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면 어떠하고?
아들이면 어찌할꼬?

by 아이리스 H

우아~좋겠다.

이게 웬 돈이야! 게다가 상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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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보고 있나?


카톡 프로필에 이 사진을 올린 여인은 진짜 행복한 엄마다.

딸이 셋이나 있는 꽃보다 예쁘다는 그 엄마는 이탈리아 여행 중 처음 만나 가끔씩 소식을 주고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여행하는 동안 딸들은 엄마를 챙기고 엄마는 딸들에게 이것저것 사주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하하 호호 깔깔 어찌나 달달한지? 그런 모습이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아들만 둘인 나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는 엄마였다.


"언니 나 너무 감동받고 행복해요"

내 생일에 딸들이 요래 요래 상장을 만들어 주고 현금도 두둑하게 챙겨주었다며...

"부럽다 부러워"

"아들아? 뭐하냐? 나도 이런 거 받고 싶은데..."

"아들아? 취업은? 나도 아들에게 밥 한 끼 얻어먹고 싶다."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작은 아들

"엄마, 오늘 스케줄은 어찌 되시나요?"

"왜? "

"나랑 점심 데이트 어때여?"

"웬일? 오 홀~ 시간은 있다만"

" 엄마, 오케이!"


작은 아들은 다정다감하고 살갑다. 딸처럼(완전은 아니지만 )...

길을 걸을 때도 손을 잡고 발폭도 맞추어 천천히 걸어준다. 그리고 뭐가 먹고 싶은지? 갖고 싶은지? 하고 싶은지? 늘 곰살맞게 물어본다. 그런데 요즘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나에겐 관심이 덜 하다. 오랜만에 데이트 신청에 난 콧노래를 부르며 신이 났다.


점심메뉴는 치즈 닭갈비로 정했다.

하노이 빈컴센터 4층에 도착하여 아들과 나란히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을 살짝 지나간 시간이라 자리가 많이 있었다. 아무 데나 앉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숫자가 보였다. 22번 ㅎㅎ사소하지만 순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은 나무주걱으로 불판에 올려진 닭갈비 양념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휘저었다.


흠흠~ 익어가는 냄새가 폴폴 풍긴다. 뱃속도 꼬르륵꼬르륵... 밥도 라면사리도 볶았다. 그리고 치즈를 하얗게 둘른 채 김이 모락모락 군침이 돈다. 치즈에 돌돌 말아 한입!! 맛있다. 냠냠!! 쩝쩝!! 허기진 배를 채우며 얼음 동동 띄운 콜라 한잔 비워 가는 동안 사랑도 행복도 차올랐다. 밥 한 끼가 뭐라고??


식사 후, 후식은? 홋카이도 치즈 아이스크림!! 가게 앞 가짜 벚꽃에 치즈 아이스크림을 찍어본다. 금방이라도 벚꽃잎이 내려앉을 듯... 그러나 가짜 벚꽃이다. 가짜면 어떠하리 지금 내 마음에 꽃이 피었는데...

딸이 좋다지만 아들도 괜찮다. ㅎㅎ 살살 녹는 치즈 아이스크림처럼 아들과의 데이트는 너무 좋았다.

KakaoTalk_20210416_231921125.jpg 아이스크림을 든 아들 ㅎㅎ

할머니? 보고 계신가요?


아들 아들 노래를 부르며 아들 선호 사상이 강했던 충청도에는 나의 친할머니가 계셨다. 착한 울 엄마는 그 옛날 9남매의 장남과 결혼하여 시누이 다섯과 시동생 셋인 집의 큰며느리가 되었다.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하는 유교문화 속에서 첫딸을 낳았다. 쯧쯧.. 시집살이를 하는데 둘째로 또 딸을 (바로 나) 낳았다.


할머니는 아들을 못 낳았다고 구박하며 내쫓으셨다. 그래도 아버지는 산밑 허름한 집을 세를 얻어 두 딸과 엄마를 구하고 함께 사셨다. 그 후, 남동생 둘을 낳았고 엄마는 조금 당당 해졌다. 그제야 할머니는 며느리로 인정했고 남동생을 첫 손주라며 가문을 잇고 훗날 본인 제사를 지내줄 거라시며 티 나게 남동생만 이뻐하셨다.


