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들고양이 실종사건 1편

by HK

"옆집 강아지가 너무 시끄럽게 짖어서 요 앞집 이장님께 한소리했당께~"


아내와 내가 머물고 있던 한옥 스테이 사장님은 말이 참 많았다. 아침을 차려준 뒤 슬쩍 우리 옆에 자리를 잡은 뒤 본인이 차린 반찬 설명으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어느새 옆집 이장님 댁 강아지 이야기로 흘러갔다.


"요 앞마당에 고양이는 사장님이 키우시는 거예요?"

너무 오랜 시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내가 예의상 한마디 거들었다.


그녀는 반가웠다는 듯이 즉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아녀, 그것은 들고양이여, 나가 동물을 좋아해서 종종 요러코롬 손님들이 남긴 생선을 주니께 매일 찾아오는겨" 그러면서 사장님은 우리에게 차려준 송어구이를 가리켰다. 짭조름하게 간이 된 송어구이와 함께 17첩 반찬이 아침부터 우리를 맞이했었는데, 그렇게 남긴 음식들을 조금씩 나눠준다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내가 만약 고양이로 다시 태어날 일이 있다면 전라도 고양이로 태어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식이 어딜 가나 맛있으니 음식 걱정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말이여, 저 고양이들이 실은 여럿있었당께, 근데 요 옆에 이장댁이 자기네가 키우는 강아지 사료를 그렇게 훔쳐 먹는다고 투덜거리더만 아무래도 강아지 사료에 몰래 약을 쳐서 고양이들이 먹게한 것 같어"


그녀는 옆집 이장댁 한옥으로 난 창문을 바라보며 큰 비밀을 말해주듯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하곤 이내 곧이어 장난이라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실은 우리는 전날 숙소를 잘못 찾는 바람에 옆집 이장댁을 방문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왜 그리 정이 많은지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우리를 쉬이 보내지 않고 집으로 들여서 차를 한잔 대접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환대에 우리는 당황했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그들이 내어준 무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여기 출신인데, 장교로 복무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이 마을 조성하고 이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묵는 한옥스테이 사장님만큼이나 말이 많았던 이장님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는 것, 자식이 둘 있는데 한 명은 해외에서 산다는 것, 손주가 있다는 것, 본인이 군수사에서 근무를 했다는 것 등등 고작 10여분 남짓을 만나 대화한 것이었지만 그의 인생이 어떨지 예상이 가능할 정도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이 듣지 않아도 본인이 이 한옥 마을의 이장이라는 점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꽤나 자주 그의 핸드폰은 울렸는데, 그때마다 전라도지사의 아는 사람이 마을에서 묵고 싶다고 숙소 내달라는 요청을 이렇게 계속한다면서 은근하게 마을 자랑을 이어갔다.


그렇게 마을 사랑하고 본인의 손님이 아닌 사람을 환대하는 그런 이장님이 들고양이들에게 약을 쳤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장난치시는 것 아니냐고 사장님에게 물었다.


"아녀, 그이가 얼마나 불같이 화를 냈는데, 아마 그이가 했을 거랑께. 다른 사람들은 할 이유들이 없어. 그이가 사료에 몰래 약을 쳐서 고양이들이 먹고 콱 죽게 한 거랑께"


그녀는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본인 강아지가 실수라도 그 약친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했단 것인가?


우리 부부는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들고양이 실종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착각하시는 거겠지?"

내가 물었다.


"응, 그럴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사료에 약을 치진 않겠지"

아내가 대답했다.


"그러면 그 많던 고양이들은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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