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은 고향으로 내려온 뒤로는 항상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 군 복무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회에 나가는 이유는 분명했다. 인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고, 무엇보다 이렇게 좁은 시골 동네에서는 교회가 언제나 소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에 동네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가야 했다. 그는 스스로 이장직을 얻는 데 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장이 새벽 예배에 나가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나님, 그놈의 고양이 새ㄲ… 아니지, 고양이들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
차마 신 앞에서 욕을 할 수는 없었던 이장은, 억지로 표현을 순화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와 이장직을 맡은 뒤로는 큰 스트레스 없이 지냈던 그는, 요즘 자기 집 강아지 사료를 훔쳐 먹는 고양이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 그놈들 좀 어떻게 처리 좀 해주십시오.”
몇 달째 기도 때마다 고양이들을 없애달라고만 빌어댄 이장. 옆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던 마을 청과집 사장은 그의 절절한 기도 모습에 무슨 중병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그러나 기도의 내용이 고양이 퇴치라는 사실을 알고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예배 시작 전, 모든 기운을 쏟아 고양이 퇴치를 기도하던 이장은 왠지 오늘은 하나님이 응답을 주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원수를 네 몸같이 사랑하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장은 김이 확 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그것이 신의 계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날 이후, 이장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양이들을 없애달라는 기도를 멈추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오히려 고양이들에게 남은 생선구이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으로 대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여보, 그 음식 다 먹었으면 고양이들 밥으로 좀 줍시다.”
배불리 먹지도 못하면서도 고양이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남편이 못마땅했지만, 아내는 좋은 일이라 여기고 함께 음식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양이들이 이장네에서 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듯, 무리 지어 찾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한두 마리씩 보이지 않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나자 두세 마리만 꾸준히 찾아오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 무렵부터 동네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장이 고양이들에게 약을 쳐서 죽였다는 소문이었다.
“이장님, 요즘 이상한 소문 도는 거 들으셨소?”
청과집 사장이 물었다.
“무슨 소문? 이 동네 소문은 내가 다 아는디, 요즘엔 별거 없던데?”
“아니, 이장님이 고양이들을 죽였다는 소문 말이여.”
이장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뭔 소리여! 내가 고양이들을 얼마나 챙기는데! 내가 맨날 밥도 주고 그런디, 나는 그런 사람 아니여.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 것이여?”
청과집 사장은 이장의 말을 믿지 않는 듯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거, 이장님이 고양이들 좀 없애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소? 그 기도가 안 통해서 결국엔… 콱 죽여버린 거 아녀?”
이장은 펄쩍 뛰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그럴 사람이여? 그런 말 하지 말고, 사람들한테 제대로 말해줘. 나는 고양이들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이여!”
청과집 사장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알겠수” 하고 돌아섰다.
혼자 남은 이장은 한참을 억울해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근데… 진짜 고양이들이 다 어디 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