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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30. 2023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하노이 떡 카페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 열면
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



6월과 7월이 교차하는 주말입니다.

'행복의 얼굴' 이해인 님의 시 한 편으로

쫄깃한 떡 이야기 시작해 보렵니다.


'어머나! 웬 떡이야! ~~'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달리고 계시는

하노이 떡카페 사장님 부부를 하노이에서

알게 된 건 7년 전입니다.

무지갯빛 인생을 꿈꾸며 남편을 따라

베트남에 오게 되었고 이곳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노이에 처음 왔을 때 어리바리했던 나는

하노이 한인교회에 등록을 했고, 

구역모임을 동해 문권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하노이 온 지 2주 만에 새로운 분들과

야외예배로 땀따오 케이블카를 타러 갔습니다.


'하이고~~어찌하오리까?'


겁쟁이 아이리스는 사실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도 혼자 못 탈 만큼 약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늘 남편과 동행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케이블카 라니... 아찔 합니다.

온몸에 땀구멍이 다 열리고 손발이 후들후들

어지럼증을 동반했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하노이 신고식 제대로 치렀습니다.


내 손을 잡아주시고, 약한 마음과 생각을

바꿔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모든 일에 열정이 넘치셨고, 찢어진

청바지를 소화해낼 만큼 마음도 생각도

 60대라고 못 느낄 만큼 청춘이십니다.


5년 전, 떡카페를 준비하시면서...

"내가 이 나이에 장사를 하게 될 줄이야 ~"


하하하...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시며

호탕하게 웃었지만 당당하고 멋지게 떡카페를

오픈했고, 맛있는 떡을 만들고 계십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

안부를 물어오십니다.


코로나전,

매주 토요일 카페로 수업을 습니다.

롱비엔 지역에서 하노이까지 바쁜 제자의

동선을 고려하여 카페수업을 하기로 한 것인데

흔쾌히 허락을 받아 브라질로 떠나기 전

긴급 국어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떡 카페  2층 조용한 구석자리에서...

맛난 떡과 음료수를 먹으며...

수업을 할 수 있게 허락해주심을

이제야 글로나마 감사를 드립니다.


구역식구들이 이사를 하면

떡을 보내주시거나 찰밥에 미역국까지...

나누고 베푸는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생일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서비스떡을 더 많이

주시는, 늘 정과 사랑이 흘러넘쳐서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갑자기 호출을 하셔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습니다. 오래간만에... 무슨 일일까요?

친구와 함께~~ 이미 한 분이 더 오셨습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특별한 날을 위한 준비에 불려 간 것입니다.

와아~~ 떡이 예뻐요! 찰칵찰칵!

제가 이런 거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어머나! 세상에 이쁘기도 하지..."


송편에 술빵에 꽃떡 과일모양떡들까지....

이건 먹는 게 아니라 보는 겁니다 ㅎ ㅎ

여기는 한국 같은 하노이 떡 카페입니다.


이제 떡과 베트남 과일을 함께 어울리게

세팅하기로 다. 3명이서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바구니도 타원형, 원형으로 구입하여

이리저리 옮기며 열심히 땀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쩌다가

 한국 떡과 벳남 과일을 보기 좋게

담아내고자 3시간 넘게 애썼을까요?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환영하는

간담회에 보낼 떡과 과일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금빛나는 네모상자 속에 맞춰 과일도 작게

자르고 떡도 놓아봅니다. 너무 푸짐한가?

너무 과한가? 조금 덜어내고 다시 위치와

방향을 바꿔보며 애를 씁니다. 힘들었지만

 수호천사라 들이 있어 행복하다시며

좋아하십니다. 호호호...




두 분이서 떡을 세팅하고 나면 사진을

찍어 비교 분석합니다. 색감도 보고

위치도 봅니다.

푸짐한 1번 , 단정한 2번

저는 개인적으로 푸짐한 1번이 좋은데

너무 과했나 봅니다 조금 덜어낸 2번으로

정했고 일회용 용기대신 바나나잎을 이용한

세팅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후,  한 분이 더 수고해 주셨다고...

합니다. 숨어있는 재능기부 천사들의

작품을 올려봅니다.

간담회에 올라간 떡과 과일


벳남과일과 한국의 떡은 조화롭게

채반에 바나나잎을 깔고 그릇으로 만들어져

대통령 간담회에 조연으로 떡은 출현했으며

떡카페 사장님 부부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돕는 손길들로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채반이 올라가 있습니다.

ㅎㅎ 애쓰고 수고한 이들에게만 보입니다.

늘 숨은 행복을 찾는 일은 즐겁습니다.




한알의 벼이삭이 쌀이 되고,

다시 곱게 갈아져 가루가 되며

반죽이 되고 떡이 되기까지 뜨거운 찜기의

온도를 견디고 나면 고소한 참기름 발라

포장되어 우리 입속으로 들어옵니다.


꿀맛 나는 꿀떡처럼..

달고 맛있는 팥앙금처럼...

예쁜 빛깔로 빗어진 꽃잎 떡처럼...

골고루 어우러진 약식처럼...

부푼 술빵처럼...

나도 그렇게 예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나잇값 하는 어른으로...

코로나 이후로 배달위주 떡카페에도

다시 사람의 온기와 정이 흐르는

축복의 통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오늘도 숨은 행복을 찾는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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