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시작되고 세상도 일상도 많이 바뀌고 달라졌다. 무엇을 하느냐?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사느냐? 란 물음에 그 누구도 구체적인 답을 제시할 수 없다. 베트남에서 산다는 건 긴장의 연속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안전도 열악하고, 병원도 허술하고, 그리 쉽지 않은 생활이었다. 2년 만에 잠시 돌아온 한국 역시 코로나로 만만치 않다. 자가격리 2주를 받고 집콕 생활 7일째다. 그나마 배달음식과 택배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생필품을 공수받아 쓸 수 있음이 다행이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달달한 연양갱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누구나 사느냐! 죽느냐! 의 갈림길에서 두려움이 있다. 때아닌 역병과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며 걱정과 염려로 살아왔지만 이번 코로나의 위세는 꺾일 줄 모르고, 불신도 커지고, 불만도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화병도 많아진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코로나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여전히 코로나로 죽느냐? 사느냐? 를 운운하며 살아남기를 택해 살려고 맞은 백신이었음에도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더 많은 확산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상은 온통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검사를 하고 또 하고 그것조차도 믿을 수 없어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두었다가 2주 후에 내놓으라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고 답답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고에 보관하라며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될 수 있음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싹싹 먹어야 한다. 확~찐자가(살이 쪄서)될 수밖에 없다.ㅎㅎ조심해야 한다.
자가격리 중엔 보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없으며, 체온은 하루 두 번 체크하여 적고 몸상태를 앱으로 전달해야 하며, 마스크는 의무 방어이니 될 수 있는 한 쓰고 있어야 한다. 손 씻기는 필수이고 개인위생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소독약을 뿌려야 하는 세상이라니... 어쩌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100살을 살고 가신 나의 외할머니는 언제나 부지런하고 깔끔하셨다. 온화한 미소가 늘 고우셨다. 자신의 속옷과 양말은 세탁기에 넣지 않으셨고 자기 전, 꼭 손빨래를 하셔서 널어두셨다. 키기 작고 몸도 외소 하신 편인데 잠시도 몸을 쉬게 하지 않으시고 움직이셨다. 방학이 되면 난 언니와 외할머니댁에 가곤 했다.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를 가마솥에 삶아주셨다. 그리고 항아리 가득 떫은 감을 이불을 덮어 우려 주셨고, 군밤을 화로에 구워 주셨다. 살얼음 식혜도 예술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면 꼬깃꼬깃 주머니 속에서 돈을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괜찮다고 뿌리치면 달려와 내주머니에 다시 넣어 주시며 손을 흔들며 도망치듯 달아나셨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욕심 내지 않으셨다. 소식과 야채식을 즐기셨고 생선과 과일을 드셨다. 그리고 담백하고 싱거운 식사를 하셨다. 언제나 마음이 호수같이 넓고 맑았던 분이셨다. 단 한 번도 큰소리를 내거나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29년 전, 결혼기념식수로 난 대추나무를 심었다. 엄마가 단독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가시며 대추나무는 외할머니댁 대문 밖에 옮겨 심었다. 무럭무럭 자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고, 대추도 주렁주렁 열렸다고 한다. 궁금했지만 오고 갈 수 없는 코로나 세상에서 대추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고마웠다. 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 그곳을 지키는 대추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이제야 내가 왔는데.. 외할머니를 볼 수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코로나가 퍼지기 한 달 전, 할머니는 주무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난 하노이에 있었기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가시는 길엔 98세 여동생이 접시를 들고 손님을 맞이 했다는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백수를 하시고 호상을 치렀지만 울 엄마는 많이 우셨다고 한다. 코로나로 장례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외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을 더 많이 쓰셨고" 안된다 안돼!"라는 말보다" 된다 된다 혀~ 뭐든 살아있음 다 할 수 있는겨" 라 하시며 걸레와 빗자루를 들고 이곳저곳을 쓸고 닦고 청소하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든 걸 귀찮아하며 이곳저곳 아프다 하고 아이고 못살겠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래?? 하며 불만을 표현한다.
그러나, 외할머니는 언제나 인자하고 넉넉한 웃음을 지으시며 조용하고 침착하게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삶을 보여 주셨다. 늘 부지런하고 깨끗한 생활을 하시며, 너그럽고 관대한 말투와 자기 자신을 위해 예쁜 옷과 신발을 사서 자신을 꾸미며 이웃에게 음식을 베풀고 나누며 사랑하는 법을 실천하시며 백세까지... 사셨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멀리서 생활하느라 못 챙긴 것들 이제는 좀 더 여유롭게 챙기고 보살피고 싶은데... 어느새 시간이 이리도 빨리 갔을까? 오고 가는 하늘길에 많은 장벽을 넘어 힘겹게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자가격리 중이다. 전화 한 통과 인터넷 뱅킹으로 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시리라... 울 엄마 좋아하는 예쁜 카네이션 가슴에 달아드리고 아버지 좋아하는 간장 게장도 사드려야 하는데.... 자가격리가 끝난 후 하기로 하고 현금을 쏘아 보냈다.
산다는 건 그렇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백세시대라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이 이토록 길게 자리 잡을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살아온 날도 감사하고, 살아갈 날도 미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좋은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 시국에 아기가 태어나고 어떤 이들은 생을 마감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은 신만이 알 것이다. 잘 사는 게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 가 더 중요한 삶의 숙제이다.
백세를 살고 싶으신가요? 외할머니의 비법은 몸 관리와 마음관리였음을 전해 드립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지만 올해는 자가 격리 후, 같은 하늘 아래에서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으니 꼬옥 안아 드리렵니다
아버지도 엄마도 많이 많이 보고 싶었고, 잘 기다려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