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해도 좋다!

사랑은 그리움이고 눈물이다.

by 아이리스 H

#1.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공항으로 가는 길 설렘반 걱정 반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난 대한항공을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아들과 남편의 배웅은 여기까지 인 줄... 그러나 저만치에서 나를 지켜본다. 잘할 수 있다고 손을 바이 바이 흔들고 커다란 트렁크 가방과 짐을 매고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아쉬움이다.


"엄마, 잘 다녀와야 해 건강 조심하고..." " 알았어, 걱정 말고 아빠랑 잘 지내고 있어"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 짐을 부치고 남은 여유 있는 시간이다. 이쪽저쪽 연인들이 안고 울고 아쉬워하는데.. 남편은 아무 말이 없이 벤치에 앉아있다. 그 옆에 나도 앉았다. 작은 아들은 사진이라도 찍자며 아빠에게 일어나 보라고 재촉했다. 살며시 일어나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상황이라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2. 카푸치노 한잔

1시간 30분이나 혼자서 대기를 해야 한다. 피곤함이 밀려오는 시간 비행기 탑승시간은 밤 11시~ (한국시간은 새벽 1시쯤) 나는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시키고 핸드폰을 충전시켰다.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한국 갈 준비로 바빴다. 검색대를 지나고 32 게이트 근처 카페에서 가방을 베개 삼아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슬프지 않았는데 슬프다 ㅠㅠ 큰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하노이에 두고 가는 두 남자 카푸치노의 쓴맛이 목구멍을 통과했다. 씁쓸하다. 그때 남편의 톡이 왔다. 날 보내며 마음으로 울었다고... 좋은 생각만 하고 잘 다녀오라고... 사랑은 늘 암묵적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게 오래된 부부의 사랑이다.


#3. 비행기에 탑승후


얼마만인가? 비행기가 낯설다. 그런데 급 게이트가 바뀌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표에는 32 게이트였다. 31번으로 가라고 한다. 영어와 벳남어로... 옆사람에게 물어본다. 짧은 어학 실력엔 눈치와 물어보는 게 최고다. 사는데 필요한 건 실력보다 센스와 재치 부끄러움이 없는 거다.

가끔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긴장된다. 드디어 탑승을 했다. 옆자리가 텅텅 비어 자리 거리두기를 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잠이 들었다. 한참 후 맛난 기내식이 준비되었나 보다. 흠흠... 먹을까? 말까? 망설임은 잠시 면역성엔 밥이 보약이지 ㅎㅎ 맛있게 오래간만에 기내식을 즐겼다. 다시 숙면 4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4. 드디어 2년 만에 한국 도착


반가운 빗님이 마중 나왔으나 얇은 점퍼 하나로 조금 추웠다. 코로나 상황이 실감 났다. 여권, 건강 체크 질문지, 검사지, 를 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점점 줄어드는 순서를 기다리며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기침이라도 하면 시선이 집중된다. 물을 먹으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미로 찾기 같은 길을 따라 코로나 앱을 깔고 또 자가격리 주소를 적고 마지막 코스를 통과했다. 짐을 찾고 나가보니 시간이 많이 흐른 듯 하지만 그래도 빨리 나오게 되어 7만 원을 내고 공항에서 집까지 방역 택시를 탔다. 이게 무슨 일인지?? 무사 귀국이다.


#5. 서울 신촌 집에 도착했다.


한국땅 비가 내리고 있다. 자가격리 수칙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비밀번호도 그대로다. 삐삐 빅 문이 열린다. 그러나 세상에 엄마를 위해 집을 치워 두었다는 아들의 말은 가짜다. 세상에 먼지를 고스란히 안고 조심조심 들어섰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격리하는 동안 심심할까 봐 청소를 대충 했으니... 먼지는 가라앉혔고, 빨래는 밀려 두었고, 커튼은 떼어 놓았고, 물은 배달시켜 두었고... 나는 나왔으니 걱정 말고 격리하세요"


취업준비로 바빴고 치우지도 정리하지도 못한 거 다 인정 이라지만 심하다! 심해! 영화 속 명대사가 "나 돌아갈래" 떠올랐다. 울~고 싶어라 이 마음 가요도... 가방도 짐도 풀지 않고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부가 되었다.

떠나보면 알 꺼야~아마 알 꺼야~~ 목이 멘다.


#6. 세상에 이럴 수가...


령의 집에 온 듯 이곳저곳 난리다. 아들의 우울감이 보였다. 취업이 되지 않을까 봐... 마음 졸이며 집안일을 뒷전으로 미루고도 남았을 큰아들... 분리수거를 하며 청소의 달인 엄마는 이방 저 방을 오가며 빨랫감을 수거하고 빈병과 캔들 그리고 잡다한 것들을 치우며 엄마 없이 2년 넘게 혼자서 울고 웃었을 아들을 생각하니 급 눈물이 났다. 애썼다. 울 아들...


