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사람들과 회사로 걸어오는 길이었다.
최근에 모 연예인이 SK하이닉스를 오랫동안 보유해서 몇백억을 벌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잘 믿지 않고 다시 검색을 했다.
분명 기사는 그 내용이 맞긴 했다.
워낙 비현실적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검증당한 기분이었다.
종종, 그런 일들이 있었다.
분명한 어조로 말했고, 분명히 근거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는 마지막에 “확인해 볼게”로 끝났다.
처음엔 내가 뭘 그렇게까지 의심받을 일인가 싶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랬다.
내가 말하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손은 이미 검색창으로 가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서운해서, 어느 날은 웃으며 넘기지 못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나만 이렇게 ‘검증’ 당하지?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사소한 계기로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아침 10시부터’ 연다고 누군가에게 확신 있게 말해놓고,
막상 문 앞에서 11시 오픈 안내문을 본 날이었다.
이걸 자각한 이후로 이후로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겹쳤다.
“그 영화감독이 어떤 작품을 찍은 사람이다”
“이 길이 더 빠르다”
나는 내 기억을 믿고 말을 빨리 꺼내는 편이었고,
그 말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틀렸다. 틀린 줄도 모른 채.
생각해 보면 나는 ‘왜 내 말을 믿어주지 않냐’고 답답해하면서도,
믿기 어려운 상황을 내가 만들어왔다.
내 말은 종종 단정적이었고 속도가 빨랐다.
“무조건 이거야”, “그거 맞아” 같은 표현이 붙으면 듣는 사람은 머릿속에 담았다가,
한 번 틀리는 순간 다시 꺼내 수정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은 안전하게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한다.
내가 누군가의 검색을 서운해할 게 아니라,
엉뚱한 정보를 유포함에도 비난하지 않고 조용히 검색하는 상대방을 이해해야 했다.
“내가 하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 이유는,
때때로 틀린 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요즘 나는 작은 훈련을 하고 있다.
머릿속 정보가 말문을 앞다투어 열어 나가려고 할 때,
확신을 조금 낮춘다.
“내가 보기엔 이럴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알고 있어”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같은 문장을 앞에 붙인다.
그리고 정정 루틴을 만들었다.
틀린 걸 알게 되면 변명부터 하지 않고, 먼저 수정한다.
“아까 내가 말한 거 틀렸어. 정확히는 이거야.”
필요한 경우엔 “헷갈리게 해서 미안”을 짧게 덧붙인다.
어차피 사람은 완벽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틀렸을 때 숨기지 않고 고치는 사람이라는 점은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