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익숙함 사이

by HK

홍콩에 온 지도 5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센트럴 골목골목이 너무나도 복잡해서 구글맵을 달고 다녔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어딜 가도 숙소로는 잘 다시 돌아왔다. 날씨도 좋다 보니 맘 편히 산책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처음에는 낯선 곳이라서 긴장을 하게 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길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음식도 먹던 걸 계속 먹다 보니 장도 적응을 했는지 속이 편하다.


이제 정말 홍콩이라는 곳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면서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뭔가 이상한 감정이 올라온다. 내가 저렇게 출퇴근했다는 점이, 그러면서 그들을 보면서 어디서 일하는 사람인지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오늘은 저 사람은 어떤 일을 했을까? 점심은 뭘 먹으러 가지?


오늘은 센트럴역 근처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한참 관찰했다. 명품 백을 들고 급히 걸어가는 여자,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전화 통화를 하는 남자, 이어폰을 낀 채 멍하니 걷는 청년. 모두가 각자의 세계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모습들이 서울에서 보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쩐지 여기서는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마도 내가 관찰자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그 흐름 속에 있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기에.


저녁이 되면 빅토리아 하버 쪽으로 걸어가곤 한다. 불빛이 켜진 빌딩들을 보고 있으면 이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겹쳐진다. 저 안에도 누군가는 야근을 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퇴근 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에 불과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도시의 리듬이 조금씩 내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낯섦과 익숙함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는 지금이 묘하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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