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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Nov 21. 2023

꺼지지 않는 불꽃사랑  받아 봤슈?

충청도 버전

안녕하슈~?

별일읍쥬~~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대대로

충청도 스러운  울 아부지와 울 엄니의

꺼지지 않는 불꽃 사랑 써 볼까 해유~~


한 달 전 이야기에유~~

~~~글씨 하노이댁 아이리스는유

잠시 한국을 부리나케  댕겨 왔슈우

뭔 일이냐 구유? 별일 아뉴~~

별일 쪼매 있었는디 시방은 괜찮아유~~


블랙티에 가죽재킷을 걸치고 청바지에

껌 좀 씹으며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타러

버스 터미널에 갔슈우~

표를 끊어야 하는디 이쁘장하고 깔끔한

기계가 사람노릇 하며

버스표를 건내주더라구유


기계화면과 소통하라네유~~

손가락 한 개로 톡톡 쳐봤슈우

어디가 남유? 충청도 ♡♡

몇 명인가유? 1명

워디 앉을 건가유? 저기

얼마에 유? 톡톡

카드 넣어주세유? 넹

 완료버튼 터치 하세유

잠시 기다리세유

받아 가시구유  

참 간단하지유~~끝



고것... 참 신통방통 하구 만유

코피 한 잔 마셔야 되것슈우~~

시간이 남았거든유~~

한국 오니 참말로 어색하네유~


가을 들녁이 노랗게 물들었슈 시상이나...

차창밖으로 코스모스도 피어났네유~~

오메나 ~~이쁘기두 하지...

1년 6개월 만에 한국에 더니

마냥 좋기만 하네유~~

사는게 왜 리도 힘든 건지 모르겠슈~~


해외에 살면서 부모님,지인들...

친구들에게 이해해 주기만 바랬지유~~

그저 그러려니 방치된 삶을 잠시 돌아봤슈

한국의 한 줌 공기가 좋긴 정말 좋네유

내 고향 충청도에는 존경하는 아부지와

사랑하는 어무이가 살고 계신당께유


아버지는 딸이 온다고 저 멀리에서

우산을 들고 계셨구만유~~~

갑자기 비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거든유

행여 비라도 맞을까? 노심초사 하신거쥬


"아부지~ 아부지~~"


" 그래 우리 따알 ~~잘 왔구나 애썼다아"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토닥토닥 했구유

딸은 호들갑을 떨며 엄마를 꼬옥 안아줬슈

드라마 촬영각인디... 눈물 찔끔 나네유

워워~ 그람 안되유~~~~

어여 밥 먹으러 가유 ~~언능 따라 오세유



충청도 사투리가 참 구수하쥬~~

누룽지 맨키로...

근디 잠시 서울 표준어로 돌아가 볼께유

잘 따라 왔으리라 믿고유...


오늘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이다.

충청도 서산 간장게장요

쓰읍~ 침 넘어 가는 소리

게딱지에 밥 비비는 소리

두손으로 다리잡고 쩝쩝 먹는 소리

아~~이맛이다.


"80대를 건강하게 보내는 비결은 뭐에요?"


" 글쎄다...아침 운동이고... 일 하는거지

, 담배, 커피 안하책을 읽는거지...

별거 없다. 뉴스보고... 축구 보고 ..."


" 엄마, 방부제 미모에 몸매 비결은요?


" 그야 ,초고추장이지..."


" 오잉 뭐시라..정말?"


엄마는 모든 것에 초고추장을 찍어 드신다.

양배추 쌈에도... 상추나 깻잎에도

밥을 비비거나 반찬을 무칠 때도 그게 바로

방부제 미모와 몸매를 유지하는 비법이란다.


식당에서 쓸법한 초고추장 통이 집에 있다.

식당에서도 브로콜리를 초고추장에

찍어드셨다. 비싼 간장게장 남기시고 ...


하하 호호 80대 노부부와 50대 딸은

간장게장을 먹으며 많이 웃었다.


작년에 팔순을 지났지만 여전히 엄마는 일을

하신다. 90세 이상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 벗 도우미를 하신다.

도우미를 부를 나이에 도우미를 ...

좋은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고 하시며...


아버지는 책에 밑줄 그어 읽으신다.

안경 없이 글을 읽으실 정도로 눈이 좋으시다.

귀에는 보청기를 끼었지만 몸도 마음도

늘 청춘인 것처럼 사신다. 난 아버지

어머니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아버지는 어릴 적 내가 시장에서

사달라고 한 빨간 구두를 사주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50 넘은 딸에게

빨간 구두를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어둠이 내려앉은 어스름한 저녁에

아버지는 내 신발을 사서 들고 오셨다.


"오! 마이 갓! 아니 아니라구요~~"


"아버지 ... 진짜루..."


"아니다. 내 마음이 이제 편하다."


애써 아버지는 딸에게 선물을

주시고 나서야 맘이 편해지셨다.


신발을 샀더니 양말을 선물로 주셨단다.

하트 뿅뿅 양말을 신고 10살 때 신어야 했을

구두를 40년이 지나서야 받게 되었다.

많이 웃어도 됩니다

아버지의 불꽃사랑을 고스란히 받았다.

코끝이 시큰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사랑 받아봤슈?


거실에서 10살처럼 런웨이를 즐겼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국화꽃을

한아름 선물했는데 베란다에 두시라

했더니 거실로 들여 놓으셨다. 하하하

국화꽃 향기가 그윽한 거실에서

오랜만에 어린아이가 되어 보았다.


전에 사준 화분들도 죽이지 않고

잘 키우고 계셨다. 딸을 키우듯 그렇게

보고픔을 그리움을 삭혔으리라...

엄마가 내어준 엄마의 허드레옷을

갈아입고 밤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어릴 적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와

딸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사랑과 열정이

남아있기에 밤하늘 별처럼 따스한 밤을

보내고 올 수 있었다.





간장게장의 짠맛을 아시남유~~~


나는 게눈 감추듯 순삭 해 버렸슈

계산대에 가서 카드를 내밀었더니..

아버지가 어느새 계산을 하셨다네유

역시 멋쟁이 아버지 맞아유 ~~~

우짜면 좋을까유....


아버지는 아파트로 이사 오기전

살았던 시골 동네 골목길로 걸어가자며...

차를 타고 쌩 ~가시기보다

천천히 걸어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난 큰길보다 골목길이 좋더라."


"아부지 군자 대로 행 아닌감유?"


"하하하 난 보통 사람으로 사는게 좋았다"


두 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80대를 사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해외에서 사는 딸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그저 잘 있기만을 바라시며

큰일이 있을때마다 괜찮다 괜찮어

다행이라며 토닥토닥 위로해주신다.


하노이로 복귀하기 전 다시 갔더니

국화꽃이 만발했다. 정원사의 손길을

마구마구 칭찬 해 주며 아버지와

엄마의 공간에서 잠시 나는 꽃으로 피어났다.


"아버지, 엄마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 잘 챙기시고요...사랑해요~"


아버지의 오래된 사진은

어록으로 남았고 입선을 하시고

십만 원의 상금도 받으셨단다.

80 평생을 충청도에서 보내신 아버지의

추억을 담은 시진 속 아버지는 어렸다.

아직 삶에 열정을 보여주시는 아버지의

80대를 응원한다.

d
파란 조끼의 나의 아버지(소풍날 )

네장의 사진중 한 장을 올려봅니다.

그 아버지의 열정을 닮은 딸은

지금 뜨거운 나라에서 사랑과 열정을

본받아 누구보다도 열심히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봅니다.


아버지 엄마! 불꽃사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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