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5일장과 서귀포 수국 카페

by 아이리스 H

제주도 둘째 날 아침 8시~

믹스커피 한잔과 빵 한 조각 호텔방에서 우리끼리 먹었다. 급하게 겨우 얻은 가성비 좋은 도두동 호텔에서 하룻밤! 피곤했는지? 코를 골았단다 내가ㅎㅎ 그럴 수도 있다. 시체처럼 조용하게 잔 친구보다 푹 잘 자고 일어났으면 된 거다. 어제 사 온 사과가 꼬마 냉장고에서 살짝 얼었다는 오 홀 센데... 하하하 별거 아닌 것에도 아침부터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집 밖으로 새어 나갔다.


우리는 샤랄라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그리고 카페로 가기 전 샛길로 빠져 제주 5일장에 들렀다. 나 때는 말이야~~ㅎㅎ어릴 적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면 재미있었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물고기들과 커다란 다라 안에서 헤엄치는 미꾸라지, 싱싱한 야채들, 살아있는 꽃게들... 김이 폴폴 나는 찐빵 , 달달 구리 설탕 품은 호떡, 여러 가지 과일들... 시장 안을 몇 바퀴 돌고 다리가 아플 즈음 시장바구니 가득 산 먹거리를 내려놓고 잠시 간식타임 ㅎㅎ호로록호로록 젓가락질이 안 되는 청포 묵집 앞에서 간장에 깨소금 한 스푼 엄마는 그걸 자주 사주셨다. 나 때는 그랬다.


친구들과 제주도 5일장에 갔다. 생각보다 규모도 엄청 컸다. 주차장에 차들도 빼곡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내 어릴 적 아줌마, 할머니들의 장사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장사를 잘하고 있었다. 어디부터 구경을 해야 할지? 엄마 따라 졸졸졸 아니고 제주댁 따라 졸졸졸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구경을 했다. 매실 철인가? 자루에 탱글탱글 매실이 쌓여있다. 열무도 허리를 묶고 누워있다. 무도, 홍고추, 청고추도, 배추도... 뾰족한 양배추도 볼거리 먹거리들이 줄지어 있다.


남대문 시장도 아닌데 편안하게 집에서 입는 바지가 5천 원이다. 제주댁 딸내미가 파운드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들고 짠~~ 나타났다. 초등학교 때 본 얼굴보다 훨씬 예쁘게 잘 컸다. 여전히 엄마 따라다니는 딸을 보니 부럽다. 요가 선생님을 잠시 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5천 원짜리 바지를 단체로 구입하며 묻지도 않고 딸내미에게도 그냥 드림했다. 감사하게 받는 모습이 ㅎㅎ 예쁘고 착하다. 우리는 참외도 사고, 옥수수도 사고... 그 후로도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점심때를 놓쳤다.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 허기가 반찬이다. 맛나게 한 그릇 비우고 드디어 마노르 블랑 수국 카페로 고고씽~~



내 친구들... 내가 찍어서 내가 없다 ㅎㅎ

ㅎㅎ 카페로 가다가 또 샛길로 빠졌다. 인생 뭐 있나? 사진을 찍으러 간 곳은 새별오름 바람이 방해한다. 나풀나풀 바람이 시샘하듯 모자도 날아가고 치마도 날린다. 그래도 괜찮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 그럼에도 우리는 바람과 친구 되어 놀았다. 오르막 둘레길 패스하고 산 밑에서 ㅎㅎ 계획대로 모든 일이 다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면 여행도 가끔은 놀며 쉬며 그렇게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시 길을 떠났다. 부르릉...


예쁜 카페 입구에 들어서니 수국들이 마중 나왔다. 수국은 토양에 따라 변하는 특성 때문에 변덕스러움이 꽃말이며 숨겨진 진심을 알고 나면 새롭게 다가오는 꽃이다. 진짜 꽃술은 안에 있고 가짜 꽃잎들이 풍성한 꽃을 표현한다고 한다. 네이버에게 물으니 이렇게 다양한 꽃말들이 나왔다.


수국:냉정, 무정, 변덕, 변심,

하얀 수국: 변덕

분홍 수국 : 소녀의 꿈

파란 수국 :냉정. 무정

보라 수국: 바람둥이


ㅎㅎ 난 바람둥이 아닌데...

보라 수국을 좋아한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라떼를 시키고 야외정원으로 나가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꼬?? 와우! 와우! 너무 예쁘고 멋진 풍광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이 곳곳에 많다.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라떼 한 모금 마시는데... 어딘가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틀어놓은 게 아니라 생음악으로? 블루 수국 밭에 블랙 그랜드 피아노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우리는 그곳으로 가서 돌아가며 피아노를 쳤다. 자연과 어울리는 환상의 멜로디다. 블루, 핑크, 보라 바이올렛을 품은 수국 꽃밭에서 우리는 "함께여서 참 좋다" 넷이서 인증숏도 날리고 독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샬랄라 원피스는 꽃과 잘 어울렸다는 풍문 ㅎㅎ한참을 사진 찍고 나서야 허기짐을 알았다.

야외 수국 카페


이른 저녁은 대패삼겹살로 정했다.


제주댁 남편도 초대했다. 몇 년 만인가? 어색하지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소주 한잔 캬 ~다들 술을 못한다. 한 모금 ㅎㅎ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춤을 추는 삼겹살과 기름에 구워진 마늘을 넣어 쌈 싸 먹었다. 배불리 먹었다. 하트 모양 볶은밥까지 냠냠 샬랄라 원피스가 꽉~끼 일 정도다. 어머나?? 너무 먹었다. 행복충전 완료!!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오는 길 아슬아슬하게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의 미션 마무리는 노을 촬영이다. 저녁이라 차가 밀린다. "하늘이시여~조금만 더디 해가 지게 하소서" 우리의 소원은 이뤄질까? 운전하는 제주댁의 마음도 타들어 갔을 듯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우리는 다른 건 다 패스시키고 허구한 날 뜨고 지는 해를 갈망했다. 도두봉으로 올라가 노을을 보기로 하고 데크로 깔아진 길을 걸으며, 뛰며, 부지런히 달려갔다. 드디어 아름다운 노을 컷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미션 완료!! 살면서 작은 소원 하나쯤 품고 살지 않는가?



위대 한일을 해낸 것처럼 우리는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소나무 숲길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그래도 두 끼 유명 맛집 아니고 그냥 친구가 먹던 데로 친구네 집 근처에서 마실 나온 동네 아줌마처럼 편안하게... 그래서 또 웃었다. 옷을 갈아입고 밤 산책을 나갔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무지개 방파제 앞에서

멋진 글귀를 발견했다.


ㅈ, 들지 말앙 삽써 (근심 걱정 말고 살아요)


내일은 뭘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