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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n 26. 2023

외눈박이 지킴이

소통이 필요해~~


윙윙~~ 드르륵드르륵

쓱쓱~~ 두두두 두두두

탕탕 ~~ 와르르 와르르

우르르 ~~ 뿌지직뿌지직

불라불라~~ 불라 불라 불라

시끄러운 소리가 대문밖에서 아침을 깨운다.


"옴마야~뭔 일인가요?"


잠옷바람에 눈 비비고 일어나 대문 쪽으로

바싹 다가가 뒤꿈치를 세우고 들여다봅니다.

나의 유일한 소통 외눈박이 지킴이랍니다.

오! 마이 갓뜨!! 세상에나...

대문밖이 공사장이 되었네요.


"여보!! 여보  문밖에... 난리 났어~

새벽에 당신을 따라갈걸..."


"뭐라고? 갑자기 공사라고? 어디를..."


"작은 구멍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으니

일단 옷을 갈아입고 생중계를 해볼게요"

대문을 빼꼼히 열었습니다.

집앞 공사현장 

세상에 이런 일이...

집 앞이 아수라장입니다.

아무 통보도 없이 이렇게 막 공사를 ㅠㅠ

불라불라 불라 몇 명의 공사 인부들이

나를 쳐다보며 베트남어를 쏟아냅니다.


일단 사진을 찍고 대문을 닫습니다.

대문 앞 타일벽 교체작업 중.... 아이고

멀쩡해 보이던 타일벽을 다 뜯어 놨네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이라니까요~~

하여튼 뜬금없이 이런 일을....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답니다.


갑자기 사이렌 소리에 놀래기도 하고

방송을 내보내지만 뭔 소리인지? 

급 공사를 하는 집들이 소음을 내도

인테리어공사로 3개월 동안 시끄러워도...

못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대문을 열어두고

마이크로 고성방가를 해도 참아야 합니다.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니까요....


한국이라면 공사 전 동의를 얻었을 거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기간까지 꼼꼼하게

말해주었을 텐데요 내나라도 아니고 ,

베트남 더부살이 중이라서.... 속수무책으로

오늘도 당하게 되었답니다.




"우야꼬 ~~

특명: 피신처를 찾아라!"


이 더위에 아침부터 갈 곳이 없습니다.

민폐인 거죠~~1시간을 버티다가 도저히

머릿속까지 지진이 날듯 시끄러워서 어디론가

피신처를 찾아 잠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핸드폰을 열고 편안히 만날 사람을

찾아봅니다. 아~~ 생각보다 그럴 사람이

없네요... 어쩔까??? 폰만 만지작 거립니다.

그때였습니다.


"뭐 하세요? 브런치 할까요?"

심폐소생술 문자가 왔습니다.


"나 좀 살려줘~~~"긴급 문자를 보냅니다.

"하하하, 집을 버리고 어서 나오세요~"


30분 만에 초고속 분장을 하고

시끄러운 집 앞 공사장을 겨우 빠져나가려는데

대문 앞을 지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겨우 사진 찍어 두고  빠져나갔습니다.

왼쪽 대문이 저희 집이고 

바로 앞 타일벽을 뜯고

바르고 붙이고 있네요~~


심폐소생술 문자를 보낸 친구는

한 달 전, 갑자기 아파트 앞에서 미끄러져

화단 모서리에 갈비뼈를 다쳤고, 

입원과 치료로 아팠다가 조금 괜찮아져 안부를

전해준 것이었고, 기막힌 타이밍!! 에

 나를 구출해준 것이었죠~~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입니다.

이런 친구를 하노이에서 만났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해맑은 미소의 50대 여인 둘

미딩 한인타운을 벗어나 롯데로 갔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백화점은 갓 오픈을...

아직은 썰렁합니다. 


피자포피스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첫 손님입니다. 피자가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는 샐러드와 파스타 그리고 색다른

메뉴를 시켰습니다. 콜라까지 둘이서 왕수다에

하하 호호 어찌나 즐겁던지요~~

하노이 롯데 피자 포피스

특별메뉴는 먹다 보니 사진이 없지만 특별히

맛있었다는 제보를 드립니다.

친구가 멋지게 한턱 쏩니다. 아플 때

병문안 와줘서 고마웠다며.... 오늘 구출해 줘서

고맙다며 커피는 제가 쏩니다.


 2층으로 올라가

가방도 신발도 화장품도 아이쇼핑만 하고

내려오다 머리핀을 사주겠다고 친구가

우깁니다. 괜찮다고 나도 우기다가

졌습니다. 반짝반짝 블링블링 빛나는

머리핀을 선물 받았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나눔으로 두 배의 기쁨을 

하루종일 함께 있어도 좋은 친구

 그 후로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4시쯤 귀가를 했는데~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붙인 것을 다시 떼어내는

작업을 외눈박이 지킴이를 통해 보았답니다.


'아이고 내일은 또 어디로 피신해야 할까요?'


난감합니다. 구석에 짐을 다 싸놓고

고정핀을 꼽아두고 그들은 퇴근했습니다.

나도 외눈박이 지킴이를 퇴근시켰고

집 밖은 조용해졌습니다.

첫날 마무리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3일 후 말끔해진 벽을 찍어봅니다.

덕분에 복도가 산뜻해졌고 깨끗해 보입니다.

첫날만 시끄러웠고, 이틀째는 도서관으로 피신

삼일째는 방콕 하며 외눈박이 지킴이를 통해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았습니다.

6월 22일 현재


그들은 내가 외눈박이 지킴이로 소통하고

있음을 눈치챘을까요? 바닥과 구석까지

말끔히 청소하고 갔네요. 흔적도 없이...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도망가는 자와

시끄러움을 통해 돈을 버는 자가 존재합니다.


오늘도 열일하는 외눈박이 지킴이는

한국 아줌마의 유일한 소통 입니다.

대문밖을 내다보는 모니터 영상보다

외눈박이 지킴이가 나는 편안하고 좋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난 모니터보다

외눈박이 지킴이를 먼저 봅니다. 

답답하고 힘겨울 때도 있지만 벳남살이는 

훗날 추억이 될 듯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외눈박이 지킴이처럼 조용하게 

곁에 머물러 소통을 돕는 친구이고 싶습니다. 

나를 구출해 준 친구는 전에 친구 마라탕을

소개해준 친구랍니다. 


한바탕 비 온 후 하노이는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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