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홍콩에 와서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새로운 나라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 심지어 하루쯤 힘들다면 어디도 가지 않고 방에 혼자 머무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많다는 점, 새로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점. 그러나 그중에서도 지금 단연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이곳의 날씨다. 오늘 느지막이 일어나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어제저녁에 비가 와서 오전에는 다소 쌀쌀했다. 그러나 이내 낮이 되자 온도가 올라왔고 16~17도의 정말 좋은 날씨가 되었다.
사실 홍콩을 둘러보다 보면 내 성격에 쉽지 않은 도시라는 것을 여러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푸릇푸릇한 식물을 좋아하는데 식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높은 인구 밀도. 그럼에도 내가 크게 힘들어하지 않고 사람들과 정신없는 도시 풍경을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날씨가 크게 한몫한 것 같다.
16~17도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살갗을 스치면 그게 어디든 늘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 대학 생활을 했던 교토에서, 샌프란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봄, 가을에 그 날씨가 되면 일이 아무리 바빠도 행복해진다. 날씨가 삶에 끼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
이곳의 날씨와 함께라면 뭔가 글도 더 잘 써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곳을 떠날 날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도 나로 하여금 지금의 행복함을 두 배로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