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버튼>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나만의 패턴 중 하나가 바로 하루 통으로 쉬 기이다. 이번 12월은 참으로 바빴다. 계속 몰아치는 일-일-일을 거의 매일매일 격파하는 식으로 보내고 보니 당최 12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결국 어느 정도 급한불을 끈 26일 하루를 완전히 통으로 쉬었다.
나는 쉴 때 일단 잠을 더 이상 잘 수 없을 지경까지 잔다. 도저히 눈이 감기지 않을 때까지 자고 나면 일어나서 집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한다. 나는 환기에 진심이다. 그리고 인공적 환기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공기청청기는 나에게 보조적 수단일 뿐. 자연환기가 최고라고 믿는 사람이다. 살 집을 고를 때로 창문부터 보는 스타일. 집의 창문이 양쪽에 다 있어서 공기가 집을 관통해서 빠져나가는지가 중요하다. 환기는 아무리 추운 날이어도 반드시 한다. 나에게 하루도 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은 없다. 심지어 너무 추워서 도저히 환기를 하는 동안 버티지 못할 때는 집 앞 카페에 나가 커피 한잔을 하고 온다.
이렇게 환기를 한바탕 하고 나면, 결명자차를 끓인다. 차를 끓이는 동안 정성 들여 세수와 양치를 한다. 언젠가부터 세수와 양치를 아주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하루의 시작으로 얼굴과 입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또 주어진 귀한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나만의 의식이기도 하다. 세수를 마치면 팔팔 끊은 차에 찬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만든 뒤 천천히 마신다. 큰 머그컵으로 천천히 마시면서 또 정성 들여 스킨과 선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나도 수분을 채웠으니, 반려식물들의 수분도 챙긴다. 열어놓은 창문 앞으로 3개의 화분을 일렬로 정렬해 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손가락으로 흙을 만져본다. 과수분이 나쁘다고 하니 흙의 마름 정도를 보고 언제 물을 가득 줄지 가늠해 본다.
다음 순서는 환기를 마치기 전 자고 난 이부자리 정리. 베개와 침대 패드, 이불을 온 힘을 다해 탁탁 턴다. 밝은 햇살에 이불에서 나온 먼지들을 보며 나의 마음의 탁함도 날려본다. 일단 여기까지가 마치면 그다음은 잘 먹기이다.
기분이 내키면 직접 요리를 하고, 남이 차려주는 밥이 먹고 싶으면 메뉴를 아주 신중하게 고르고 나간다. 나는 배달음식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혼밥을 즐기는 나는 직접 걸어가서 식당에 가서 먹는 걸 즐긴다. 나가서 먹으면 먹고 나서 혈당 스파이크가 급격히 오른다는 식후에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맛있는 걸 먹고 산책하는 것이 나의 취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참으로 별거 없는 루틴이지만, 이 루틴은 모두 나를 살피고 돌보는 과정이다. 밤새 내가 뿜은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고, 맑은 공기를 집으로 들이고, 얼굴과 입을 깨끗하게 하고, 밤새 나는 잠들어 있었지만 열심히 일을 했을 내 몸에 수분을 공급하고, 이부자리를 정갈히 하고, 다시 힘찬 하루를 살 에너지를 내 몸에 공급하고,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답게 천천히 그 기능을 점검하는 일.
너무 당연해서 새로울 것도, 평소 신경쓰지도 않는 루틴이지만, 언제나 가장 기본적인 일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이렇게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 루틴을 정성들여 하는 일. 이게 나만의 쉼의 스타일이다. 이렇게 단조로운 일상 루틴을 정성을 다해 수행해 보면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자, 이제 다시 출발!
최효안 예술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