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언제나 옳은 최고의 사치는?

최효안 에세이 <내 안의 발작버튼>

by 최효안

사치(奢侈)의 사전적 정의는 '필요 이상으로 돈이나 물건을 지나치게 쓰는 것, 즉 자신의 분수나 능력에 맞지 않게 씀씀이나 꾸밈새가 과도한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사치는 시간을 펑펑 쓰는 것이다. 나는 나의 시간을 돈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까. 그 귀한 '시간'을 나는 나에게 쓸 때 가장 사치스러운 행위라고 여긴다. 그리고 가끔 나에게 최고의 사치를 안긴다.


잘 따저보면 많은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기 자신이 진정 기뻐하는 일에는 그다지 시간을 쏟지 않는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반론을 하는 이런 반론을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니, 나를 위해 쇼핑하고, 나를 위해 운동하고, 나를 위해 여행 가고.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시간을 쏟는 거잖아?"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쇼핑하는 걸까? 정말 나를 위해 운동하는 걸까? 진정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혹시 남들이 좋다고 하는 명품을, 남들이 좋다는 하는 운동을, 남들이 좋다는 하는 여행지를 가는 것은 아닐까? 타자의 욕망을 내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그럴듯한 삶이라고 규정한 것을 쫓다가 정작 내 욕망은 뭔 지조차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살핀다. 내가 원하는 것이 나의 진짜 욕망일까? 그러나 언제가 판단은 쉽지 않다. 이미 나는, 그리고 우리는 타자의 욕망에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꼼꼼히 살핀 끝에 찾아낸 내가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내 시간을 내가 진짜 좋아하는 행위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 홀로 걷기이다. 동행이 있으면 안 된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최효안'이라는 평생 가장 친하고 잘 알고 보살펴야 하는 제일 소중한 친구에게만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와 내가 함께하는 시간. 그 시간에 하는 일 중 가장 좋은 일은 뭐니 뭐니 해도 걷기다.


물론 여행을 가서 걷기는 어떠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에게는 적절할지 모르지만, 일단 먼 거리의 여행은 여러 가지 준비로 인한 큰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내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너무 외부적으로 힘든 상황이 닥치면 안 된다. 그러나 내가 잘 알고 익숙한 공간에서의 걷기가 가장 좋다.


이런 사치를 얼마나 자주 하냐고? 그건 자주 할수록 좋다. 나를 알아가고 발견하는 일은 평생이 걸려도 끝이 없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와 하는 가장 사치스러운 행위, 걷기가 나와 나의 삶을 '최고의 사치'로 이끈다.


최효안 예술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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