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 버튼>
세계적 반열에 오른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
그가 만든 옷은 정말이지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의 내뱉은 말은 너무나 내 취향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촌철살인의 명언을 쏟아내는데,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서 철저하게 깨달은 '찐' 얘기만 해서 참 좋다.
"자기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않는 것, 그게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태도예요." _릭 오웬스
나는 세상에는 4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본다.
1. 나에게도, 남에게도 엄격.
2. 나에게는 관대, 남은 엄격.
3. 나에게는 엄격, 남에게는 관대
4. 나에게도, 남에게도 관대
나의 경험으론 탁월함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일수록, 1번일 확률이 높다.
탁월함에 대한 욕망이 강하면서도 자기 절제력이 있고 인성이 훌륭한 사람은 3번.
대부분의 사람들은 2번에 속한다.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 4번인데, 이런 사람은 뭐랄까, 도인으로 칭하면 되겠다. 살면서 잘 보지 못했다.
나의 경우는 4번이 되고 싶은 1번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어릴 때는 정말이지 1번의 성향이 너무나 심했다. 남에게 엄격한 것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나에게 엄격을 넘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며 들들 볶았다.
원래도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데, 이렇게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거기에 왜 오르지 못하냐고 억지를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일을 아무리 해도 내 성에는 안 차고, 내 안에는 발작버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결국 '나'의 엄격을 넘어선 가혹함에 '내 안의 나'가 강력한 반기를 들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그 결과는 일단 처음에는 몸으로 왔다. 자도 자도 피곤한 만성 피로 증후군. 계속 몰아치기만 하면 사람이든 기계든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역시 인간은 결국은 자신이 겪어봐야 안다.
물론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는다. 나에게 엄격한 내가 쉽사리 바뀌진 않았다. 그러나 일단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결국 일생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아껴가며,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나도 '내 안의 나'를 더욱 다정하게 대하는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한 문학평론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이왕이면 멋진 꿈을 꾸고 싶은 것이다. " 나 역시 그렇다.
우아한 사람은 아니지만,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꿀 수 있는 것. 누구나 꿈꿀 권리는 있다. 이왕이면 나도 가장 멋진 꿈을 꾸겠다.
최효안 예술 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