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우산.
파도의 광포함이 거대한 암석에 부딛치며 부서지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밀려오는 물결은 모래를 훔치며 거품을 뱉고 있었고, 강아지와 함께 해안을 걷던 여자는, 갑자스레 쏟아지 비를 맞으며 몸을 한차례 떨어야만 했다.
그만 돌아갈까?
그녀는 자신의 반려견을 껴안으며 걸어왔던 길을 돌아봤다. 그녀의 지난 발자국들은 밀려오는 파도에 소리없이 지워지고 있고, 온통 회색으로 덧칠된 하늘밑으로는 모든 것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멀리왔어. 우리
또다시 파도가 암석에 부딛치며 천둥과 같은 소리를 자아냈다. 그녀는 귀를 막으며 오로지 해안, 경계의 저편에 펼처져 있을 푸른 하늘을 주시하며, 질퍽한 모래속으로 꺼지는 발을 들어 힘겹게 걸어갔다.
얼마를 걸었을까. 그녀의 잿빛 시야속으로 한 노인이 들어왔다. 노인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있었지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이 하고 있었고, 성난 파도 앞을 가로막는 암석과 같이 고요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노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비가 많이 와요. 우산을 쓰세요.
나는 필요없이니, 그쪽이 쓰시게.
저는 괜찮아요. 할아버지.
정말 괜찮은가?
노인은 그녀의 걱정어린 말에 미소를 지으며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 위로 우산을 받치며 물었다.
올해 나이가 어찌되는가?
서른 아홉이요
어디로 가고 있나?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그때, 노인과 여자의 다리를 향해 파도가 맹렬히 밀려 들어왔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꺽이는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헛수고였다. 그녀가 바다에 빠질려는 찰나, 노인의 두팔이 그녀를 강하게 붙잡으며 짐짓 엄숙한 말투로 말었다.
조심하게, 청춘의 노년기는 불안한 법이야. 바다가 집어 삼킬 수도 있다네.
그녀는 몸을 추스르고는, 자신의 품에서 낑낑되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담으며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괜찮으세요?
거친것은 파도뿐이 아니야. 이때까지 준비해 왔지 않나. 나는 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네.
어떤 것이지요?
삶이지.
노인은 여자의 손에 우산을 쥐어 주고는 해안의 모래를 밟으며 걸어갔다. 여자는 거대한 암석들과 광할한 바다, 솟아오르는 파도를 등지며 사라지는 노인을 보며 그가 마지막에 한말을 떠올렸다.
그렇기에,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다가올 죽음을 피해 힘차게 나아가게. 비록 느릴지라도 말일세.
그녀는 해안을 걸었갔다. 두 발이 모래를 더욱 힘차게 누르며, 지워지 않을 발자국을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