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름다운 나비
2주간의 자가격리가 오늘 마무리되는 날이다. 드디어 좀 자유로워지려나...
그립고 가고 싶었던 한국에서 집콕 생활로 2주를 보내 다니... 그래도 5월의 아름다움이 반이나 남았으니 다행이다. 깨알 같이 적어둔 수첩을 꺼내 들고 스케줄을 다시 리 체크하며 나는 탈출 후 제일 먼저 해 두어야 할 일부터 정했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쉽지 않고,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날 순서도 나름 어렵다.
내 의지 50프로에 그들의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니 미리 선약을 잡아두는 게 좋을 듯 하지만 급한일이 새치기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든 일들의 순서가 뒤죽박죽 상태이지만 정상이다.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염려 해준 부모님 찾아뵙기를 일단 넘버원으로
격리 중에 이사 갈 집을 결정했고, 미뤄두었던 일들이 넘버 투.
가족들도 5명 이하 못 만나니 따로따로 만나기로 넘버 쓰리, 넘버 포... 너무나 많다.
미녀 삼총사, 모나리자, 드림디케, 여고동창들, 카톡창에서 보고 싶다던 언니 동생들... 연예인급 스케줄로 바쁠 예정이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다음 주말 이사를 해야 한다.
2주 격리를 하며, 1층이 답답할 줄 알았는데... 창 너머 새소리와 하늘에 조각구름도 보이고 창틀사이에 투명 소주잔에 물을 붓고 기다렸더니 노랗고 앙증맞은 꽃이 여러 개 피어났다. 5월의 햇살이 선물해준 청경채 꽃망울을 보게 되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인다.
아들은 이곳에서 혼자서 잘도 살아남기를 해주었다. 이제 정들었던 이방도 탈출이다. 나의 자가격리 2주에 비하면 아들은 무던하게 3년쯤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오래된 단독주택 1층의 불편함도 이겨내고 그저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란 노래를 즐겨 부르듯 아들은 이제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지나 비상을 꿈꾸는 나비가 되어있다.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
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 번 두 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거미줄을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사마귀를 피해 날아
꽃을 찾아 날아
꽃들의 사랑을
전하는 나비 워우워~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생략)
이 노래를 들으면 아들 생각이 많이 났고,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아들의 하루이길 바라며 타국에서 마음속으로 얼마나 애탔는지 모른다. 아들의 SOS를 받고 급 한국으로 잠시 왔고, 나도 이제 격리를 마치고 비상을 꿈꾸는 나비가 되려 한다. 격리하는 동안 보내준 사랑을 먹고 건강하게 2주를 마치었음을 보고한다.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소통도 감사하고 구독자님들의 숫자가 같아지는 111(구독자)과 111(관심작가)이었던 날이 신기했다.
쌀과 김치, 그리고 육수에 된장찌개와 감자 양파 풋고추까지 주셨던 2층 아줌마,
맛있는 경북사과 한 박스를 통 크게 보내준 예쁜 친구, 막내 남동생의 센스만점 여러 가지 도시락 배달로 허기를 채웠다.
초밥을 시작으로 연양갱 , 피자, 아이스크림, 삼겹살에 유기농 상추(꽃 피운 청경채)까지 얻어와 공수해준 아들, 취업 전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편의점 아줌마는 성주참외와 대파, 마늘 그리고 비빔밥까지.. 게다가, 상추와 함께 얼떨결에 따라온 청경채는 꽃을 피웠다.
햇살을 머금고 너무나 이쁘다.
열어놓은 창틈으로 봄바람도 살랑 불어준다.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벌써 설렌다.
모두 소중했고, 고맙고, 감사했다.
혼자서 심심할까 봐 자주 톡을 해주고, 전화를 걸어준 친구들과 동생들.. 그리고 5월의 하늘과 꽃 사진을 찍어 보내며 안부를 건네준 사람들.. 사랑은 주는 거? 아니 받는 것도 좋았다. 격리 중 아들의 집에서 틈틈이 짐 정리를 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격리 중에 이사 갈 곳도 구했고, 쿨한 나의 성격을 나만 아는 줄 알았는데... 남들도 다 알고 있었다.