어린 시절 남동생 생일이면 액운을 막는다며 팥 단지를 머리에 이고 우리 집에 오는 할머니가 싫었다. 그럼에도 맛난 팥고물 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늘 아들 우선주의였던 할머니는 깜깜 한밤 제삿날에 행여 딸들이 먼저 할머니 댁으로 들어오는 것도 싫어하셨다. 명절이고 제사고 늘 아들아들 난 조금씩 할머니를 미워했다.


내가 미운 오리 새끼인 줄 몰랐다. 날 낳고 쫓겨난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 흐르는 묘한 눈빛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함박눈이 처마 밑까지 쌓이고 엄동설한의 혹독한 겨울날 추위를 견디며 엄마는 날 낳으셨다. 몸조리도 못한 채 추운 방에서 애쓰신 엄마는 울면서 이불로 날 덮어 놓으셨단다. 아들이 아니라서...


듣고 계신가요? 할머니?


응애응애!! 아기는 밤새 울었고,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우셨다고 한다. 하도 약해서 사람 구실도 못할까 봐 호적도 늦게서야 올렸다고 한다. 어쩌면 난 세상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가슴이 먹먹하다. 엄마는 아들 못 낳고 죄인 취급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나가서 살겠다며 따뜻한 봄날 두 딸을 안고 집을 나오셨던거다.


시댁은 엄마의 전쟁터였고 난 엄마 편에 서 있는 꼬마병정이었다. 할머니의 부당한 대우나 시누이(고모) 들의 차가운 시선과 말투에 바른말을 하는 파수꾼 딸, 엄마는 그런 나를 혼냈지만 속으로는 사이다처럼 시원했을 거다. 그냥 엄마의 노동과 희생과 헌신이 불쌍했다. 언제나...


아버지의 이름은 동네 사람들이 지어주었다고 한다. 효성이 지극해야 한다고 효성으로 장남답게 아버지는 효자였고 동생들을 위해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큰아들 역할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할머니는 80넘어 막내 아들네 집으로 가신 후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다. 그토록 아들아들 하시다가... 딸을 다섯이나 낳았음에도 좋은 소리 못 듣고 그렇게 고달픈 삶을 살고 가셨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효자 아버지는 꺼이꺼이 우셨다.

아들아들 타령만 하시다가 하늘나라 가신 할머니의 인생도 불쌍했다.

80세가 넘도록 평생 어머니를 돌보고 뒷바라지한 것이 공수래공수거로 끝이 났다. 어느새 아버지는 80세가 넘었다. 하지만 가끔 내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면 좋은 일이 꼭 생긴다. 난 할머니를 그토록 미워했는데... 하늘나라에서 미안함을 용서받고 싶으신 건가?


난 어릴 적 할머니 심부름도 곧잘 했고 할머니가 울 엄마를 괴롭힐까 봐 늘 가까이에서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할머니는 안 계신다. 다만 내 기억의 저장고를 흔들면 꼬물꼬물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날 이불로 덮어 두어야만 했던 울 엄마는 나에게 정말 미안했다며 눈물을 훔치신다. 난 그런 엄마를 사랑한다. 그리고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있다. 덧 없이 흐른 세월만큼이나 허무한 기억이다.


딸이면 어떠하고? 아들이면 어찌할꼬?? 다 소중한 생명인 것을... 첫 손자라고 늘 팥 단지를 해왔던 할머니는 제삿밥을 여전히 얻어먹으니 잘하고 가신 건가? 긴 세월 울 엄마는 시댁의 많은 제사와 명절과 손님으로 북적거렸던 시댁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늘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기며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그래서 복덩이 며느리가 둘이나 엄마 곁에 있다. 폭풍우를 견디어낸 울 엄마의 노후는 할머니의 억지와 아집으로 낳은 두 아들 덕분에 행복해 보인다.




아들아? 보고 있나?

두둑한 용돈도 필요 없고 상장도 괜찮으니 맛난 밥 한 끼면 충분하다.그리고 축하한다. 취업을...이글을 쓰는동안 좋은소식이 왔다. 두끼면 두배로 행복해진다 ㅎㅎ(큰아들 한끼, 작은아들 한끼) 공짜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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