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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30. 2024

마음이 단순해지는 실빱 따기

봉제공장에서 ...


하노이 날씨는 35도를 가볍게 넘겼다.

하노이 사무실에서 내부 일처리를 끝내고

남편과 나는 타이빈 봉제공장으로 향했다.


내일은 물건이 한국으로 출고되는 날인데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했으며

사무실직원들까지 총출동을 하고 말았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어찌나 더운지 머리가

뜨끈뜨끈 하다. "모자 사줄까? " 가던 길 멈추고

들어간 가게에서 모자를 골랐다.


얼마일까요?


모자에 두른 끈만 루이뷔통인데 명품치고는

저렴하게 급구한 모자가 맘에 든다.

차 안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어본다.


가성비 정말 좋은 거? 맞다.

 한화로 4000원쯤~되는 가격이다.

하노이는 여름이 벌써 시작되었다.



공장으로 가던 길 모자하나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자의 마음은 왜? 이런 걸까? 참 단순하다.

남자는 공장으로 가는 길을 지나쳤다.


점심을 먹으러 가자며 달려간 곳은 오래전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는 갯벌 바다였다.

37도가 넘어섰지만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흠 ~~ 좋다 여기라도 숨통이 탁 트인다.'


내가 좋아하는 새우가 한 접시 나왔다.

물개박수를 치며 "우아~맛있겠다."

펄펄 뛰던 새우는 수족관에서 나와 찜이 되었다.


베트남 타이빈 갯벌 바다 식당에서...

두세 개를 먹던 중에 해물 새우죽이 나왔다.

해물죽에게 밀린 싱싱한 새우는 시큰둥했지만

나는 죽그릇을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


고생이 시작되기전  잠시 힐링했다.


가던 길에 공장 직원들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아이스크림 (하드) 통 크게 샀다.

50여 명에게~~ 한여름 산타할머니모드다.


하노이 연휴가 시작되면 4박5일

쉬어가야하니 오늘까지 미션을 완료해야 한다.

머릿속도 마음속도 복잡 하다.




봉제 공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에어컨도 없이 커 다린 선풍기 몇대로 공장안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목욕탕 의자에

앉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한국을 다녀온 후, 3주 만이라 반가웠다.


미싱 하는 사람들 , 다림질  하는 사람들,

실밥 따는 사람들, 포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이스크림 하나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난

실밥 따기를 돕기로 했다. 마담 이고

회사에 4개월 차 신입 이사고 다 필요없다.


미션완료를 위해 투입 되었다.


쪽가위를 들고 반바지의 실밥을 따는 일이다.

처음 해보는 일이다. 시력이 좋은 편이다.

" 마담, 잘 보이시나요?"


일손을 도우러 와보니 환경도 열악하고

모두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조용했으며

미싱 돌아가는 소리와 선풍기소리만 들렸다.


무념무상이다.


쪽가위로 실밥 따는 일은 정신을 집중시켰다.

잘한다는 칭찬에 잠시 교만해졌나보다...

쪽가위가 손등을 살짝 스쳤다.


아이코! 베었다.


실밥 따기보다 어려운 건 불편한 원피스를

입고 갔다는 것이고, 목욕탕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려니 엉덩이도 허리도 아팠다.


목욕탕 의자에 박스하나를 깔고 앉아

베트남 타이빈 어느공장에서 난 실빱따기로

마음이 단순해짐을 실감했다.


1시간, 2시간, 3시간...  점점 수행의 시간이

흘러갔고, 온몸 구석구석이 좀이 쑤셨지만

쌓여가는 반바지의 실빱따기 마무리중...


사무실직원들도 이런 일은 오랜만 이어서

우왕좌왕했지만, 다들 묵언 수행 중...

실밥 따기에 집중하며 단순작업을 마쳤다.


퇴근이 늦어진 엄마를 보기 위해 공장 안으로

꼬맹이들이 하나둘 들어왔고 통역사는 소시지를

나눠주며 아이들의 지루함을 달래 주었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지만...

마무리 포장하던 직원들이 안보였다.

저녁 결혼식에 다녀와 잔업을 한다고 했다.


오! 마이 갓~


다음날 새벽 6시 30분!

실밥 따기와 다림질 그리고 포장까지 끝낸 옷은

컨테이너에 실려 하이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땀나게 달려온 하루! 상처 난 손등은 금세 나았고

실밥 따기로 단순해진 마음은 뿌듯함으로 채웠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우리 삶에도 가끔 실빱 따기가 필요한거?


얽히고 꼬인 마음은 풀어내어 다듬고

쓸데 없이 길어진 생각싹뚝 싹뚝 잘라내어

마음을 정리하고 단순함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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