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 버튼>
며칠째 모든 언론의 톱 뉴스가 '쿠팡 고객정보 유출' 관련 보도다. 고객정보 일부도 아닌 통째로 유출됐는데도, 세간에 알려진 지 수일이 흘러도 쿠팡 측은 제대로 된 보상책도 대책도 없다. 당연히 나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발작버튼이 꽉 눌린 상황.
마침 오늘 12월 3일은 계엄 사태 1주년. 1년이 지났음에도 계엄 선포라는 초현실적인 상황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고약한 농담 같은 쿠팡 사태가 또 터졌다. 꼭 1년 전에는 나의 '행동의 자유'가, 1년 후인 지금은 나의 '소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이들이 중독됐듯이, 나 역시 쿠팡 중독자다. 퇴근길 집 바로 코 앞에 대형마트가 있지만, 당장 내일 아침 먹을 우유 하나도 사 오지 않는다. 집에 가서 자정이 되기 전에만 쿠팡 로켓 프레쉬로 주문하면 되니까.
쿠팡 중독의 가장 큰 폐해는 쿠팡 측이 최고의 장점이라 내세우는 무료 반품이다. 뭘 사도 반품이 되니까, 쇼핑 발작이 눌리면 일단 주문해 버린다. 도착한 물건이 맘에 안 들면 반품하면 되니까.
어떤 이들은 반품하기 위해 물건을 다시 포장하는 일이 귀찮다고 하지만, 나 같은 프로 쿠팡러에게는 숨 쉬든 어렵지 않다. 쿠팡 특유의 얇지만 잘 찢어지지 않는 재질의 배송용지에 넣고 포장용 테이프로 한번 둘러주면 끝. 포장용 테이프를 둘둘 말아서 꽁꽁 여미는 것에 나는 일종의 쾌감마저 느낀다. 여하튼 소비라는 욕망은 분출했고, 다시 반품함으로써 나는 경제적으로는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자기 위한 탓이다.
그러나 이건 대단한 나의 착각이다. 바로 이런 걸 쿠팡은 노리니까. '얼마든지 사렴, 우리가 다 반품받아줄게' 쿠팡의 속삭임에 넘어간 나는 결국은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사게 되고, 그 귀결은 결국은 불필요한 소비의 증대다.
이번 쿠팡 사태로 쿠팡 해지를 결심한 이들이 적지 않다. 나 역시 그 무리의 하나다. 쿠팡은 월 회비를 낸 이상은 당장 해지가 불가능하다. 이제 나의 쿠팡 이용기간은 앞으로 딱 일주일 남았다. 나는 정말 쿠팡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지금은 발작버튼이 눌려서 분기탱천해서 쿠팡을 끊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나의 결심은 지켜질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쿠팡 없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조금은 불편해도 또 새로운 소비의 패턴과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쿠팡중독자의 삶에 대해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친 '참회'를 한 내가 잘못을 고치는 '회개'의 국면을 들어설 것인가?
회개가 그리 쉽다면 종교에서 그렇게 강조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욕망에 충실한 유약한 인간이다. 쿠팡중독자인 내가 금단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새롭게 거듭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최효안 예술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