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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낙서여행
하롱베이에 가다.
by
아이리스 H
Jan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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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좀 나아질까?
귀차니즘이 아니라 그저 답답함이다.
세상도 내 삶도 희망이 필요하다.
꽃망울이 맺힌 꽃을 사서 기다림을 즐긴다.
이미 피어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시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꽃이 하나씩
피어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서다.
12월28일에 사온 꽃
4일 만에
겨우 한송이가 활짝 피어났다.
꽃을 보며 하루하루 마음을 달랜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빠졌다.
안타깝고 아쉽고 억울함에... 나도 그렇다.
비행기를 8년 넘게 타고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이런 기막힌 일이 생길 줄이야~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
2025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기로
알람을 새벽 5시로
정했다. 그러나
나는
알람을 끄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일출보기 취소 취소
취소야
!
5분만 더 자고 아니
10분만... 더
자고
날씨가 흐려서 일출
못 볼 듯하니
가지 말자고
새해 첫 약속을 보란 듯이
어길 뻔했다.
그냥 가볼까
?
5분만
생각해 보고...
부스스한 머리에 물을 발라 손가락 빗으로
대충 훝어내리고 모자를 꾹
눌러썼다.
5분 화장을 끝내고 남편을 따라 나선길
새벽공기가
매콤 하다. 뿌연 안개가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천근만근 무거운 내 몸을 겨우 차에 실었다.
5분만
5분... 하다가
늦어졌다.
새해부터는 이럴까? 저럴까? 망설임을
줄이고 빠른 선택을 해야겠다.
출발한 지 20분 만에 일출을
만났다.
달리는 차안에서 한 컷
달리는 도로에서 만난 일출이라니
.
..
호들갑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잠이 깨는 중
어둠을 이겨내고 뿌연 안갯속에서
까꿍~
또렷하고 영롱하게~~ 쑤우욱~
2025년 첫
일출을
마음에 품어본다.
2025년 1월 1일
하롱베이
여긴 어디? 하롱베이
?
하노이~
하롱베이까지
2시간 30분 달렸다.
일출을 보러 나왔다가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저 멀리 백사장이 보이고
파도치는 바다를 만나니
너무 반갑다.
속 시끄럽던
모든 일들
을 바다에게 맡겨본다.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좋았다.
2025년 1월 1일 11시
눈이 부시게 푸른 희망이 찾아와
노크한다.
안녕? 아이리스?
새해에 부지런 떨었네요
막대기 하나를 구해서 낙서를 시작했다.
이렇게 큰 바다 한가운데 우리뿐이다.
우리 가족 이름 끝자를 적고 하트로 마무리
남편작품이다.
꾹꾹
눌러 담은 사랑에
미소가 번진다. 2025년 전부를 이미
사랑하기로 했다.
모래 위에 낙서는
쉽지
않았다.
힘차게 한 획 한 획 그으며 사랑한다고
애써 표현하고 나니 내 안에 사랑이 넘쳤다.
파도에 씻기어 지워지겠지만 새해첫날
사랑하는 마음을 커다랗고 고운 모래밭에
신나게 낙서를 즐기고 나니
땀이 났다.
노상카페에 앉아 눈을 감고 쉼표를 찍는다.
내적 갈등이 파도에 실려 바다로 떠나가고
난 어느새 빈마음이 되었다.
이제 희망을 담을 차례다.
바다처럼 깊고
넓고 푸른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25년에는 마음 아픈 일 없이
모두 무탈하기를...
2025년 1월 1일 하롱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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