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달인
저 푸른 초원 위에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이사는 힘들다. 알면서 나는 짐을 싼다.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싫증을 빨리 내는 타입이기도 하지만 불편한걸 잘 견디지 못하며 참을성도 없다. 그래서 이사를 엄청하면서 살았다. 또 이사 갔어? 그렇다 28년 결혼생활을 하며 두 아들을 키우며 난 10번이 넘는 이사를 했다.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고 내 집 마련 후에도 평수를 넓히며 대출금과 이자를 따지며 이사를 감행했다. 게다가 이제는 국제이사까지 하게 되면서 나의 이사는 횟수가 늘어났고 이곳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면서도 5년 동안 6번의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 이전으로 3번의 이사까지 합하면 또 10번의 이사를 했다.
왜 이렇게 나는 이사를 해야만 사는 건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순리대로 살아온 건데 난 이사가 싫지 않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짐 정리를 하는 것도 싫지 않다. 부정에 부정은 긍정이었던가? 언젠가 한국에서 짐을 정리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찜질방으로 도망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짐 정리를 끝낼 만큼 손이 빠른 편이다. 게다가 버리고 비워서 깔끔하게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는터라 이사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놀이었다. 내 팔자려니 생각해봐도 너무 많이 이사했다.
처음(2016년 3월 27일) 베트남에 왔을 때에는 트렁크 2개가 전부였다. 풀옵션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만 조금 사서 남편과 나는 텅텅 비어있는 싱크대를 숟가락 2개, 젓가락 2개, 밥공기 2개, 국그릇 2개, 접시.. 등으로 단출한 타국살이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큰아들과 군대 이병이 된 둘째 아들을 두고 이곳에 왔기에 난 잠시 머물다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의류무역사업을 시작했고 25년 차 다니던 회사생활을 접었다. 그쯤에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쉼표를 찍고 싶을 만큼 지쳐있었다.
베트남엔 전세가 없다. 외국인에게 허용되는 아파트 한 채를 매매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실공사에 따른 변상이나 보상도 없고 위치가 좋으면 그다지 싼 가격도 아니다. 어쨌든 보증금 없는 월세가 있으며 6개월 단위로 월세를 내고 한 달치를 보증금처럼 내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을 잘못 만나면 6개월 만에 이사도 해야 하고 일주일 남기고 이사 가라는 통보를 받으면 이사를 가야 한다. 나도 덩달아 베트남의 흐름에 동조하여 6번의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자칭 이사의 달인이라 말한다.
5개월 전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호수 뷰가 아름답고 산책코스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꽃들도 많이 있는 곳이다. 각 동마다 슈퍼가 있고 내가 사는 동에는 한국 마트(K마트)도 있어 수입으로 들어온 한국식품들을 언제든지 살 수 있어 편리하다. 야외 수영장에 농구장, 커피숍과 미용실, 옷가게, 마사지 샾, 약국 , 문방구, 꽃가게, 과일가게, 식당, 등.. 모든 생활이 편리하며 외국인이 거주하기에 좋은 편이다. 5년 만에 하노이에서 그나마 맘에 드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건만...
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지만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님과 함께 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님과 함께면...
꿈꾸는 것과 현실은 사뭇 다르다. 그림 같은 집에서 님과 함께라면 당연히 꽃길이라 행복해야 하는 거였다.
2020년 9월 20일부터 남편은 하노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외각에 공장 인수를 하게 되면서 바쁘게 되었고 오고 가는 시간을 줄이고자 집을 하나 더 구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둘째 아들이 아빠일을 돕고 있어서 적적하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꿈꾸던 그림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날이 적어진 주말부부다. 남편은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리고 있고 나는 수업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님과 떨어져 있다. 그런데 행복하다.
나의 이사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없다. 그리고 한 곳에 머물러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한두 번의 이사로 집을 장만 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이사의 달인이 주는 꿀팁 하나. 과감히 버린다. 그리고 매일매일 한 개씩 무엇을 버릴지 고민한다. 하나 사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은 짐을 소유하고 사는 삶은 가볍다. 트렁크 2개로 시작된 타국살이도 충분히 행복했다.
한국에서는 더 넓고 좋은 집을 구하고 이사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지불하며 살았다. 그것이 행복인 줄 알았기에 하지만 애쓰고 고생한 거에 비해 불어난 이자를 갚아내느라 허덕였다. 미로 찾기 같은 인생길에 함께 해준 나의 옆지기 남편과 두 아들이 나를 이사의 달인으로 만들어 준건 아닐까? 또 이사 갔어? 누군가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온다." 걱정 마, 난 이사의 달인이야" 새로운 곳으로의 이사는 힘들지만 늘 새로움과 희망을 품게 한다.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안에 있는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