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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낙서여행

하롱베이에 가다.

by 아이리스 H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좀 나아질까?

귀차니즘이 아니라 그저 답답함이다.

세상도 내 삶도 희망이 필요하다.


꽃망울이 맺힌 꽃을 사서 기다림을 즐긴다.

이미 피어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시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꽃이 하나씩

피어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서다.


12월28일에 사온 꽃

4일 만에 겨우 한송이가 활짝 피어났다.

꽃을 보며 하루하루 마음을 달랜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다.

안타깝고 아쉽고 억울함에... 나도 그렇다.


비행기를 8년 넘게 타고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이런 기막힌 일이 생길 줄이야~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


2025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기로

알람을 새벽 5시로 정했다. 그러나 나는

알람을 끄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출보기 취소 취소 취소야!


5분만 더 자고 아니 10분만... 더 자고

날씨가 흐려서 일출 못 볼 듯하니 가지 말자고

새해 첫 약속을 보란 듯이 어길 뻔했다.


그냥 가볼까? 5분만 생각해 보고...

부스스한 머리에 물을 발라 손가락 빗으로

대충 훝어내리고 모자를 꾹 눌러썼다.


5분 화장을 끝내고 남편을 따라 나선길

새벽공기가 매콤 하다. 뿌연 안개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내 몸을 겨우 차에 실었다.

5분만 5분... 하다가 늦어졌다.

새해부터는 이럴까? 저럴까? 망설임을

줄이고 빠른 선택을 해야겠다.


출발한 지 20분 만에 일출을 만났다.

달리는 차안에서 한 컷


달리는 도로에서 만난 일출이라니...

호들갑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잠이 깨는 중

어둠을 이겨내고 뿌연 안갯속에서 까꿍~

또렷하고 영롱하게~~ 쑤우욱~


2025년 첫 일출을 마음에 품어본다.




2025년 1월 1일

하롱베이

여긴 어디? 하롱베이?

하노이~ 하롱베이까지 2시간 30분 달렸다.

일출을 보러 나왔다가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저 멀리 백사장이 보이고

파도치는 바다를 만나니 너무 반갑다.

속 시끄럽던 모든 일들을 바다에게 맡겨본다.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좋았다.

2025년 1월 1일 11시

눈이 부시게 푸른 희망이 찾아와 노크한다.


안녕? 아이리스? 새해에 부지런 떨었네요

막대기 하나를 구해서 낙서를 시작했다.

이렇게 큰 바다 한가운데 우리뿐이다.


우리 가족 이름 끝자를 적고 하트로 마무리

남편작품이다. 꾹꾹 눌러 담은 사랑에

미소가 번진다. 2025년 전부를 이미

사랑하기로 했다.


모래 위에 낙서는 쉽지 않았다.

힘차게 한 획 한 획 그으며 사랑한다고

애써 표현하고 나니 내 안에 사랑이 넘쳤다.


파도에 씻기어 지워지겠지만 새해첫날

사랑하는 마음을 커다랗고 고운 모래밭에

신나게 낙서를 즐기고 나니 땀이 났다.


노상카페에 앉아 눈을 감고 쉼표를 찍는다.

내적 갈등이 파도에 실려 바다로 떠나가고

난 어느새 빈마음이 되었다.

이제 희망을 담을 차례다.


바다처럼 깊고 넓고 푸른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25년에는 마음 아픈 일 없이

모두 무탈하기를...

2025년 1월 1일 하롱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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