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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an 29. 2024

엄마, 나 쉬어가도 될까요?

마음의 소리를 말하다.

지난해 10월 뾰족한 음식을 잘못 삼켜서

운전 중 피를 토하고, 119차에 실려갔던 큰아들이

(내 글:세브란스에서 밤새브러스 참고요)

기적처럼 살아났다. 아들과 난 한국에서

4주를 함께 지내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재검사후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나는

하노이로 다시 돌아왔지만 신경이 쓰였다.

3개월이 지나고 잠잠했던 아들은

힘겹게 잡고 있던 일과 건강을 되찾았지만

마음이 오락가락 흔들림이 많았고 힘겨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수술 후, 조금 더 쉬었어야 했는데...

겨우 일주일 만에 회사에 복귀했고.

책임감에 강행군을 택했고, 난 말리지 못했다.

젊어서 그런가? 회복이 빠르네

중독인가? 겨우 초년생 딱지를 떼었는데...

때문인가? 할부 차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큰아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고서도 태연하게 회사에 다녔고

한 달쯤 죽만 먹더니 보통식으로 바꿔도

아무 이상 없다며 속은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 가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갑자기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났다.

노래가사도 어찌나 애틋한지??

분명 뭔가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아들의 목소리에 목이 메었다.


쉬어가라 해도 우기던 아들이 이제 쉬고 싶다며

새해 첫날 가족톡방에 시한폭탄을 터트렸다.


"엄마 나 쉬어가도 될까요? "





하노이에 모처럼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의 마지막 주말 토요일 (27일 )

드디어 큰 아들이 하노이에 도착했다.

트렁크도 없이 배낭하나에 작은

백을 메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입국했다.


비행기가 지연되어

꽃다발을 들고 기다린 지 50분 만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들이

성큼성큼 나에게 걸어왔다.

한 하늘아래서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반갑고 눈물이 났다 ㅠㅠ


들고 있던 꽃다발을 아들에게 안겼다.


"엄마, 나에게 왜?? 꽃다발을..."


"애썼다. 잘했다. 쉬어갈 용기를 축하해"


가족 4명이 뿔뿔이 각자의 꿈을 좇는 동안

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2019년에 하노이에서

새해의 꿈을 적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 이후 취업을 하고 만나지 못했었다.

한 명씩 한국에 다녀올 정도로 다들 바빴다.


뭣이 그리 중한데...


 베트남에서는 공항에서 꽃을 들고 기다리는 남녀노소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나도 덩달아

그러고 싶어서 갑자기 꽃다발을 구매했다.

공항에서 파는꽃 다발

남편은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주지라고 말했다.

아들은 꽃을 받아 들고 좋아했다.


"사진 찍기 싫어도 넌 5년 만에 오게 되었고,

5년 만에 러키보이가 되어 돌아왔으니

꽃다발을 받아 주는 게 미덕이야 ~"


"엄마, 작은 거 사지  과소비했네 ~

무거우니까 내가 들어주긴 하는데...

거참 쑥스럽구먼... 논다는 아들에게..."


꽃을 든 남자 큰아들 입니다

사랑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엄마, 나 진짜 쉬어가도 괜찮아?"




'ㅎㅎ 품 안에 자식이라더니...'


이제는 아들품에 안기는 부모가 되었다.

죽을힘을 다해 살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된 아들이 건강해졌지만

마음이 쓸쓸하고 외로웠다며...

설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달려왔다.


우리에게 줄 선물을 집에 두고 왔다며...

허당 모드로 우리를 웃게 했다.


"괜찮아 네가 선물이야 ㅎㅎ"


동생도 회사일을 끝내고 저녁에 합류했다.

3개월 전 형아의 응급실행으로

마음 고생했던 동생도 형아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5년 만에

완전체가 되었다. 하노이 날씨가

이상하게 추웠지만 우리 가족은 벽난로를

하나씩 품은 채로 서로를 대했다.


찬바람 속에서도 끄덕 없는 찐 가족이다.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 실감하며 말이다.


아들아?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려면

음표와 쉼표가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한단다.


웅변보다 때로는 침묵이 필요하며

마음이 몸에게 전하는 소리를 잘 들어야 하고

무엇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꾸준히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사노라면

무엇이 되어 있기도 단다.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행복과

쉼표도 찾을 수 있는 지혜와 변별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잘 왔다. 고맙고 사랑한다.

함께 있는 동안 여행도 하고

쉬면서 미래도 꿈꿀 수 있길 바란다.


집안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아들에게 안겼던 꽃 한다 발을 분해하여

나름대로 꽃을 꼽아 두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고장 난 마음에 향기가 되고

퍽퍽했던 마음에 힐링이 되길 바란다.


미라클 러키보이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다.

힘겨웠던 날들이 잘 지나가고 있으니

이제 곧 좋은 날들이 올 거야 믿어본다.

인생의 봄날 그런 거 말이다.

새롭게 살아가는 2024년 1월

시한폭탄은 무사히 처리되었다.


 "엄마, 나 쉬어가길 잘한 거 같아~"


***아들은  한 달을 휴가로 받고

2주 하노이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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