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 KIM Feb 03. 2020

사랑, 이별 그리고 시간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
It's like our time together is just ours, It's our own creation. It must be like I'm in your dream, and you in mine, or something.
...
Yeah, I know. Maybe that's why this feels so otherworldly.
-Celine-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정의를 내렸고 더불어 그 '시간'이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지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들도 많이 등장했다. 우리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있고 우리는 누구나 그 시간 위에서 살아간다.


'비포 선라이즈'의 두 주인공 제시와 셀린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만나게 된다.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부부의 싸움으로 인해 셀린이 자리를 옮겨 제시의 옆 자리로 가게 되고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시작된다. 그리고 그 순간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 시간 속에서 인생을 보내고 있던 제시와 셀린은 자기들만의 마법과 같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서로에게 깊이 빠진 둘은 다음날 아침 제시는 미국으로, 그리고 셀린은 프랑스로 떠나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을 두고 오스트리아 빈 여행을 시작한다. 그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동화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요 근래 나오고 있는 많은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새로운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멋진 신세계도,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꾼도 없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제한적인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만으로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된다.


우리는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유한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과 무한한 시간 속에서 종종 길을 잃는 우리는 마치 우리의 인생이 무한한 것처럼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착각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이 지루하다고 느끼게끔 하며 우리가 게으르게 생활하게끔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된다. 하지만 셀린의 말처럼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무한한 것 같은 시간이 유한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이 의미 있게 변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왔던 그 공간에 흐르는 이 시간이 다른 세계에 온 것 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우리의 인생을 의미 있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 우리가 우리의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누릴 때에는 그 감사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누린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그런 시간의 소중함을,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단순히 우리의 본능이기 이전에 자신들의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이 마주한 무한한 것만 같은 막막하기만 한 시간에 특별함을 선물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랑의 인연이 우리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인연이 사랑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하는 기업들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