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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16. 2024

추억이 방울방울~~

오래된 장소에서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고 여중을 다녔다

긴 머리를 양갈래로 나눠 머리를 따고 여고에 다.

그 후 교복 자율화와 두발 자율화 였지만

난 커트대신 양갈래 머리 따기를 고수했었다.

여중과 여고는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교문 앞 떡볶이와 튀김 핫도그 가게는 사라졌고

문방구도 자취를 감추었으며 주차장으로

변한 교문 앞 풍경이 어색했지만  교문이

열려 있었다. 토요일인데... 남자도 

들어가도 되려나? 남편과 나란히 교문을

통과했다 얼마만인가?


 한국에 있을 때엔 그래도 가끔 다녀가곤 했다.

해외살이 어느덧 8년 차 이런저런 이유로

잊혀진 학창 시절이다. 문득 모교에 가보고 싶어

추억을 찾아 더듬더듬 충청도에  이유다.


넓은 운동장과 학교건물 사이 징검다리는

사라졌고 선생님들의 자전거를 세웠던 곳도

없어졌다. 체육실과 강당도 새로 지어졌고

조경수도 조금씩 자리가 옮겨졌으며

신사임당 조각상 대신 커다란 돌과 소나무가

교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나의 모교


후배들이 공부하는 그곳에 서니 마음이 야릇하다.

소녀시대로 잠시 돌아가 이곳저곳 발을 옮겨본다.

아무도 없다. 어딘가에 CCTV가 작동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공부하고 생활했던 공간이

그대로 있음에 마음이 뭉클했다.


은행나무를 심어둔 운동장에 벤치도 있고

개나리 울타리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구분 지었던 곳은 그물망으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름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네 잎클로버를 찾으며 교무실 앞 풀밭에서

친구들과 하하 호호 뛰놀던 곳도 작은 화단만

남긴 채 여전히 여러 가지 화분들로 꽃송이를 달고 봄햇살을 받으며 피어있었다

목련꽃도 화사하게  그대로 잘 있었다.


추억을 방울방울 달고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는 일은 과거 속 나를 알게 해 주었고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학창 시절의 나의 모습을

그리며  멍 때리고 있었다.


어느새 50대 중반의 삶을 지나 해외살이중이다.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나의 모교에서

꽃무늬 원피스에 청 재킷을 입고

남편과 나란히 따뜻한 봄햇살을 만끽했다.

돋아난 민들레꽃도 이름 모를 풀꽃들도

봄을 알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며칠 후, 인사동에서

그때 그 시절 동창생들을 만났다.

다들 바쁘게 사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지만

인사동 골목 전통 찻집에서 우리는 오래간만에

하하 호호 수다 삼매경이었다.


커피대신  전통 대추차와 쌍화차 생강차를

마시며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어도

만나면 잠시나마 여고시절로 타임머쉰을

타고 돌아간 기분이다. 그때 그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이 내 앞에 있으니 즐겁다.

저통차와 떡



인사동도 많이 변해있었다. 폐업이 된 가게들도

보이고 있던 곳이 사라지고 새로운 가게가 수리 중~

제자리를 지키는 몇몇 가게만이 여기가 인사동임을

알게 해 주었다. 스카프도 사고 덧신도 사며

우리들의 웃음소리를 인사동에 남기고 헤어졌다.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말하지만

지금이 좋은 때임을 안다. 가끔은 추억 속

학창 시절을 ~~~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지금

또 노년의 삶이 다가오겠지만 순리대로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듯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4월의 봄날이 아름다웠노라고

추억의 장소를 가보니

비눗방울을 불면 방울방울 올라가 사라지듯

내 안에서 추억도 아스라이 흩어졌다.

또다시 하노이로 가야 할 시간이 가까이  오고

있지만 오늘의 추억을 저장  하고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행복했던 기억을 모아 모아

추억하는 일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오늘도 추억 추가하려고 부지런을 떨어본다.

모두가 꽃처럼 피어나는 봄날의 삶이 되길~~


모교에 피어난 자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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