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남자친구와 따뜻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인 시절,
회사에서 누가 어땠고, 나는 얼마나 억울했는지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었다.
반면, 그는 오면서 유튜브에서 본 재밌는 농담들, 회사에서 들은 유익한 정보들을 풀어냈다.
어느 순간, 문득,
나도 저런 걸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
듣는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알차게 만드는 이야기.
나는 그가 해준 말들을 집에 가는 내내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리고 작은 결심을 했다.
내가 이야기를 모으는 습관은 그것에서 시작됐다.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잊지 않게 잘 기억했다.
“이거 말해주면 좋아하겠다.” 하고.
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이야기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지하철 광고 문구 하나, 회사에서 오간 짧은 농담 하나, 우연히 들은 뉴스 한 줄.
듣고 지나치면 그냥 사라질 것들이라, 폰에 조금씩 써놓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누군가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잊을까 봐 바로 폰을 꺼내 메모했다.
문장이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키워드만 남겨도 됐다.
장소. 인물. 한 줄 결론.
가끔은 말하는 사람 앞에서 내가 너무 열심히 적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고 어색하게 웃기도 했다.
메모 앱에는 점점 이야기들이 쌓였다.
“옆 팀 과장님이 한 말”, “점심에 들은 재밌는 비유”, “어제 본 다큐의 마지막 장면” 같은 제목들이,
내 작은 창고처럼 줄지어 있었다.
어느 날 어느 한 친구는 폰을 보며 말하는 나를 보며 웃었다.
“너 완전… 이야기를 모으고 다니는 망태 할아버지 같다.”
내 머릿속에 바로 장면이 그려졌다.
내가 길거리에서 이야기를 줍고, 망태에 넣고, 집에 와서 털어놓는 모습.
나는 웃다가 “아니거든”이라고 반박하려 했는데, 입꼬리는 이미 승복을 말했다.
진짜 내 모습이 그런 것 같았지만 싫지 않았다.
나는 종종 망태 속을 뒤지듯 메모를 뒤진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어떤 걸 먼저 들려주면 좋을까.
누군가는 내 얘기를 들으며 웃거나, 눈을 크게 뜨거나, “그런 생각은 어떻게 했어?” 하고 물어본다.
그런 뿌듯한 마음에, 다음 이야기조각을 또 찾으러 나선다.
아주 사소한 걸 주워 담는 일인데도, 이상하게 내 하루에 방향이 생긴다.
그리고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버릇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