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조급하게 하는 추위에 대하여
학교를 다닐 때 나는 항상 숙제를 받은 날 집에 오자마자 바로 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미루다가 허겁지겁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했던 것 같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출근할 때 조급하게 가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기 싫은 출근길인데, 늦을까 봐 조급해하면서 가면 삶이 너무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예 일찍 나서거나, 아니면 늦는다고 미리 말하고 편하게 가는 편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도 날씨가 너무 추우면 사람이 조급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오늘은 별것 아닌 일로 아침에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집 근처 병원이라 버스를 타고 3~4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였다. 집에서 버스 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넉넉하게 내려갔다. 강풍이 세차게 나를 맞이했다. 대로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바람이 더 세게 불어 더욱 추웠다. 대로 가운데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 서니 1분도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버스는 곧 도착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버스가 계속 오지 않았다. 병원을 예약한 것도 아니고 병원 이후 일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너무 추운 곳에 있으니 사람이 조급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버스에 타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시간과 버스 위치를 확인했다. 일정도 없고 여유로운 백수인데도 추위 앞에서 조급한 마음이 든다는 게 웃기면서도, 동시에 추운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추운 겨울을 좀 더 낭만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