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커피에게 멱살 잡혀

by 강호연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 출근.


나는 멍했고, 몸은 돌덩이, 일은 한가득.

굉장히 피곤한 날이었다.


집으로 보내달라는 몸의 아우성을 잠재우기 위해

달고 진한 커피(나의 최애 스타벅스 화이트 초콜릿 모카)를 마셨다.


달달한 맛이 혀에 붙자마자 정신이 한 칸,

끝에 남는 쌉쌀한 커피의 맛, 우유의 녹진한 맛에 정신이 한 칸 올라왔다.
그 한 칸 들이 필요했다.


그 덕분일까,

몸은 녹초인데 머릿속만 팽팽 돌아갔다.
눈도 잘 깜빡이지 않았다.
키보드를 치는 손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심장은 열심히 뛰었고,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내 모습은 마치 타고 있는 엔진이었다.


내 몸이 마치 커피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는 것 같았다.



커피가 준 건 분명했다.
속도가 생겼다. 판단이 빨라졌다. 할 일을 끝냈다.


짧은 문장이 연달아 떠올랐다.
끝내자. 보내자. 다음.


그 덕에 업무는 빠르게 완료됐다.


하지만 커피가 나를 끌고 간 대가도 있었다.

완전히 소진됐다.


몸은 너덜너덜한데 각성된 상태는 잠을 방해했다.

결국 다음날엔 아무것도 시작할 힘이 남지 않았다.


어제의 효율이 오늘의 공백을 만들었다.




요즘은 커피의 유혹이 있을 때마다 다른 트리거 하나를 만든다.

“1시간만 딱 집중하자.”


커피가 나를 끌고 가기 전에, 내가 나를 한 시간만 끌고 가는 방식.
오늘을 덜 빚진 채로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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