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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17. 2023

하노이 밧짱 도자기 마을에서

에코파크 2

거기 가봤어요?


물으면 누군가는  "네"라고 대답할 것이고

"처음이에요"라고 대답하는 곳이다.

그러면 아마도 핫 플레이스가 아닐까요?


에코파크에는 인싸들이 다녀간다는

스벅카페가 있다. 난 커피맛은 잘 모른다.

분위기로 마신다.

그곳에 직접 가보니 숲 속 뷰가 맘에 든다.


인싸들이 올만하다. 특별한 날에 예쁜 옷을

입고 셀카를 찍을 수 있고 따스한 햇살을

벗 삼아 숲길을 걸을 수도 있다.


노트북을 들고 나와 일을 하기도 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노래를 즐긴다.

어떤 이들은 수다를 떨고  있으며

동서양인들의  조화로운 모습이 낯설지 않다.


에코파크 스벅 카페라떼

카푸치노를 마실 것만 같은 파란 눈의 서양인

달달구리 카레멜 마키아토를 시킬 것만 같은

동양인들 각양각색의 피부와 모습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난 여전히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에코파크 스벅 카페


거기  가봤어요? 네


코로나전에 다녀가고 두 번째입니다.

또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알 수 없는 도자기 마을 길가에 서 있다.


여기는 에코파크 근처 밧짱 도자기 마을이다.

도자기 상점들이 주르륵 있는 곳이다.

전에 왔을 때보다 조금 휑한 느낌이다.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매의 눈으로 스캔한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릇과 소품들을  본다.

가끔 맘에 드는 그릇을 골라 가격을 물어본다.


생각보다 그리 싸지 않다. 나름 도자기에

대한 예의가 있다. 저렴한 것도 많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비싸다.

ㅎㅎ 눈이 보배인가?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내려놓았다.

또또 구경만 한다. 한참을 돌아다녔다.

오늘은  영 ~~ 지름신이 오지 않는 날이다.


밧짱 도자기 마을


흙으로 빚어진 도자기

높은 온도를 견디고 견디어

도자기가 되기까지 참으로 애썼다.




오랜 세월을 지켜낸 도자기들도 보인다.

간혹 금이 가거나 실수로 깨뜨리지 않는다면

긴 시간 함께하며 믿음직하고 의리 있는

도자기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시집올 때 엄마가 사주신 그릇들이 아직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새로운 그릇들이

그 후에도 들어왔지만 그저 밋밋하고

단순한 하안색 그릇이 30년을 넘게

내 손에 쓰이고 닦이고 있다.


땀나게 발품을 팔고 베트남 하노이

밧짱에서 겨우 커피잔 두 개를 사 왔다.

한 개는 내 거, 한 개는 남편 거 우리는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지금을

살아낼 것이다.


어떤 시련에도 씩씩하고 튼튼하게

부드러운 흙이 단단한 도자기로

변신하여 쓰임 받듯이 그리 살았으면 좋겠다.


비가 오고 난 후 하노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사온커피잔에 100도 넘게 끓인 물을 넣고

레몬차를 즐긴다. 따스함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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