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테마형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 1차 공모결과가 발표되며, 한동안 주춤하고 있던 사회주택 공급이 다시 기대되는 시기이다. 주택이라고 하니 왠지 떠날 날 없는 셋방살이 걱정 덜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사회주택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등장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규정되고 있다.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주체가 취약계층, 주거약자, 청년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같은 공기업에서 공급하는 주택이 아니다.
사회주택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 대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2010년대 초반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지어져 왔다. 성미산마을에서 공동육아를 고민하다가 대안주거모델로서 지은 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 1호(2011년), 셰어하우스의 이름을 알렸던 우주 1호(2013년)와 같은 사례들이 나타났다.
이처럼 사회적경제 주체가 자발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시작했지만 육아문제, 청년주거문제 해결, 공동체 회복 등과 같은 사회적가치를 사회주택이 낳으면서 공공부문은 정책적으로 사회주택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는 2014년 한 연구용역을 통해 청년주거빈곤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였고 그 결과 2015년 서울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하며 사회주택 사업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다. 사회주택 조례는 이후 시흥시, 전주시, 부산, 고양시, 경기도, 울진군 등으로 확산했다. 정부도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인 매입임대주택의 운영을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맡기는 사회적 주택 모델을 도입하고,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틀 안에서도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발전
사회주택을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회주택 조례를 처음 제정한 서울시와 정부에서 도입한 사회주택 사업유형을 중심으로 그 변화를 살펴보자. 서울시는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①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②서울시 (초기)토지임대부 사회주택, ③비주택 리모델링이라는 3가지 사회주택 사업유형을 도입하였다.
①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는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민간주택)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어르신, 대학생, 여성 등을 위한 집으로 바꾸어 공급하는 주택이었다. 2018년 이후 신규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②서울시 (초지)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가 사회주택을 공급할 토지를 발굴해 SH에 신청하면 SH가 그 땅을 매입해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30년 이상 임차하고 사업자는 그 땅 위에 집을 지어 공급하는 주택이다. ③비주택 리모델링은 낡은 고시원, 여관, 모텔, 빈사무실과 같은 비주택시설(민간시설)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셰어하우스나 원룸으로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이러한 사업유형들 중 1회성의 공사비나 리모델링비 일부를 사회적경제 주체에 지원하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비주택 리모델링과 달리 서울시 (초기)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사업운영 관점에서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했다. 이때 등장하게 된 사업유형이 ④서울사회주택리츠이다. ④서울사회주택리츠는 2018년 서울시와 SH가 50억원을 출자하여 설립한 공공리츠로 공동출자를 할 사회적경제 주체를 모집한 후 공사비 일부를 지원하여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유형이다. 서울사회주택리츠는 독자적인 사업유형인 동시에 서울시 (초기)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과 결합하여 사회적경제 주체가 민간금융기관으로부터 파이낸싱할 수 있도록 SH 대신 보증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⑤서울토지지원리츠와 ⑥서울시 빈집 활용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발전한다. ⑤서울토지지원리츠는 서울시 (초기)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 주체가 공공부문으로부터 토지를 임차하여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유형인데, 토지소유자가 SH가 아니라 SH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동출자한 서울토지지원리츠라는 차이가 있다. 이때 리츠는 서울사회주택리츠처럼 사업자가 민간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⑥서울시 빈집 활용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역시 기본적으로 서울시 (초기)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보이는데 SH가 사업자에게 임대하는 토지가 장기간 방치된 저층노후주거지의 빈집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울시에서 도입했던 사회주택 사업유형들을 보면 ‘토지임대부형’ 모델이 많은 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여 2017년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에 ⑦공공지원 사회주택, 2018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에 ⑧사회임대주택이라는 이름의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2019년부터는 중앙의 LH가 사회적경제 주체를 지원해 공급하는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의 이름이 ⑨공공지원 사회임대주택으로 자리잡았다. 정부 차원의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가 일정한 사업기간이 지난 후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겠다고 청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⑧사회임대주택에서는 이러한 토지매수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음).
한편,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사회주택인 ⑩사회적 주택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인 매입임대주택의 운영‧관리를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맡기는 사회주택 사업유형으로, 현재는 주택의 건설단계에서부터 사업자가 참여해 수요자 맞춤형 사회주택을 공급하여 운영할 수 있는 ⑪매입약정형 사회주택(혹은 테마형 매입임대)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 사회주택 유형화 및 현황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의 자발적 실험→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제도화와 지원→정부 차원의 일부 도입’으로 성장해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명하달식(top-down) 정책도입이 아니라 상향식(bottom-up) 정책도입과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또, 사회주택은 LH나 SH와 같은 공기업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사회적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지방자치단체, 정부)이 협력해 짓는 집이라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그 등장과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낳았고 11개에 달하는 사업유형이 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협력적 거버넌스가 현대행정에서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사회주택 사업유형은 이 영역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의 시민과 입주수요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조금이라도 우리나라 사회주택 사업유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토지소유-주택소유-주택의 운영‧관리’라는 3가지 기준에서 사회적경제 주체와 공공부문이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시 정리해보자.
