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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대신 점점 느리게...
방전된 마음 충전하기
by
아이리스 H
Aug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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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속 시끄럽고 마음이 분주해져 생각이
많아질 때 그럴 때는 바로 시골 의류공장으로
출장을
핑계로 떠난답니다.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휴가가 아닌
시골로 떠나는 2박 3일의 일정은 빡빡 합니다.
엊그제 심어놓은 듯 한
벼
는 어느새 자라서
연 초록빛으로 쌀알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한해의 반을 넘어서고 있는 8월
한낮의 더위가 숨이 막힐 정도로 덥습니다
.
뜨겁다 못해 찌는 듯 한 찜통더위에 차가웠던
생수는 미지근해져 맹물맛이 싱겁습니다
아
~~ 보이십니까~~~~
내 마음은 연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의
힘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천둥 번개와 비를 여러 번 맞고도
연약한 풀줄기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베트남 시골의 논뷰~
쉼표대신 점점 느리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쨍쨍 내리쬐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손도손 함께 모여 으쌰으쌰 힘을 내며 잘
익어가는 중입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여기는 베트남 타이빈 시골입니다.
일하러 왔는데 또 딴 데 눈을 팔고 있습니다
.
급기야 차를
세우고 통화하는 틈을 이용하여
잠시 아주 잠시 차에서 내려
크게
숨을 쉽니다.
우~~~ 아 좋다. 너무 좋다. 우~~~ 아
(사실은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잣나무꽃을 처음 봅니다.
뾰족한 잎사귀 사이로 작고 앙증맞은 빨간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잣 열매를 준비 중?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바쁘게 한 걸까요?
사계절이 아름다운 한국 충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을 거쳐 베트남시골 여기까지 오느라
참
많이 애쓰고
힘겨웠습니다.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살았던 삶을 내려놓고
느리게 좀 더 느리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50대 중반에 오니 이제야 그래도 됨을
알아갑니다.
하노이 도시를 벗어나 2시간이면 시골의 삶을
볼 수 있음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길가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고요하고 정감이 갑니다.
도시로 도시로 멋진 곳을 찾아다니기보다
울퉁불퉁한 오솔길을 좋아합니다.
천천히 서로 양보하며 빠져나가는 시골길과
논뷰,시골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진 속 시골 풍경
잠시
감상해 보겠습니다.
허름한 집 한편에 줄을 매달고 누군가 빨아서
널어놓은 주황빛 꽃바지와 흰 티가 보입니다.
빨래
40도가 넘는 땡볕에 금방 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빨래를 지나가는 길에
물기 빠지게 널어놓은 수수하고 털털함에
웃음 납니다.
빨랫줄이 얼기설기
복잡한 듯 하지만 나름 질서가 있습니다.
'내 바지 곱지유~~ 그람유~~~^^
'
시골스럽고 지저분한 느낌의 흙에서도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길가를 찍으려는데
자전거 한대가 유유히 지나갑니다 찰칵!
순간 포착입니다.
나의 손끝은 빠르게
풍경은 느리게 좀 더 느리게 지나갑니다.
그분은 자전거뒤에 손주의 자리를 마련한 듯
보이며 손주를 데려다주고 가는 길?
혼자서 예측하며
입가에 미소 지어봅니다.
참 행복한 할아버지 패션도 좋아보입니다.
행복한 할아버지
시골길을 지나 작은 의류공장에 도착했습니다.
에어컨 없이 천정에 붙어있는 선풍기만으로
의류공장 안은 미싱소리로 가득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하는 모습을
보며
속 시끄러웠던 일들이 별거 아니었음을
.
..
고작 그까짓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베트남의 시골 공장을 오고 가며
흙덩어리처럼 딱딱했던 마음이 어느새
부드러운 흙처럼 변해가고 고인 물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그리 살아보렵니다
.
연꽃
가끔은 느리게 사는 삶도 강추 합니다.
인생은 흘러가는 데로 자연스럽게
놔두면 다 잘 지나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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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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