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 버튼>
나는 아주 심한 곱슬머리다.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나의 머리를 처음 대하는 미용사님들 가운데 한 번도 이런 경탄을 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와우, 저 이렇게 심한 곱슬은 처음 봐요!"
그러나 언뜻 나를 본 이들은 내가 그렇게 심한 곱슬머리인지 잘 모른다. 평소에는 3단 요법으로 철저히 곱슬머리임을 감추기 때문이다. 3단 요법은 첫째 일단 3개월에 한 번 매직 스트레이트를 해서 머리를 핀다. 둘째 머리를 감고 나서 드라이어와 롤빗으로 자연스럽게 뿌리를 피는 동시에 모발 끝은 볼륨을 준다. 셋째 수시로 헤어 오일을 발라서 곱슬기를 죽인다.
지금도 베테랑 미용사들 눈을 휘둥그래하게 하는 곱슬머리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어린 시절에는 한층 더 강력한 곱슬머리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업소용 헤어용품 전문샵에 가서 스트레이트크림을 사다가 셀프 시술을 할 정도로 곱슬 퇴치 전문가다.
친한 헤어디자이너 겸 예술가인 선배는 나의 드라이 실력을 보고, "어지간한 미용사보다 훨씬 잘한다"라고 평했을 정도다. 따로 미용을 배우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곱슬머리와 분투한 결과다.
이렇게 곱슬머리를 철저하게 감춘다고 해서 내가 나의 곱슬머리를 싫어하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니다. 그리고 난 찰랑찰랑 거리는 직모들을 그렇게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세상에서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편이다. 곱슬로 부스스한 머리는 직모로 찰랑거리는 머리에 비해 깔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나를 맞춘 것뿐이다.
그리고 단정하게 머리를 유지하는 것이 세상의 관찰자인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에도 적합하니까.
나이가 들수록 나의 헤어는 곱슬기가 확연히 덜해진다. 동시에 곱슬머리를 악착같이 감추려는 나의 의지도 열어진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3개월마다 정확하게 했던 매직 스트레이트 펌도 안 한다. 당분간 그냥 버텨볼 생각이다.
평생을 조금만 머리카락이 자라도 독한 매직 약을 발라 숨을 죽였으니, 머리카락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게다가 염색까지 계속 하니 사실 말을 못 해서 그렇지, 나의 머리카락들은 그동안 고난의 행군을 평생 계속한 셈이다.
대신 나는 요즘 머리를 더욱 정성 들여 감고, 헤어트리트먼트를 듬뿍 발라서 머리카락에 조물조물 영양분을 듬뿍 넣어준다.
확실히 이렇게 하면 곱슬기가 덜하다는 사실을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버티다가 한계에 이르면, 난 또 매직 파마를 할지 모른다. 그래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곱슬머리에 평생 엄격했던 나에게도 조금 여유를 주면서 지내볼 생각이다.
벌써 헤어라인이 부스스 일어나면서 오늘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나의 곱슬머리들, 그동안 모진 매직 잘 견뎌줘서 고마워!
최효안 예술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