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버튼>
2025년 12월이다. 더 물러설 곳 없는 완연한 겨울의 시작이다. 이번 주는 본격 추위가 엄습한다는 일기예보가 나의 심신을 강타한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시베리아보다 더 춥다는 한국의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몇 해간 연로하신 육친이 건강상 위급한 상황을 겪으며 나는 새삼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부쩍 생각하게 되었다. 청춘일 때는 청춘의 귀함을 모르고, 건강할 때는 건강의 귀함을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자신이 직접 호되게 겪지 않으면 깨우침도 늘 그때뿐이다. 육친의 병환은 나에게 늘 디폴트값이라 생각한 '건강한 육체'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언제나 "정신이 먼저고 육체는 따라온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따라오는 것이었다. 몸이 아프면, 제대로 된 판단도 어렵다. 자꾸 비관적이 되면서 몸을 챙기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서 늘 목표를 가혹하게 세우고 나를 몰아붙이는 행태를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몸을 혹사시킨 나의 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최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다각도로 나를 관찰하고 임상 시험(?)을 거친 결과 나만 건강관리의 원칙이 세웠는데, 언제나 모든 진리가 그렇듯 뻔하게 기본적인 것들이다.
1. 잠이 삶의 최우선 순위다.
4시간 미만을 자도 충분한 'Short Sleeper'도 있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일단 잠을 충분히 잘 자야 하는 사람이었다. 잠이 부족하면 피곤하고, 피곤하면 일의 능률이 안 올라가고, 능률은 물론이고 짜증이 늘어나고, 짜증이 늘면 행복감이 저하된다. 그래서 나는 평일의 경우에도 7시간 이상을 자려고 노력한다. 주중에 바빠서 7시간을 못 잔 경우는 주말에 몰아서 더 잔다. 주말에 몰아 자는 경우에 대해 여러 의학적 찬반이 있지만, 나의 경우는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경우가 더 나았다.
2. 잠 다음이 음식이다.
몸에 이로운 음식을 절적 하게 잘 먹는 것이 잠 다음으로 중요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외식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가급적 외식을 지양하고, 가급적 공복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패턴을 유지하니 훨씬 컨디션이 좋아졌다.
3. 음식 다음이 운동이다.
요가, 수영, 필라테스, 헬스 등 여러 운동을 섭렵했고, 이 운동들은 여전히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속의 움직임을 늘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러 가는 것조차도 일정으로 생각해서 안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나를 위해서 헬스장도 가끔은 쉬어준다. 대신 이런 기간에는 산책을 대폭 늘리고, 산책 시 가벼운 슬로 조깅으로 유산소 운동을 대체하고, 산책 도중 만나는 야외 근력운동 기구롤 열심히 한다.
4. 정신건강은 '잡식 독서'가 최고
나라는 사람은 일만 열심히 하면 늘 마음의 허기가 지는 스타일이다. 저널리스트로서 평생을 말과 글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남의 글을 읽지 않으면 내적 허무가 증폭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자기 계발서든 종류를 막론하고, 아니 일부러 다양한 장르를 마구잡이로 읽는 '잡식 독서'가 내 마음 근육을 탄탄히 하는데 나에게는 최고의 비법이었다.
[잠, 음식, 운동 그리고 독서] 너무 뻔하지만, 내가 결국 찾아낸 건강한 삶을 위한 진리다. 뻔해서 그간 무시했지만, 뻔하디 뻔한 진리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겨울.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없다. 더욱 격렬히 내가 체득한 뻔한 진리를 수행하며, 즐겁게 이 겨울을 누려야지.
최효안 예술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