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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Jan 07. 2024

무모하고 소비적이기만 할지라도 꼭 필요한.

지금 이 순간만 살고 싶다는 몽상

이게 돈이 될까?


나는 항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게 나에게 돈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소소한 취미 하나를 가지더라도 훗날 이 일로 적은 수입이라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비로소 생겼다. 그러다 보니 취미는 더 이상 가벼운 취미가 아닌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었고 꼭 제대로, 열심히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무거운 일이 되었다. 이 모든 게 어릴 적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경제 교육’을 가장한 ‘경제 압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에게 돈이라는 건 쓰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렇기에 돈이 나가는 일에서 만큼은 단 한 번도 여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모두 흔하게 사는 브랜드 제품들은 허영에 찬, 나쁜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자 나에게는 필요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돈’이라는 것은 나에게 꼭 필요하지만, 나와는 멀 수밖에 없는 존재여서 더욱 부정적인 가치였다.






내가 이제는 놓아버린, 손재주로 먹고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일정한 수입을 간신히 벌어들일 수 있다. 파괴적 이게도 ‘돈’이라는 것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돈과 가까워지려고 정말 1초의 여유도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고 열심히 7년을 움직였다.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사람치고 진짜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는 미친 말을 내게 하는 인간도 있었는데 ‘7년 동안 매일 1시간도 자지 않고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이 ‘열심’의 기준이 아니라면 나는 정말 열심히 했었다.



약을 먹는 지금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거든!



죽도록 7년을 정말 열심히 움직인 결과, 나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수입도 없는 내가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무모하게 느껴져서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는 순간에 당면할 때가 있다. 그렇게 똑같이 돌아가서 생활을 한다면 나의 약은 점점 더 늘어가고 그 약들로 배를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약물중독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렇기에 별다른 방도도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모두 흘려보내는 것.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꺼내어놓고 가벼워지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의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 나의 마음을 시각화하는 도구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뒤엉켜버린 생각과 어지럽혀진 마음을 정리하기에 가끔은 글쓰기만으로 충분치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를 환기시키는 질문, ‘내가 뭘 잘했더라? 내가 뭘 하고 싶었더라?’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맞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에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엄마에게 미술 전공을 하고 싶다고 간신히 말을 꺼냈지만 1초 만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라는 그 한마디에 그 요구는 쏙 들어가게 되었지만. 어쨌든 돈이 죽도록 없었던 그 시절, 밝아서 좋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지만 실은 어둠에 갇혀있던 내가 엄마에게 부탁을 할 정도로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제 이 정도쯤은 내가 내 삶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나이이니, 용기를 내어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결심했다. 돈을 버는 수단이나 미래를 위해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그냥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잘 그릴 필요도 없다. 그냥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의 습관이 만들어 준 쓸데없는 ‘열심히’는 그냥 그리는 그림에도 방대한 기획을 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도저히 시작이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하려고 했는데…”라는 유언을 남기고 쓰러진 채 발견이 될 판이었다. 그림 그리기 딱 좋다는 아이패드 프로도 있는데 뭐가 겁날 것이 있어? 돈 드는 것도 없는데  진짜 가볍게 시작하자! 다짐했다. 다시 힘을 빼고  내가 좋아하는 꽃, 붉은 양귀비를 그렸다. 붉은 양귀비 꽃말은 위로, 위안, 몽상이다. 지금의 나를 한 몸에 품고 있는 꽃이니 그리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내가 요즘에 푹 빠진 노래 김재중, 김준수의 ‘6 등성’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라니. 이런 여유를 가지려고 나는 그토록 지쳤을까.




요즘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림 그리는 것과 글쓰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꼭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에 지독하게 집중하는 나의 본능이 또 깨어났나 보다. 이번주에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리니, 적당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그림을 시작했다는 건 아직 말도 안 했는데 큰 일이다. 선생님 말씀처럼 진짜 적당히 하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할 일이 또 생겼다.



붉은 양귀비

미래가 없이 지금 이 순간만 살고 싶다는 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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