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하루

by HK

오늘은 시간을 내서 마카오로 넘어갔다. 2월의 마카오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포르투갈과 중국의 문화가 뒤섞인 이 도시는 어딘가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세나도 광장에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식 타일로 장식된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광객도 많았지만, 현지인들의 일상이 그 사이사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게 좋았다. 베네치아에 갔을 때는 동네가 너무 아름다웠지만 주민들의 삶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지역 상인도 중국인이 많을 정도였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카오 구시가지는 달랐다.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많았고 곳곳에서 주민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좋아서 나는 그저 정처 없이 걸었다. 목적지도, 지도도 없이. 주민들을 구경하면서.


골목을 돌아서자 작은 카페가 나타났다. 커피 향기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에서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그 맛이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주었다. 좋은 날씨, 여유로운 시간, 맛있는 음식들—올해 들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오후에는 신시가지로 넘어가 베네치안 호텔의 인공 운하를 따라 곤돌라를 탔다. 가짜 하늘 아래 가짜 물길을 떠다니는 경험은 묘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너무나도 달랐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간의 축적이 느껴지고 주민들의 삶이 느껴지는 구시가지가 훨씬 더 좋았다. 예측컨데, 아마 돈은 신시가지가 더 잘 벌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나는 구시가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그저 잘난 사람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느낌이었다.


나의 이 백수의 시간이, 한량처럼 보내는 시간이 성공적으로 끝나지는 못해도 더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먼 미래에도 이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마카오의 구시가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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