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기 보단 덜하는 삶

by HK

토요일에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낯선 곳에 머물며 앞으로의 백수 생활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한 달 정도 있으려 한다. 꼭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없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오랜만에 설레고 기대된다.


최근 유튜브에서 "AI 시대에는 자신의 일에서 AI를 활용해 더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꼭 AI로 일을 더 잘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오히려 AI를 통해 일을 덜 하고 싶다.


나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선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은 게 본능적으로 당연하지 않을까? 만약 본인이 일을 너무 즐기고 있다면 그게 정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은 놀이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일이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중에서 그나마 덜 싫어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이 사회에서 덜 불행해지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일을 통해서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일을 신성시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만약 정말 일이 인간에게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면 AI에게 시킬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즐기는 것을 기계에게 시킬 필요가 있을까? AI를 통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기 싫다"는 것을 증명한다. AI에게 시키고 싶지 않은 일이야말로 사회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며, 그런 일을 많이 찾을수록 행복해진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AI에게는 사회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최대한 맡기고, 나는 일을 덜 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더 잘하기를 바라지만,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더 잘할 필요가 없다. 인류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발전이 아니라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일을 더 잘할 생각보다는 사회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퀄리티를 맞추면서 일을 덜 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나는 파레토 법칙을 믿는다. 모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은 20%가 하는 것이다. 나머지 80%는 누리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내가 그 20%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뭔가를 다르게 하려 한다. 그게 인간 사회적 관점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쓸데없이 탁월해지고 싶은 욕망은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정말로 이 사회를 발전시킬 만큼 탁월한 인재가 아니라면,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삶에서 일을 덜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만 정말 똑똑한 사람은 일을 덜어내면서도 퀄리티를 잃지 않아 사회가 잘 굴러가게 유지시키는 사람이다. 덜 하면서 일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실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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