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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19. 2024

따릉이와 함께 성북~ 성동까지

해피맘 삼총사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저기 가는 저 사람  조심하세요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이 동요가 기억나십니까?

인생도 어물어물하다가는 금방 지나갑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었다.

가방도  무거워졌다.사물함이 있긴 했지만 작았고

예습도, 복습도 ,숙제도 해야 하니 책과 공책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는 일은 누구나 필수였다.

게다가 도시락까지 챙겨가야 하니 참 버거운 학창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옆집에서 자전거를 빌려오셨다.

난 저녁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언니와 엄마와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뒤에서 엄마가 잡고, 앞에서 언니가 잡고

자전거 안장에 올라 발을 페달 위에 놓았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끙끙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자전거를 탔지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무릎이며 팔뒤굼치가 멍이 들고

급기야 피가 나기도 했다. 멈추지 않고

자전거를 배워 드디어 균형을 잡게 되었다.


몸에 중심과 엉덩이 발의 움직임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며 자전거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고 바람을 가르며 장애물이 없는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오 홀~ 재미있었다. 언니는 연습만

하고 자전거를 끝내 타지 못했다 겁이 많아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나의 자전거가 생겼다.

그때 당시 유명한 삼천리호 자전거였다.

반짝반짝 빛나던 그 자전거는 나의 발이  되었다.

몸이 약했던 언니와 나의 책가방을 옮겨주는

운송수단이 되었다. 위험천만했지만 나에게

질주보능이 숨어 있었나 보다~잘 탔다.


친구들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지만 난 가끔

언니의 가방을 교실까지 배달해 주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기도 했지만 성실하게 해냈다.

언니와 나는 3년 개근을  했다. 부지런함을 그때

배웠고 , 책임감도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자전거는 그때 그 시절 나의 애마였다.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심부름도 자주 다녔다.

언니가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갔고 , 여고 근처로

우리 집도 이사를 했다. 자전거대신 걸어 다니게 되었고

야간자습을 밤 10시까지 하게 되면서 자전거와

인연은 점점 멀어져 갔다.


 하교를 책임지 나의 자전거는 안뜰 구석에

한 동안 머물렀던 기억이다 아스라이 기억의 창고에서

과거의  자전거를 추억해 본다.






2024년 4월 15일


" 우리 오늘 꽃구경 갈까?"

"어디로? 한강으로 "


따릉이 (자전거) 타고. 해피맘 삼총사들은

봄나들이를 떠났다. 갱년기를 이겨내는 비법전수!

뒤늦게 자전거에 흠뻑 빠진 친구의 제안이다.

강원도가 고향인 친구는 남편에게 자전거를

오래전에 배웠고, 나는 학창 시절 타본 게 전부다.


아~~ 내가 과연 탈 수 있을까?


성신여대 근처에서 만나 김밥을 사고

핸드폰에 따릉이 앱을 깔고 인증 번호를 받아

나 임을 밝히고 완료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두세 번의 버퍼링이 걸렸지만 2000원을 카드

입금 후 따릉이를 내손에 넣었다.


하늘도 맑고 벚꽃이 휘날리는 봄날  바람을 가르며

멋지게 자전거를 타는데 어림잡아 20년 만이다.


뭐가 그리도 바쁘게 나의 발목을 잡았을까?

허둥지둥 살아오느라 자전거 탈 시간도 없었을까?


무작정 페달을 돌렸다. 바람이 시원하다

자전거 타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한다.

한국일정이 빠듯했지만 자전거 타기는 추억소환

하기에  정말 좋았다.


3년 차 친구의 루틴이 되어준 자전거를 따라

속력을 내보기도 하고 주춤주춤 멈추기도 했으며

브레이크를 밟아 세워두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사진도 찍고 우리는 진정 해피맘들 인증이다.


앞만 보고 달려 뒤돌아보지 말고....


지나가던 분이 우리가 서로 챙기며

 뒤돌아본 친구에게

큰소리로 한마디 하고 앞서갔다.

오르막에서는 있는 힘껏 페달을 돌리고

내리막길에서는 숨 고르기를 하듯 발은 멈춘다.

살아가는 인생이 자전거를 타며 속도를 조절하는

힘이었음을 깨닫는다.


튤립꽃이 만발하였다.

오래간만에 오색 튤립꽃길을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까지 자전거로 달리며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래 돌고 도는 자전거

바퀴처럼 페달을 밟아내느라 그동안 고생했다.

잠시 쉬에가렴  애썼다 수고로움을 서로 칭찬

하며 노란 우산이 나란히 있는 성동구에 도착했다.


김밥 한 줄도 감사하며 맛나게 먹었다.

야외로 소풍 나온 여고생처럼 실컷 웃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를 배려해 준다.

예쁘고 좋은 건 담아가련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따릉이 문자가 떴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재충전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랜만에 탔더니 엉덩이도 허리도 어깨도

손목도 발바닥까지 힘이 풀리고 지쳐갔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천천히 꽃구경 하며

즐거웠다. 한 친구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할 곳이 없어

등줄기에 땀이 났다. 겨우 도착한 곳은 청계천쯤...

(핸드폰 밧데리는 100프로 충전이 필수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목적지에 서 잘 돌아왔지만

인생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무던히 가는 거다.


나는 다시 하노이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을 즐기며 미래를 꿈꾼다.

멈춰있던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리고

다시 힘차게 달려갈 힘을 빵빵하게 충전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 길

꽃보다 예쁜 갱년기 해피맘 친구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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