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친구와 함께~힐링!

by 아이리스 H

자가격리가 끝나고 첫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나의 안부를 전하며 느긋한 아점을 먹고 쉬고 있었다. 한통의 전화가 왔다. "고생했다. 영양 보충하러 가자" 그러지 않아도 선약이 취소되어 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 좌 우로 엑스레이라도 찍는 사람처럼 뒤척이며 공허하고 답답했는데 친구의 전화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고 기뻤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래간만에 꽃단장을 한다. ㅎㅎ첫 외출이 떨린다. 친구는 차를 가지고 집 앞으로 왔다. 기웃기웃 두리번거리며 친구를 확인했다. 차를 바꿨다. ㅎㅎ 잘살고 있었구나! 냉큼 차에 올랐다."반갑다. 친구야!!"



부모님을 뵈러 가려던 약속이 하루 미뤄지면서 친구는 빗길을 뚫고 나를 구하러 온 천사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만나자마자 수다를 떨다가 그만... 가야 할 길을 잘못 들어서 경적을 울리는 차들 때문에 접촉사고가 날 뻔했다. 모르는 차 한 대가 우리를 막아주었고, 위기를 벗어났다.


길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빗속에서 창문을 열고 그 길이 아님을 코치해 주었다. 두 번째 모르는 천사 아저씨를 만났다. 심 쿵!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 유턴 차선을 잘못 인지했던 친구도 나도 순간 놀랬다.


친구는 미리 찜해 둔 곳이 있다며 그리로 가자고 했다. 그곳은 고양시 성사동에 위치한 빵집이다. 야외 테라스며 스케일이 남다른 빵 다방이다. 역시나 한국의 깔끔한 인테리어와 맛난 빵을 맘껏 고를 수 있어 맘에 들었다. 우린 더 맛난 저녁을 위해 빵 한 개와 커피를 시켰다.


비가 오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왕수다를 떨어야 하는데.. 격리 후유증인지? 차 때문에 놀래서인지? 급 피곤이 몰려왔다. 편안한 테이블을 골라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가 잠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 홀! 멋지다. 호호 하하 웃으며 친구도 나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2021년 5월 15일 흐린 날씨지만... 빵맛이 굿!! 빵 다방



" 야호!! 한국이다!! "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오랜만의 외출에 신이 났다. 비 내리는 오후, 따스한 차 한잔과 딸기 올린 빵 한 개를 나눠먹고 다시 테라스 쪽으로 이동했다. 빵 부스러기를 먹으러 날아온 참새가 귀엽다. 그때였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친구의 막내아들이 군대에서 "엄마" 하며 안부를 전한다.ㅎㅎ세 번째 천사가 등장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논술 수업을 받던 중학생이 어느새 나라를 지키는 일병이 되어있다. 반가움에 전화를 바꿨다. 군대도 코로나로 많은 제약이 있어 면회뿐만 아니라, 음식 반입도 안되며, 전화통화만 가능한 상태였다. 잘 지내주어 고마웠고 잊지 않고 날 기억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벳남 하노이도 다 있는 소리인데... 오늘따라 한국이 정겨운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좋다. 눈물이 나려 한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늘 배려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 주며 주거니 받거니 한참 수다를 떨었더니 배꼽시계가 꼬르륵 밥을 달라고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친구야, 뭘 먹고 싶었니?" " 응, 나는 된장찌개에 밥이랑 나물..."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음식을 원했다. " 그럼 한정식이 좋겠다." 차를 타고 고양 화정동 쪽 산이화로 옮겼다.


오래된 친구는 내 취향을 잘도 읽는다. 예쁜 식당이다. 그리고 좋은 자리를 내어준다. 코로나 격리로 영양실조에 가까운 나에게 친구는 " 내가 쏠 테니 마음껏 먹어" "야야, 나를 구해준 거야 내가 살게"옥신각신 서로가 내겠다며... 그러나 결국 친구에게 양보했다.


한정식 코스요리가 나온다. 돌솥 누룽지까지 야무지게 배를 채웠다. 힐링!!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옛말이 딱 맞는 말이다. 친구도 나도 오래간만에 포식을 했다. 집에 가서 소화제를 먹자며 꼭꼭 씹어 먹었지만 음식을 남겼다. ㅎㅎ


맛도 양도 푸짐했던 산이화




산다는 건 각자의 숙제와 분량이 다를 뿐이다.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쉬운 게 아니었다. 반백년을 지내보니 착한 끝은 있더라 그게 결론이었고 "나 같으면 못살았어 너니까 살아낸 거야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란 노랫말이 사뭇 내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합창단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불렀던 가요 ㅎㅎ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마스크를 쓰며 사는 세상, 5명 이하로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세상, 가는 곳마다 전번을 알려야 하는 세상, 손을 자주 씻고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될 줄이야! 우리는 그럼에도 감사함을 알게 되었고, 소중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았다.

소강상태였던 빗줄기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와 난 우산을 함께 쓰고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왔다. 예쁜 아아치형 꽃길을 나란히 발폭을 맞추어 걷고 하트 모양 불빛에서 서로의 독사진을 찍어주며 여전히 처음 만나 풋풋했던 20대로 돌아간 듯 즐겁고 행복했다. 친구는 나를 태웠던 곳, 우리 집 앞에 내려주었다.


한국이 어설프다. 빗줄기처럼 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바이 바이 손 흔들어 주고 친구는 돌아갔다. 늘 나를 응원하는 친구! 내가 언제나 뭘 해도 " 잘했어"라고 진심으로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은 행운이다.


천사표 내 친구 12월 할머니가 된다. ㅎㅎ 힘들었던 날들 잘 이겨내고 멋지게 살아줘서 고맙다. 그리고 오늘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와 준 너는 나를 살린 119 구조대 같았다. 내 마음 알지?


"친구야!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 그림 첨부 pinterest 캡처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