5분 만에 집을 계약했다. (궁금하겠지만 다음 주를 기다려 주시길요 ㅎㅎ) 책장을 반쯤 덜어내니 시원해졌다. 아들들의 전공서적과 나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드림하고 손때 묻고 추억이 되는 책들과 앨범, 그리고 아들들의 일기장과 상장들만 남겼다.
이 많은 책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쿨하게 끈을 묶어 대문 밖에 내놓았다. 책을 사기 위해 참 많은 돈을 쓰며 살았었네... 애써 아쉬운 마음을 토닥토닥! 가져갈 짐과 버려야 할 짐을 구별하고 아들과 나는 따로따로 독립된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드디어 방탈출!! 아들은 서울에 나는?? 나만의 작은 아지트를 마련하여 피아노와 바이 바이를 하려 했지만... 못했다.
화장대를 버리고, 아들의 책상도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했는데... 피아노 때문에 발생되는 인건비와 추가 이사 비용을 지불하고도 내 마음은 피아노를 지키려 한다. 고집이 생겼다. ㅎㅎ 아들도 나를 설득하려 했으나 난
예쁜 피아노 카바를 검색 중이다. 이사 후 예쁜 옷을 입혀 거실에 두기로 했다. 앞전 글 보물 1호의 운명은 좀 더 수명이 길어졌다. 같이란 단어와 가치란 단어가 발음이 거의 흡사하다. 피아노는 나에게 가치로운 엄마의 선물이었고 내 인생길에 같이 가는 친구처럼 동반자였다. 나비처럼 날려 보내려다 멈췄다.
앨범을 보며 추억 속에 빠졌었고, 쾌쾌 묵은 나의 일기장을 보며 세월의 흔적을 느꼈으며, 아들들의 일기장과 상장들을 다시 정리하며 고맙고 감사함을 느낀 격리기간을 잊을 수 없을듯하다.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들과 추억이 더 많았기에 힘들고 어렵고 마음 아팠던 일들은 더 큰 사랑과 행복으로 감싸 안을 수 있었다.
이곳은 아들이 대학을 다닐 동안 잠시 거주했던 곳이었다. 코로나로 두 번밖에 오지 못했고 이제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격리기간이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맘고생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렸고, 아들도 잘 있었음에 감사하고 정말 쿨~~ 하게 날아가 보려 한다.
운전을 할 때도 멈춰야 할지? 가야 할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고 이럴까? 저럴까? 판단하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나듯 인생도 너무 깊이 따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선택 장애가 온다. 우물 안 개구리로의 삶은 원치 않는다. 어떤 어려운 문제와 장애물에도 다 풀어낼 능력과 용기를 갖고 차근차근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참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차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말이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못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때로 아쉽고 잘못된 선택이어서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세상은 둥글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근성이 있다. 탈출! 탈출! 격리 탈출!! 그러나
조금 아쉽다. ㅎㅎ 이제 무시 무시한 세상 속으로 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히 채워야 하고 코로나 속 방탈출도 잘~~ 해내야 한다.
한국으로 내가 오자마자 베트남 하노이엔 코로나가 비상이란다. 어딜 가도 안전지대는 없어 보이지만 자가면역성을 키우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잘될 거야 잘했어 너의 쿨한 선택이 옳았어'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 주길 바란다.
이제 격리는 여기까지
5월의 아름다움을 한껏 맛보며 살고 싶다.
체온 재지 않아도 되고,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보건소에서 뜬금없이 오는 전화에 응답 안 해도 된다. 자유다. 그런데, 2주 동안 익숙해져서 내일 아침 체온계를 들고 코로나 앱을 기다리지 않을까?? ㅎㅎ
드디어 격리 탈출 &방탈출을 꿈꾸는 아들과 엄마의 앞날은 무지갯빛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