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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보호 이슈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는 왜 보증금 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가?

by 집덕후의 연구원룸

*이 글은 정용찬/신아현/진남영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슈페이퍼로 작성한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과 임대보증금 보호'를 재정리한 글입니다.

-이슈페이퍼 원문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aesayon.org/2021/06/24/27589/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 신청의 71.3%는 '주택 및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분쟁이라고 합니다(양경숙 의원실, 2020).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도 속출하여 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간절히 요청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거상담 업무를 수행할 때 역시 '보증금 반환 문제'로 인한 상담신청이 많다는 체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와 달리 전세라는 사금융제도가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전세금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그 영향으로 월세 보증금도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전세제도가 없는 해외사례를 보면 보증금은 통상 월세의 2~3배 정도로 책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법 상 2~3개월의 임대료 연체시 계약해지가 가능한 것과 연계되어 자리잡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역시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월세 보증금이 높은 전세로 인한 기형적 현상이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 현상의 장점과 단점은 차치하더라도 높은 전세금 혹은 월세보증금으로 인해 임차인은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주거를 위해 임대인에게 맡겨두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인데, 그 임차인의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임대인이 제 때 돌려주지 않거나 아예 깡통전세로 안 돌려주는 상황이 빈번한 것입니다.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또 이사나갈 때 임차권 등기설정을 하면 임대인이 부도를 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최소한 임차인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건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장치인데다가 경매가고, 경매 낙찰가 받아내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채권자인 임차인에게 부담하라는 것 역시 너무나 잔인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여 '보험' 개념으로 나온 상품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금 반환보증입니다. 반환보증은 임차인이 알아서 혹시나 하고 가입하는 상품인데 임대인이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 내 보증금을 위해 내가 보증료(보험료)를 부담하고 가입하는 것이 억울하지만 보증금 못 돌려받는 최악은 막을 수 있으니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상품이겠습니다.

임차인이 가입하는 반환보증 외에 임대사업자(우리가 흔히 임대차계약을 맺는 임대인 혹은 집주인은 임대사업자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임대사업 등록을 한 임대인을 가리킵니다)가 보증금 보험으로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보증이라는 상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등록임대주택' 이슈를 다룰 때 임대사업자 등록시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임대사업자에게만 보증금 보증 가입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알고 사실상 가입할 임대사업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모든 임대사업자에게 가입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한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2020.8.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2021.8.부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보증금 보증을 가입해야만 하는 것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보증금 반환사고가 너무 빈번한 우리사회이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의미있는 개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사회주택, 공동체주택과 같이 비영리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할 때 HUG 등 보증기관이 보증금 보증 가입을 거부한 것입니다. 특히 사회주택은 그 사업유형이 다양하여 모든 사업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을 사회주택 사업자가 소유하는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의 경우 토지를 빌려주는 공공이 사업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공모한 공공부문(서울시, SH, LH, 리츠 등)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라고 해놓고 정작 HUG에서 보증금 보증 가입을 거부하여 사업자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사업자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을 것입니다.

HUG 등이 가입을 거부한 주된 이유는 (1)선순위 가등기가 존재, (2)선순위 채권비율과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이 담보력이 낮아서 가입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의 보증금 보증 가입을 둘러싼 이슈에서 주된 쟁점은 정말로 HUG 등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 사업이 안전하지 않은가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이 갖춘 보증금 보호 시스템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에서 사업자들은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리츠 등)과 토지임대차계약서, 표준사업약정서, 부동산매입확약서를 작성하는데, 사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체도 사업유형이 다양해(서울시 초기 토지임대부 / 서울토지지원리츠 / 서울시 빈집활용 토지임대부 / LH공공지원형 사회임대주택 / LH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유형별로, 아니 심지어 같은 사업유형인데도 사업장별로 체결하는 계약서들의 조합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그대로 사회주택 사업자가 토지를 공공에게 임차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토지임대차계약서'는 모든 토지임대부형 사업유형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 토지임대차계약서에 또 공통되게 들어가 있는 조항이 있는데 바로 사업자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대출한 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리츠 등)이 계약을 중도해제/해지하고 사업자에게 건물을 매도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할 수 있다' 조항이기는 하지만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리츠 등)으로서는 자기 토지 위에 부도난 건물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사실상 '매수한다'로 이해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즉, 정말 HUG 등이 사회주택 사업자의 보증금 보증 가입을 거부하며 걱정했던 만약의 상황(사업자 부도 등)이 발생하더라도 이 주택은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리츠 등)이 매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공모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한다는 것입니다(물론 사업자에게 위약금을 물리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은 사업자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때 최종적으로 이를 대신 반환할 주체를 마련해둔 사업이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통상의 민간임대차와 달리 매우 안전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환사고 발생시 최종적 책임자의 존재여부가 아니더라도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은 그 공모과정에서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리츠 등)이 사업자의 현금흐름표를 심사한 후 사업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사업 시작 전에 어느 정도 재무안전성을 가지는지 공공이 검토한 후 사업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사업자 선정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더라도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을 통상의 민간임대차사업과 같은 틀에서 재무안정성을 따지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은 이미 자체적으로 보증금 보호 구조를 갖추고 있으니 애초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상의 의무가입 조항만 아니면 보증금 보증을 가입해야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의 특수성을 인정할 때는 현재 법 상의 의무가입 조항에 이처럼 특수한 사례들에 대한 예외조항을 시행령, 시행규칙에 위임하는 형식으로 넣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앞서서 말씀드렸듯이 임차인들이 반환보증을 가입할 때는 임대인의 부도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기 보다는 당장 내 보증금을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한 안전장치로 보증상품을 활용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가 부도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제 때 반환하지 않는 경우 보증금 보증 상품이 가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임차인 권리 보호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도 HUG의 보증금 보증 상품을 가입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 HUG가 제공하고 있는 보증금 보증 상품의 가입기준은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설령 가입을 하더라도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보증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참고로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의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토지가 공공 소유인 탓에 사업장의 자산비율이 건물가액으로만 잡혀 자산자체가 낮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사업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보증료 역시 임대사업자(75%)와 임차인(25%)이 분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높은 보증료는 임차인에게도 부담이 됩니다.

결국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가 보증금 보증 상품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어렵고 토지임대부형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적절한 비용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이 경우 HUG는 기존 보증금 보증 가입요건으로 요구하는 부채비율 기준 등을 완화하고 공모기관(서울시, SH, LH 등)은 HUG에게 사업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에 사업자와 계약맺고 있던 중도계약 해제/해지 시의 매입약정(혹은 매입확약)을 보증금 보증 상품 계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겠습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상 임대사업자에게 보증금 보증 가입을 강제한 것은 이제까지 임차인 보증금에 대한 보호장치가 너무나 미흡했던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그 파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정책들에 영향을 미치며 비영리주거실험을 하고 있는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걸 보면 사회를 개선해나간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큰 가치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자의 보증금 보증 가입 문제를 검토하고 연구하며 비영리주택에서 보증금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임차인의 권리 보호라는 공통된 가치 하에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 사업의 가치도 유지해나갈 수 있는 또다른 제도개선(그것이 법개정 이든 새로운 상품을 마련하는 것이든)이 이뤄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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