우선, 토지와 주택을 민간의 임대인이 소유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는 주택 운영만 하는 ①민간임차형 사회주택이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제도화한 초기에 활용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비주택 리모델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번째로 토지와 주택을 공공부문(LH, SH, 공공리츠)이 소유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는 주택 운영만 하는 ②공공임차형 사회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이기도 한 사회적 주택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 번째로 토지만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사회적경제 주체가 주택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③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이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서울시와 LH사업으로 지어진 사회주택 재고(2020년 기준)를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현재 공공임차형(53.5%)과 토지임대부형(33.5%)을 중심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에 비해 많은 자원을 보유한 공공부문이 토지 혹은 토지와 주택을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주택 및 입주자 운영을 담당하는 모델이 중심이 되어 성장하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에 입주하기
그러면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주택들 중 어떤 집에 들어가 살아야 나의 셋방살이 걱정을 좀 덜 수 있을까. 임차인들마다 이사갈 주택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의 공공성을 측정하기 위해 많이 활용하는 입주자가 그 주택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주거비는 어느 정도인지를 중심으로 사회주택 사업유형 간 차이를 비교해보자. 주거환경은 각 사업유형에서 공급되는 주택사례마다 또 호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민간임대시장에서의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위반건축물보다는 적정주거환경을 갖춰 공급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겠다.
저렴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차인이라면 공공임차형 사회주택 중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주택 사업유형보다도 저렴한 시세 대비 50% 수준의 주거비로 거주할 수 있다. 또, 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공실이 발생할 때마다 바로바로 입주자 모집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입주기회가 더 많다는 장점도 있다.
또, 주거비가 시세 대비 80%라는 점에서는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에 비해 저렴하지 않을 것 같지만 금액의 수치로는 민간임차형 사회주택 역시 다른 사회주택 사업유형에 비해 저렴할 수 있다. 다만, 민간임차형 사회주택은 사회주택이 제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초기에 비주택, 빈집 등을 리모델링해 다인 1실 형태로 공급한 경우가 많아 주거환경까지 고려하면 다소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사회적 주택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에 비해서는 저렴하지 않지만 2인 이상 가구를 이루어 민간임대시장에서보다 저렴하게 오래 거주하기를 선호하는 임차인이라면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가 직접 주택을 건설하다 보니 건물이 완공되기 전 입주자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우리 가구가 원하는 주거생활을 사회주택의 물리적 환경과 운영에 반영할 여지가 있다. 또, 일부 사회적 주택에서 거주기간이 6년으로 제한되어 있는 것과 달리 토지임대부형 사회주택에서는 10~20년 간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의의와 과제
우리나라 사회주택의 의미와 발전, 그리고 현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민간임대시장에서 임차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낸 관리비는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걸까, 우리 집은 반지하도 아닌데 왜 이렇게 곰팡이가 많이 필까, 세탁기가 고장났는데 임대인에게 고쳐달라고 하면 안 좋은 소리를 듣진 않을까, 곧 재계약인데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까, 이번에 이사가야 하는데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까 등등......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개인 임대인이 감당하기 힘든 민간임대주택에서의 운영과 관리문제를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주택의 물리적 하자부터 입주자의 삶까지 관리하도록 지원하여 극복한다. 특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에서 입주자는 소비자인 동시에 공급자로서 사업자의 의사결정과 주택의 운영‧관리에 직접 참여하여 주거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스스로 관리해나갈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사회주택에서 우리는 민간임대주택에 비해 저렴한 주거비로 적정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회주택 공급은 공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사업성이 낮은 저층주거지에서의 재생을 창출하기도 한다. 사회주택은 임차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거문제를 관리해나갈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주택이 이러한 공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향하는 사회적가치와 공공부문의 공공지원이 결합된 결과이다. 일반적인 시장논리 하에서 어떤 영리민간기업이 주택의 운영과 관리에 참여하면 그것은 입주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사회주택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미션과 공공부문의 지원을 통해 입주자에게로의 비용전가를 줄이고 있다. 즉, 사회주택은 ‘사업자의 미션’과 ‘공공부문의 지원’이 결합한 ‘민관협력’을 통해 임차인들이 처한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평등한 임대차권력관계를 극복하고 임차인에게 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혁신이다.
현대행정에서 ‘민관협력’ 혹은 ‘협력적 거버넌스’는 너무나 복잡한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적절히 관리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수단이다. 관료제적인 공공부문, 그리고 시장주의적인 영리민간만으로 현대사회의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s)’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공공-시장-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사회주택은 공공과 사회적경제의 협력을 통한 주거문제 해결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주택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서울시에서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이 직접 모든 저렴주택을 공급하고 입주자들에게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더 현대행정의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주택에서의 ‘협력’에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직면한 주거문제는 누군가 혼자 해결해 나가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이 아니던가.
*이 글은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도 게시되었습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읽기 : https://saesayon.org/2021/12/08/27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