학교 앞에 투룸 집을 얻어 주고 널 믿는다. "잘할 수 있지?"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아들의 힘들었음이 보였다. 대견하고 기특해서 또 눈물이 난다. 갱년기 아줌마의 폭풍 눈물샘이 고장 났다. 이곳저곳 아들의 흔적들을 치우며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또 마음 한편을 후벼 판다. 그래도 어쨌든 아들은 자기가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으로 당당하게 취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안정을 찾았다.

안토니우스의 구사일생!


키우던 거북이는 물도 거의 없고 진초록색 이끼가 잔뜩 끼어 있어 생사를 확인해야 할 정도다. 무서웠다. 톡톡

살아있다. 많이 크지도 않았고 그냥 목숨만 건진 듯하였다. 언제부터인지?? 거북이의 존재를 묻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지 벌써 8년쯤 되었다. 두 마리를 샀는데 한 마리는 죽고 혼자서 잘 살고 있다. 내가 부르는 이름은 똘똘이 아들은 안토니우스 라 부른다. 물을 갈아주고 몸도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움직인다. 고개를 쭈욱 빼고 날 바라본다. 왜? 이제 왔냐고? 거북이도 살아남았고 아들도 살아남았다.


#7. 피아노의 운명은??


앞전 글에 말했듯이 피아노를 핑계로 급 귀국을 했다. 피아노 위에는 널브러진 옷가지와 이것저것들이 올려져 있어 열 수 도 없었다. 겨우 치우고 물티슈로 일단 닦아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먼지가 스며들어 안타까웠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닦았다. 내가 왔잖아 생존 신고를 했다. 피아노도 코로나 속에서 아들만큼 답답했으리라 어쩌면 좋아?? 격리를 하는 동안 숨쉬기와 호흡을 불어넣어 살려줄게 하지만 오늘은 너를 돌볼 수가 없구나... 어쨌든 반갑다. 인사만 나누고 뚜껑을 덮었다. 마스크를 쓰고 부지런하게 청소를 했다.


#8. 나~ 격리 중이야!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담당이라며 앱에 체온과 상태를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체크를 해서 올리란다. 뭐가 이리도 할게 많은지ㅠㅠ 격리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힘들다. 베트남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왔지만 재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택시도 버스도 타지 말고 걸어 오란다. 두~세정거장 30분에서 40분 걸어갔다.


한국땅을 밟아 헉헉 보건소 선별 진료소에 도착했다. 또 적으란다 격리 장소, 이름, 전화번호 , 신상과 여권번호, 비행기, 거주기간, 등등... 그리고 작은 쇼핑백에 이것저것을 챙겨준다. 공짜다. 좋은 나라... 검사를 받고 코가 시큰, 목도 컬컬하다. 하늘이 맑다. 바람도 공기도 좋다. 역시 한국이다. 그런데 나, 격리 중이야!!


#9. 구호물품들...

2층아줌마의 정겨움


대문 앞에 구호물품들이 도착했다. 아들이 쿠팡에서 시킨 것들 물, 세제, 먹거리들... 그리고 2층 아줌마가 김치랑 쌀을 가져오셨다. 나의 생존을 확인한다. 백신을 맞았다며 당당하시다. 하지만 난 격리 중 수칙을 지켜야 한다. 반갑지만... 15일에 보자며.. 참외, 대파, 마늘, 편의점 비빔밥까지 선물을 받았다. 반가운 쿠팡!! 쿠팡!


택배의 손맛과 떨림을 느꼈다. 냉장고 속엔 아들이 남겨둔 오래된 것들 2018년 산부터 ~~ 즐비하다. 먹으면 죽는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냉장고 속을 비우고 택배 온 새것들로 세팅을 끝냈다. 난 격리를 즐기며 구호물품들을 풀어 생존을 하고 있다. 방 안에서 자가격리는 딱 내 스타일이다. ㅎㅎ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만이던가?? 즐기기로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


#10. 초밥을 시켜준 아들

잊지 않고 초밥을 배달시켜준 아들 ㅎㅎ 청소 안 한 거 다~~~~ 용서해줄 정도로 맛있다. 피곤함도 잊은 채 청소를 마치고 먹는 밥이 최고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아들이 밥 사 주는 날 사랑한다. 아들아!! 소독약 뿌리고 말끔해진 집을 보며 아들의 설움도 아들의 힘듬도 말끔하게 씻겨 나가길 바란다. 힘든 20대의 끝자락에서 아들의 애씀과 수고를 칭찬하고 싶다. 청소를 안 해서 청정 지역이라며 면역성이 절로 생겼다며 너스레를 떤다.

코로나라 마음껏 안아 주지도 못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남은 자는 어찌나 당당한지? 키도 한 뼘은 큰듯하고 생각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있다. 내키는 줄어들었고 생각도 마음도 굳어지고 있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아들과의 소통도 잘되는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 나니 몸도 마음도 평정심을 찾았다. 오늘 격리 3일째다. 창문을 여니 햇살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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