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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죠?

1박 2일

by 아이리스 H

어머나! 이게 누구야?


층계를 내려오며 흐들갑을 떠는 언니들이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천안역에 도착했다.

나는 갓 구운 따끈따끈한 호두과자를 사들고

여행의 깜짝 게스트로 출현을 하게 되었다.


007 작전타임 성공?

만남의 기쁨이 두 배였다.


베트남 하노이댁은 잠시 충청도주민이 되어

어쩌다 독서모임 1박 2일 여행에 동참했다.

서울댁 3명 , 용인댁, 조치원댁 , 의정부댁 2명

고양시 댁, 하노이댁 1(합 9명)은 각자의 공간을

벗어나 책을 잠시 덮고 자연을 찾아 떠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분이 빠졌지만 오래간만에

콧바람 가득 신바람 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뭣이 그리도 바쁜 걸까요?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어디로 가나요?


독립기념관 단풍나무숲길을 걷기로 했다.

차 안에서 따끈한 호두과자와 간식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공주파, 안공주파 두 파로 나뉘어 자동차를

타게 되었다. 쪽파 대파도 아니고 ㅎㅎ


난 공주파 차를 타게 되었다.

내가 공주 파라고?

운전을 맡은 용인댁 럭셔리 마담은

안전운전을 위해 바퀴 4개를 새것으로 갈았다며

가자 가자 가자 쌩쌩 ~ 씩씩하기만 했다.


공주파 아니고 막가파 아닌가요?


삼삼오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독서와 토론을 하며 교양을 넓히는 쪽

오래된 스터디 소 그룹이다. 놀고먹는

날라리 그룹 아니고 좋은 곳으로의 여행과

한 달에 한번 책을 정해 함께 읽고 토론한다.


나는 여건상 책을 구하지 못할 때도 있고

토론참여도 힘들지만 단톡방을 통해 늘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시간을

만들어 얼굴보기하는 정도로 끈끈하다.




11월 첫 주말 한국 날씨는 열대야였다.

하노이에서 내가 온 줄 알고 날씨도 뜨겁다.

주차장을 벗어나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노란 은행잎과 단풍나무길이 펼쳐졌다.


걷고 또 걸으며 가을을 만끽한다.

나풀거리는 태극기 사이에 서 있음이 꿈만 같다.

천안 독립기념관


대한민국 만세!


밑바닥에 깔렸던 애국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개미 목소리로 내 나라가 잘 있어주길...

간절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단풍길을 걸으며 하하 호호 웃음꽃이 피었다.


단풍나무길

그날 단풍나무길에 스트레스를 확~~ 날렸노라고

인생길을 걷듯 오르막 내리막 길을 걸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든 오르막 길도

신발을 질질 끌어도 수월한 내리막길도...


멋진 단풍이 배경이 되고 마음 잘 통하는 이들과

함께 걸으니 즐거운 소풍길이 되었다.


가을이 곱게곱게 물들어 가듯 우리의 만남도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음에 감사했다.

어느새 흰머리가 희깃거리는 나이지만

언제나 청춘 일수는 없지 아닌가?


텃밭 농사를 지었다는 왕 언니가 앙증맞은

미니찰 옥수수를 쉼터에서 내놓았다.

정성반 사랑반 옥수수는 꿀맛이었다.

하노이댁은 덤으로 두 개나 먹었다.

미니 찰옥수수


은행잎을 한 움큼 집어 날리고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으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즐겁다.

여행은 서서한 독서라지요? 맞습니다.

알록달록 단풍길에 나오길 참 잘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

1시간 넘게 단풍나무길을 걸었더니

배꼽시계가 난리부르스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갔는데도 대기하란다.


갈비가 익어가는 식당

눈으로 코로 입으로 먹는다. 냠냠 쩝쩝

제발 말 시키지 마라 ㅎㅎ배고프니까

당 떨어졌고 속을 채우고 놀자고 ㅎㅎ


역시 여행길 먹는 게 남는 거다.

돼지갈비에 입가심으로 물냉면까지...

다시 어디로? 조치원으로 ~~~

배가 부르니 솔솔 잠이 오려했지만 꾹 참았다.


펜션에 들러 드디어 짐을 풀었다.

그리고 고북 저수지를 반바퀴쯤 돌다가

발견한 곳 달님 별님이 불을 밝혔다.

어째 이런 일이? 9개의 별이 빛난다.

조치원 고북저수지

저 별은 나의 별~저 별은 너의 별~


큰 별. 작은 별. 중간별. 그리고 반달님이

반기는 이곳에서 기타 치는 조치원댁을

중심으로 모였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춤을 추고 또 누군가는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맘껏 즐겼다.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거

외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려요

사랑과 욕망도 모두 마셔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즮음을 불태워요~~^^


기타를 심심풀이 취미로 배운 조치원댁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갱년기를 극복했고

초청받아 연주를 할 정도로 수준급이 되었다.

고운 목소리로 노래까지 ~~ 너무 멋지다.


석양이 아름답게 지고 우리는 영양보중을

하러 버섯 오리탕집으로 향했다. 뜨근한

국물에 부추를 담가 먹었다.

온몸에 세포가 살아나고 뼈에도 영양분이

공급되며 마음에도 행복함이 채워지고 있었다.


얼마만인가? 이런 이런...

모닥불 피워놓고~~



해외살이를 하다 보니

야외에 모닥불을 피위본게 10년도 더 된 듯

기억 속에 가물가물 하다. 1박 2일의 휘날레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펜션 앞마당에 모였다.


모닥불 피워 밤도 굽고 고구마를 구웠다.

배부른데 또 먹어?

누가 다 먹을 건데... 걱정 마시라

모닥불에 고구마 밤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


하루종일 종종걸음 걸으며 온 하루를

야무지게 마무리하는데...

기타와 플루트의 무료공연까지

아름다운 밤이었소~~


그날 고구마 밤은 안 남아 슈~~


귀염둥이 막내의 막춤과

똥파리 샹송에 샴푸광고는 유튜브 감

개그맨 뺨칠정도의 끼가 발산되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


슬프고 힘들 때 꺼내보기로 해요~


그날밤 탱크 지나가게 코를 곤 사람

손 들어봐요 ~~ 공주파 안에 있다는 제보다.

공주파 바로 해체 들어가야 한다는 건 안 비밀

더 기막힌 얘기는 묻어둘게요~


여행 가는 길 오는 길 애쓰신 회장님 총무님

감사했고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다 보기로

단풍처럼 빨갛고 노랗게 아름답게

익어가는 중년의 삶 모두 편안하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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