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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Feb 03. 2024

꿀고구마 먹으러 회사가요~~

하노이 스모그 현상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30층 높이까지

꽉꽉 채웠다. 하노이는 오래간만에 흑백도시가

되어 있다. 밤사이 하늘은 뭔 일이 있었는지?

남편을 따라 회사로 가는 길 집 앞 공원이

보이지 않는다. 스모그 현상이다.


바닥도 미끄럽다. 차에 오르기 전

회색빛 도시가 신비하고 신기하며 으스스하다.

아침  7시50분~

칼라가 없는 흑백의 회색 도시 하노이

천천히 라이트를 켜고 길을 따라

거북이걸음으로 조심조심 출근 중이다.

길 따라가면서 더듬더듬  신호등에

대기했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벳남 아가씨

운동화를 감싼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웃긴데 센스가 넘친다.

운동화를 감싼 비닐봉지


먹고사는 일에 진심이 된 건

베트남 하노이 살이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한국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구해서 먹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돈이 있어도

먹을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이다.


군 고구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로바로 지금이다. 이곳 벳남도 마찬가지다.

습하고 춥고 짧은 겨울이 왔다.

먹거리가 전보다 풍부해졌지만

안면도 호박고구마가 그립고...

해남 고구마가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하노이 뿌연 안갯속을 뚫고

남편을 따라 나선길은  위험했다.

이불속에서 늦잠을 잘 시간에 꿀고구마를

먹고 싶어 부지런을 떨었다.

덕분에 운치 있는 풍경을 덤으로 얻었다.


아스라이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들이 멋스럽다.

우중충하고 뿌옇고 기분 안 좋아지는 날씨다

이런 날씨가 좋다고? 뭔가 이상한 거 맞다.

2024년 2월2일 오전

천천히 고속도로 위에서 풍경을 감상하며

속도를 줄이고 느리게 가는 차들 속에 나도 있다.

 마음속은 온통  노란 호박고구마 생각에

배시시 웃음을 머금었다.

내속을 아는 이는 나뿐이다.

말랑말랑 노란 속을 베물면 부드러운 꿀맛이

목젖을 간지럽히며 내속으로 들어온다.


음 ~~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남편을 따라 회사에 가는 이유는

호박 고구마를 먹기 위함이다.

1층 상가 마트에서 군고구마를 키로로

재어 팔고 있는데 동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달콤한 맛을 나는 찾아냈다.


추억의 군고구마는 아니지만

마트 계산대에 놓인 호박 고구마는

언제나 내 지갑을 열게 만든다.

비주얼이 흡사 한국산 군고구마다.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껍질을 벗기는 순간 내 마음이

사르르 얼음 녹듯이 녹아내린다.

진심이다. 진심... 이럴 수가~~

꿀고구마를 대하는 마음이 하트 뿅뿅이다.


아침대용 한 개 , 간식 대용 한 개

두 번쯤은 먹어줘야 흡족하다.

벳남 산원은 날 보며 미소로 응대한다.

또 왔네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맛난 것을 고르라며 위생장갑을 건넨다.


누런 봉투에 담아

따끈한 군고구마를 품에 안고

3층 사무실올라왔다.

왜 이리  좋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갱년기 그게 뭐야?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면

괜찮아지는   아닌가?


군고구마 속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부드럽고 달콤한 말씨로

딱딱 함이 사라진 말랑한 느낌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군고구마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말이다.

꿀고구마  17일째~~


난 호박 꿀 고구마를 먹기 위해 회사에 간다.

스모그현상처럼 미래가 불확실 하지만

미로 찾기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가다 보면

길이 보이고 목적지에 잘 도착한다.


인생 속 스모그 현상이 오면

조금 느리게 천천히 좌우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차근차근 조심조심 가다 보면 좋은 날을

맛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하노이 2월 2일 스모그 현상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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