


굳이 그대 호박잎의 효능을 말해보고 싶소. 매력덩어리라 표현하고 싶소 그대는 내 사랑

피부미용, 눈건강, 변비예방, 혈관건강,
염증개선, 체중감량 다이어트 등...
피로해소, 항암작용, 면역력 강화...


어찌 이리도 좋은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라서 한국에서는 호박잎이 나올 7월 즈음 잠깐 먹었던 기억이 나오

그대를 알고 나니 더더 사랑하게 되었고 그대를 찾으러 재래시장을 다녀왔소이다.




구수한 강된장에 호박잎 싸서 한입!

여기는 한국인가? 하노이 인가?

베트남 하노이입니다.


반달 양배추여사는 지루함을 달래고자

초록초록한 호박잎 쌈으로 잠시 갈아탔습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

밥 한 톨의 힘이 최고랍니다.

뱃속이 든든합니다.

베트남직원들이 시장에서 호박잎을 공수해서

다듬고 줄기와 연한 잎을 따로 담아

보내주었습니다.


한솥밥을 먹는 베트남 직원들은

의리의 미녀 삼총사입니다.

사모님 이라기보다는 언니처럼

서로의 가정사에도 관심을 갖고 잘 챙깁니다.


베트남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을

말만 하면 구해다 주곤 하는데...

시골에 가면 지천이었던 호박잎

이곳에서 구하기 힘든 야채였고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자우몽, 모닝글로리, 수수

볶음이 한국 느낌이 나는 야채입니다.


연핑크 봉투에 가지런히 호박잎

연한 가지와 분리되어 담겨 있습니다.

호박잎에 감동 감동!!

그 어떤 선물보다 ....

질긴 부분을 벗겨내고 다듬어

물에 씻어 찜기에 올려 쪘습니다.





찜기에 쪄서 물기를 짜내고 강된장을 만들어

호박잎을 펼쳐서 밥에 강된장을 올려서

야무지게 동글동글 쌈 싸보았습니다.

호박잎이 갱년기 건망증에 좋다더라

다이어트에도 좋다더라 건강식이라더라

그러니 맛나게 간편하게 먹었습니다.


전통 한국식 호박잎 쌈대신 베트남사람들은

나물처럼 볶아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바로 따라 하기를 해보았습니다.


살짝 데치듯 쪄낸후에 마늘 듬뿍 간장 들기름

깨소금을 넣고 프라이팬에서 뒤적뒤적하면 끝

부드럽고 입안에 착착 붙는 맛이었습니다.

호박잎이 나물로 재탄생했습니다.



한국엔 아직 호박잎이 없을 듯합니다. 이곳 하노이는 여름이 시작되었고 호박잎의 계절이 먼저 왔습니다.


벼이삭이 초록초록!

나무와 풀들이 초록초록!

호박잎이 내 안에 들어오니

마음도 초록초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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